▲지난 18일 재심재판국 회의장과 예장통합 총회가 있는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정준 목사 측 성도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예장 통합 봉천교회 재심재판과 관련해 화해조정위원회가 제시한 화해조서 이행 시기가 지났으나 재심재판국이 최종 선고를 미루고 있어, 피해자들이 빠른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총회 재심재판국(국장 정헌교 목사)은 지난 4월 봉천교회 임시당회장 이규곤 목사에게서, 당회를 개최해 박영선 원로목사 측과 정준 목사 측에 대해 분립에 대한 입장을 결정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에 4월 26일 이규곤 목사는 당회를 개최, “총회 재심재판국에서 요청한 정준 목사의 분립 자금 건은 재심재판국 결정을 본 후 처리하기로 하고, 공정하고 신속한 판결을 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5월 4일 재심재판국장과 임원들은 정준 목사와 원로목사 측 백모 장로를 불러 미리 준비한 화해조서에 서명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고, 양측은 서명했다고 한다.

조서 내용은 “교회 분립을 원칙으로 한다. 교회(원로목사) 측은 정 목사에게 (분립 자금) 6억 원을 지원한다(기한은 6월 17일까지로 한다). 합의 후 이행하지 않은 당사자는 합의를 깨뜨린 책임을 물어 재심재판국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건에 서명하지 않으면 불리한 판결을 내리겠다는 뜻.

이어 5월 22일 이규곤 목사는 일신상 이유로 임시당회장직을 사임했고, 관할 서울관악노회는 임원회를 열어 현 노회 부서기인 김승한 목사를 다시 선임해 24일 당회를 열었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 했다.

김 목사는 이후 원로목사 및 재심재판국장과 협의하고 장로들을 면담한 후 지난 6월 14일 당회와 제직회를 개최했다. 당회에서는 교회 분립과 이를 위한 6억 원 대출승인에 대해 8대 2로 승인했다. 이후 제직회에서도 원로목사 측 제직 27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20명이 찬성, 최종 승인했다. 그러나 원로목사 측은 6월 17일까지 6억 원을 마련하지 못 했다.

정준 목사 측은 “당초 재심재판국은 원로목사 측이 6억 원을 마련하지 못 하면 ‘파기자판(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 또는 이송 대신 스스로 재판하는 것)’하여 정준 목사 측 손을 들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 측 성도 1백여 명이 판결 후 봉천교회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6억 원이 마련되지 못 한 이유에 대해 정 목사 측은 “원로목사 측 백 장로가 6억을 마련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대표로 서명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봉천교회 당회가 6억 원 지급을 승인하고 제직회에서 대출 근거를 마련하면 교회 재산이 소속된 서울노회유지재단에 대출 문서를 넣으려고 했으나, 유지재단에서 참석한 장로들의 인감증명을 요구하면서 무산됐다.

정 목사 측 장로들과 원로목사 측 일부 장로들이 인감증명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 이들은 “유지재단은 원래 인감증명을 요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출승인에 반대한 원로목사 측 오모·이모 장로도 “백모 장로에게 대표권이 없고, 그의 서명은 장로들에게 직접 위임 도장을 받지 않은 것이므로 (5월 4일) 대표권한 위임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두 장로도 인감증명 제출을 거부했는데, “6억 원을 대출할 경우, 이자와 원금은 남아 있는 교인들이 모두 부담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정준 목사 측은 “‘봉천교회도 살리고 정준 목사도 살리겠다’던 재심재판국의 발언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지난 18일 총회 재심재판국 모임이 예정된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재심재판국은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정준 목사 측에 ‘8월까지 기다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목사 측은 ‘봉천교회 정상화를 위한 100명의 대표단’ 이름으로 △재심재판국장과 재심재판국 임원들이 5월 4일 약속한 대로 정준 목사와 2명의 장로에 대한 지위회복 재심 판결을 요구한다 △거짓 소장과 금권에 의한 98회기 총회 판결의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고 했지, 화해조정을 원한 것이 아니다(재심재판국장의 강압에 의해 서명했다) △하나님의 법과 총회헌법과 국가 사법부의 법에 위배됨 없는, 정당하고 공정한 재심판결을 요구한다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재심재판에서 정준 목사 측 변론을 맡고 있는 이정환 목사(팔호교회)는 ‘공개변론서’를 통해 “재심재판국은 ‘담보 제공을 통한 대출신청을 하지 못 해 돈을 지급하는 시기가 늦어졌을 뿐, 화해조서는 아직도 유효하다’는 이상한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심재판국장과 분과장이 유지재단이사장을 직접 방문하여 봉천교회에 담보 제공을 허락해 달라는 부탁까지 하였다는 전언을 듣고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는 재판관이 자신이 맡은 사건의 원고를 돕기 위해 금융기관장에게 대출을 청탁했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재심재판국장과 분과장은 재판국원인가, 아니면 원고의 변호인인가”라고 했다.

이 목사는 “재심재판국은 19일 재판국 서기 명의로 정준 목사에게 ‘합의조서는 유효하다는 것이 재심재판국의 결정’이라는 문자를 보냈다는데, 이는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원로목사 측의 의무 불이행을 확인한 것”이라며 “합의조서에 따르면 헌법에 따라 재판은 종료되고 더 이상의 판결문은 없으니, 이제 판결문(화해조서)에 따라 정 목사는 위임목사로서 지위가 회복됐다. 회복된 위임목사의 사임서는 봉천교회가 합의사항을 어떻게 이행하는지 지켜본 후 결정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봉천교회 재판과 관련해 뇌물 시비가 불거졌던 지난 제98회기 총회재판국장 오모 목사는, 최근 수원지법 성남지청 검찰에게서 관련 혐의로 3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정헌교 재심재판국장 “양측 합의 존중하고 기다릴 것”

그러나 정헌교 재심재판국장(청주강서교회)은 기한 경과에 대해 “양측이 합의해서 결의한 만큼, 그 정신을 존중하기 위해 조금씩 기다리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돈이라는 게 쉽게 나오지 않다는 걸 다 알지 않느냐”며 “뻔히 대출 과정 중인 줄 아는데 문제를 삼으면 어떡하겠나. 당회와 제직회에서 결의한 일을 막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오래된 분쟁을 종식시키고 화해와 (양측 교회) 분립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다 예상하지 않았느냐”며 “처음 재심재판을 맡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게 될 것 같으냐’고 하길래, ‘저는 기적을 믿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는 “여러 말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쪽이나 100% 마음에 들 순 없다”며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재심재판국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의한 것”이라고도 했다.

정헌교 국장은 “재심재판국 입장은 더 이상 교회가 싸우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한다 해서 싸움이 종식되는 건 아니고, 교회가 분립되면 더 싸울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립 후 또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선 “그것까지는 저희들의 역할이 아니다”고 했고, 원 재판의 하자에 대해서도 “그것까지 저희가 따지지 않는다”며 “(총대들이) 재심을 받아들였다는 판단 아래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또 “재판에서 우선되는 일은 화해·조정”이라며 “이왕 어렵게 합의된 만큼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합의 과정에서 압력이 있었느냐는 것은 당사자들이 느끼기에 달린 것 아니냐”며 “우리는 양쪽에 가장 좋은 방법이 이것이라고 제안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믿는 이들에게는 화해가 최우선”이라며 “화해조서를 쓸 때는 강압이 아닌 본인들의 판단에 의해 썼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재심재판국원들 모두 다 연륜이 있으신데, 화해 외에는 답이 없다고 봤고 그리 쉽게 일방적이고 정치적인 재판을 한 게 아니다”며 “많은 말들이 회자되지만,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는 판단만 있을 뿐 해법은 나오지 않더라. 다투지 않고 온전히 교회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 하는 대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