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당회 회의록. ⓒ봉천교회 제공

정준 목사의 위임청빙무효 판결로 봉천교회 담임목사 측과 원로목사 측이 분쟁 중인 가운데, 원로목사 측이 교회 재산권을 행사하려다 무산됐다.

원로목사 측은 지난 2월 8일 제직회를 근거로 서울노회유지재단이사회에 대출 승인을 신청했지만, 3월 25일 승인조건 미비로 반려됐다고 한다.

이와 함께 박영선 원로목사가 ‘대리당회장’으로 전면에 나서려 했던 증거가 또 발각됐다. 지난 2월 8일 박영선 원로목사는 ‘대리당회장’이 되어 제직회를 진행하려다 성도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는데, 이보다 한 달 앞선 1월 11일 당회를 열고 박 원로목사를 대리당회장으로 결의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

2월 8일 당시 제직회의 주요 안건은 재정에 관한 건을 당회로 위임해 달라는 것이었지만, 실상 1월 11일 당회에서 모든 결의가 이뤄진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1월 11일 오후 4시 열린 당회는 원로목사 측 당회원들만 참석했다. 당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결의사항은 ① 원로목사를 대리당회장으로 선임하고 ② 담임목사 후임 청원 건을 처리하여 전모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기로 하였으며 ③ 3억원을 차입 대출받기로 했고 ④ 전 재정부장 정태용 장로에 대한 재정감사 후 위법 시 사법처리하고 ⑤제직회를 2015년 1월 19일 개최할 것을 가결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당회가 개최됐던 1월에는 관할 서울관악노회가 선임·파송한 이규곤 임시당회장이 재직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원로목사가 대리당회장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회 개최 자체가 불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당회 전날인 1월 10일 당회서기 백남주 장로는 “1월 11일 오후 1시 당회를 소집하고자 통보합니다. 당회원 전원 참석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이상용, 윤상용, 김용남 장로께서는 꼭 참석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상용 등 3명의 장로는 “임시당회장이 공식 소집통보를 하지 않으면 당회에 참석할 수 없다”고 불법성을 주장하며 참석하지 않았다. 당회가 통보 시각인 오후 1시가 아니라 오후 4시에 열렸다는 회의록 기록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임시당회장이 존재하고 있었고, 더구나 당회 소집 이틀 전인 1월 8일 총회 재심재판국은 정준 목사에 대한 재심 개시결정을 내린 상태였기 때문에 후임목사 청빙 건이 논의될 상황도 아니었다.

정준 목사 측은 이들이 이렇듯 절차와 방법을 무시하면서 당회를 소집한 이유로 교회 재산권 행사, 더 정확하게는 ‘대출 문제’를 꼽고 있다. 그러나 대리당회장은 교단 헌법상 교회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들은 “임시당회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원로목사 측 당회원들만 모여 무리하게 후임목사 청빙부터 대출과 재정감사까지 처리한 배경에는 재심재판 심리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자 한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후임목사 청빙을 마무리지어 현실적으로 정준 목사의 복귀를 힘들게 하고, 재정감사를 통해 고등법원 형사법정이 진행 중인 원로목사와 재정부장 이모 장로의 횡령 건을 덮고자 했다는 것.

▲2월 8일 박영선 원로목사가 자신이 ‘대리당회장’이라며 제직회를 진행하자 성도들이 반발하고 있는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정준 목사 측 성도들은 원로목사 측이 1월 11일 당회결의 후 신속하게 제직회를 열어 관련 건을 마무리지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회 결의사항 ⑤번에서 ‘1월 19일 제직회 개최’를 가결했기 때문.

이들은 “19일은 월요일로 제직회를 열기 힘들고, 헌법상 제직회 1주일 전에 공고를 해야 하는데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가결된 점은 의아하다”며 “당회를 열지 않고, 당회를 연 것처럼 사문서를 위조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불법 개최된 2월 8일 제직회 회의록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당시 대부분의 성도들은 제직회 개회를 반대하며 혼란스러운 상태였기 때문에 제직회 직전 예배를 드리지도 못했는데도, 마치 정상적으로 제직회가 진행된 것처럼 기록돼 있다는 것.

당시 제직회에는 기자가 취재를 위해 참관했는데, 박영선 원로목사가 ‘대리당회장’이라며 마이크를 잡은 순간부터 성도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계속돼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웠고,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그러나 회의록에는 재정 관련 건이 ‘최모 집사의 동의와 윤모 권사의 제청으로 가결되었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정준 목사 측 성도들은 “회의록에는 제직회 서기가 장모 집사로 돼 있는데, 그는 제직회 서기로 선임된 적이 없다”며 “제직회에서 선임되지도, 허락을 받지도 않은 사람이 서기로 나선 것은 원로목사 측 장로의 남편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항의했다.

또 “이미 1월 11일 당회에서 ‘3억원을 차입 대출받기로 하다’고 결의해 놓고, 2월 8일 제직회에서는 ‘교회재정 대책의 건을 당회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하는 게 앞뒤가 맞느냐”며 “지난 3월 10일 헌법위원회 해석이 아니었다면, 이 모든 과정과 결의, 회의록에서 원로목사 측이 아닌 시무장로들과 제직들은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에 회의록을 얼마든 위·변조하거나 일방적으로 집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