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상반기 기독 출판계는 대형 베스트셀러의 부재(不在)와 스테디셀러의 강세 속에서도 의미 있는 흐름들이 이어졌다.

우선 온·오프라인 종교분야 2014 상반기 베스트셀러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불교 서적’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온라인서점 인터파크 종교분야 상반기 베스트셀러 순위 1-3위는 <인생 수업>과 <스님의 주례사>, ‘법륜 스님 양장 세트’가 각각 차지했다. 모두 법륜(정토회 지도법사)의 저서이다. 30위권 내에 다른 불교 서적은 없었지만, 베스트셀러를 배출한 것. 교보문고나 예스24 등 다른 온라인 서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터파크 집계 종교 분야 상반기 베스트 순위.

그러나 이 책들은 엄밀히 말해 ‘종교 분야’로 분류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통 에세이로 분류되던 것을 ‘승려’가 저자라는 이유로 ‘종교 분야’에 위치하게 했다는 것. 한 온라인 서점 종교 담당 MD는 “에세이가 아닌 종교 분야로 등록되면 분야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어 ‘노출 효과’가 커진다”고 귀띔했다. 대중성 있는 기독교 서적들이 종교가 아닌 일반 에세이 등을 선택하는 것과는 정반대 전략인 셈.

기독교 서적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최근 나온 신간보다는 검증된 ‘구간(舊刊)’들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스테디셀러가 된 <5가지 사랑의 언어>가 인터파크 기독교 분야 상반기 집계 1위를 차지했고,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이상 생명의말씀사)>, <주님은 나의 최고봉(보급판·토기장이)>,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IVP)>, <새신자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이상 홍성사)>, <그 청년 바보의사(아름다운사람들)> 등이 20위권에 포진했다.

인터파크 집계 중 신간으로는 김미진 간사의 <왕의 재정학교 워크북 세트>와 <성경 파노라마(이상 규장)>, 조정민 목사의 , <사순절의 깊은 묵상(한국장로교출판사)> 등이 10위권을 형성했다.

▲<서른통>, <모든 사람에게>, <사명자반>.

상반기 베스트셀러 집계는 아니지만, 1-6월 나온 책들이 모두 반영된 기독교출판협회(회장 민병문 장로) 6월 베스트 순위에서는 신간이 좀더 많았다. 앞서 언급된 <왜 예수인가?>를 비롯해 김남준 목사의 <서른통>, 조현삼 목사의 <목사님, 구원이 헷갈려요(이상 생명의말씀사)>, 이찬수 목사의 <붙들어주심>, 한홍 목사의 <기독교 에센스(이상 규장)>, 송태근 목사의 <하나님이 꿈꾸는 교회(성서원)>, 김동건 교수의 <모든 사람에게(대한기독교서회)>, 소강석 목사의 <사닥다리 예배자(쿰란)>, 조병호 목사의 <제사장 나라 하나님 나라(통독원)>, 이재철 목사의 <사명자반(홍성사)> 등 유명 목회자들의 최신간들이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기독 출판계에는 목회자들의 강해집도 여전히 다수 출간됐지만, 국내 전문 학자들의 성경강해집들과 교리서 등도 주목을 끌었다. 이는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 하락과 구원파 같은 이단의 폐해 등으로 ‘성화’와 성경의 바른 해석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가 더욱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학자들은 강해서를 주로 교재용으로 편찬했으나, 그들의 논리와 해석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표현 등을 대중적으로 새롭게 펼쳐내면서 성도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왼쪽부터 <사무엘상>, <로마서>, <모세오경 바로 읽기>.

이러한 책들로는 본지에 소개됐던 김구원 교수의 통독 주석 <사무엘상(홍성사)>을 비롯, 채영삼 교수의 <십자가와 선한 양심(이레서원)>, 김도현 교수의 <(나의 사랑하는 책) 로마서>, 길성남 교수의 <성경이 무엇을 말하느냐?> 등이 있고, 지난해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차준희 교수의 모세오경·역사서·시가서·예언서 등 ‘구약 바로읽기(이상 성서유니온)’ 시리즈가 나왔다.

▲「ESV 스터디 바이블」, <신학이란 무엇인가>, <로마서 강해 2: 복음과 하나님의 은혜>.

번역서로는 먼저 부흥과개혁사의 대작 「ESV 스터디 바이블」이 있다. 출간 전부터 큰 관심을 얻었던 이 책은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알리스터 맥그라스 교수의 <신학이란 무엇인가(복있는사람)>와 <삶을 위한 신학(IVP)>, 17세기 최고의 성경 주석이라 불리는 <매튜 풀 갈라디아서(그책의사람들)>, 좋은씨앗의 존 파이퍼 ‘로마서 강해’ 시리즈 등이 있었다.

▲<칼 바르트>, <천하무적 아르뱅주의>, <신학자가 풀어 쓴 유교 이야기>.

이밖에 이슈가 됐던 책들로는 마지막 제자 에버하르트 부쉬가 쓴 전기로 ‘북콘서트’에 많은 신학생들을 불러 모은 <칼 바르트(복있는사람)>와 교리 논쟁을 불러일으킨 <천하무적 아르뱅주의(포이에마)>, 자기계발서와 인문강독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와 <공병호의 성경공부(21세기북스)> 등 예의 속도를 자랑하며 3권을 잇따라 펴낸 공병호 박사의 책, 성균관대에서 유학을 전공한 배요한 교수의 <신학자가 풀어 쓴 유교 이야기(IVP)> 등이 있었다.

▲<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 <그리스도의 죽으심>, <무례한 기독교>.

또 필립 얀시의 신간 <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규장)>는 세월호 참사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았으며, ‘고난과 불행’ 앞에서도 설교해야 하는 목회자들을 위해 간행된 <성도의 불행에 답하다(지평서원)>도 비슷한 시기 출간됐다.

절판됐거나 출간 후 오랜 시간이 지나 관심도가 덜한 도서들의 의미 있는 재출간도 눈에 띈다. 생명의말씀사는 ‘리폼드 시리즈’를 통해 존 번연의 <천로역정>과 리차드 벡스터의 <참 목자상>, 존 오웬의 <그리스도의 죽으심> 등 고전들을 펴내고 있으며, 10년 전 나왔지만 오늘날 더 필요성이 적실해진 리처드 마우 전 풀러신학교 총장의 <무례한 기독교(IVP)>도 확대개정판이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