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WEA 대화’를 주제로 한 한국기독교학술원 제42회 학술공개세미나가 서울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이종윤 박사)이 22일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WCC(세계교회협의회)-WEA(세계복음연맹) 대화(Dialogue)’를 주제로 제42회 학술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학술원 원장 이종윤 박사가 주발제자로 나섰고, WEA 신학위원장인 토마스 쉴마허(Tomas Schirrmacher) 박사와 WCC 프로그램위원장 마틴 로브라(Martin Robra) 박사가 각 기구를 대표해 발표했다. 양 기구의 한국측 인사로는 금주섭 박사(WCC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와 김상복 박사(WEA 국제이사회 의장)가 발표자로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양 기구의 ‘차이’보다는 교회의 연합과 선교를 위한 ‘공통의 목표’을 강조했다. 주발제자인 이종윤 박사의 논문 제목도 ‘세계 기독교의 새로운 지평-연합과 선교에 대한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적 이해의 수렴’이었다.

“교회일치와 선교연합의 필연성·당위성은 예수 안에”

▲이종윤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 박사는 “2013년 WCC 제10차 부산총회와 2014년 WEA 서울총회를 앞두고 있다”며 “두 기구의 총회를 앞두고 이번 대화를 통해 교회사적으로나 선교사적으로 새로운 신학적 지평이 열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선교협력과 교회일치를 위한 이러한 신학적 대화는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이고 세상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기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WCC와 WEA 사이의 대화가 ‘교회일치와 선교연합’이라는 공통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양 기구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그 대화의 중심에 놓아야 함을 강조했다.

이 박사는 “교회일치와 선교연합의 필연성과 당위성은 교회의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다”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 공동체는 한 분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는 기독교의 가장 핵심적인 한 인물인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몸인 교회 공동체의 연합에 관한 것보다는 각 교파의 교리적 혹은 신학적 주제, 그리고 교회의 사회적 관심에 관한 대화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따라서 WCC와 WEA는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그 분의 사역에 관해 최우선적으로 폭넓게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박사는 특히 ‘교회일치’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은 교회일치운동은 로마의 바티칸과 같은 유일한 최고주무기관, 즉 하나의 유기적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한 몸의 각 지체처럼, 각 교회 공동체가 서로 돕고 인정하며 아픔을 함께 나누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는 사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WCC: 전도와 선교 강조하면서 복음주의와 대화 늘어

▲WCC 로브라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후 양 기구측의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WCC의 마틴 로브라 박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의 공유: 협동의 새 지평’을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교회연합과 일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WCC가 점차 그 관심을 선교와 전도로 옮기고 있으며 이로 인해 WEA를 비롯한 복음주의권과의 교류가 늘어나고 있음을 밝혔다.

로브라 박사는 “이곳 대한민국에서 WCC와 WEA 총회가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열린다. 이 우연한 일치는 과거의 긴장을 극복하고 상호간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전도와 선교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한 부르심과 함께 WCC의 DNA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연합회로서 WCC의 형성은 복음주의운동과의 연결고리를 약화시켰다”며 “이것이 소외로 이어졌고 WCC가 ‘초월적 교회’(super church)를 추구한다는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것은 바티칸 Ⅱ공의회 이래로 가톨릭교회와의 협동이 밀접하게 이뤄진 것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브리 박사는 “지금은 이 간격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일차적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며 “진정으로 WCC 내에서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의 존재와 영향력이 선교와 전도, 복음주의자들과의 대화, 오순절과의 접촉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그리스도를 중심 삼아야 함을 잊고 세상적 안건에 팔려간 세속적 기구로서의 WCC의 모습이 수정되었다”며 “이제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와 이웃, 그리고 모든 피조물과의 수평적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로브라 박사는 “WCC와 WEA, 로잔운동의 회원 교회들 사이의 관계는 다중적이다. 우리는 이들 기구들에 서로 중복되는 회원이 제법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WCC 총무가 2011년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된 세계전도를 위한 제3회 로잔총회와 스톡홀롬에서 개최된 22회 오순절 세계대회에 연사로 초청됐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이런 일들이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것처럼 보였던 새로운 합의점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WEA: 대화, 기독교 진리 유보하는 것이라면 주의해야

▲WEA 쉴마허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WEA의 토마스 쉴마허 박사 역시 오늘날 WCC와 WEA로 대표되는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 양자 사이의 구분은 점점 그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WEA와 그 회원교회들은 WCC의 헌장에 동의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가지지 않는다. WCC의 회원교회들도 WEA의 신앙고백이 언급하는 모든 것에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쉴마허 박사는 “WCC는 이전의 ‘국교회’들을 좀 더 많이 회원교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변하고 있다”며 “일부 이전의 국교회 또는 다수에 속하는 교회들이 최근에 와서 좀 더 보수적으로 또는 심지어 복음주의에 속하는 교회가 되었다. 오늘날 ‘자유주의’를 오랜 전통을 가진 주류 교회들에 더 이상 연관시킬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보수주의’를 전통이 앝고 규모가 좀 더 작으며 독립적인 교회들에 연관시킬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연합과 대화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됨을 위해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는 것은 자칫 새로운 사람이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복음이 점점 더 작아지는 경향을 띨 수 있다는 것”이다.

쉴마허 박사는 “대화가 평화로운 논의, 정직하고 참을성 있게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로부터 배운다는 것을 의미할 때, 대화는 그리스도인의 덕목”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기독교의 진리를 약화시키고 세계선교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라면, 그런 대화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것은 기독교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하나님의 말씀에 관한 절대적인 진리들을 일시적으로나 원칙적으로 유보하라고 요구하는 대화는 바로 성서적 계시를 다른 종교들의 신념들이나 세계관들과 대등하게 놓는 것이기에 그것은 기독교의 선교활동, 그리고 기독교 자체의 본질과 조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WCC와 WEA, 이분법적 접근 삼가야”

금주섭 박사 역시 WCC와 WEA 양 진영의 협력을 주문했다. 금 박사는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그리고 개인주의의 거센 도전으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증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WCC로 기구화된 에큐메니칼 운동과 WEA로 기구화된 복음주의 운동의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더 이상 이런 도전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상복 박사도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을 다 초청하셨다. 그 분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을 가톨릭이나 WCC, WEA, 장로교나 감리교로 오라고 하지 않으셨다”면서 “예수를 믿어 영생을 얻은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의 가족이요 그리스도에게서 절대로 분리될 수 없다. WCC, WEA, 로잔 운동에 관계 없이 성령으로 거듭났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영원히 하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