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올라온 ‘목사들의 조계사습격 사건’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왼쪽)과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故 이태석 신부.

작년 9월 개봉한 ‘울지마 톤즈’는 아프리카 수단 톤즈에서 헌신의 삶을 살다 선종(善終)한 이태석 신부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개봉 초 천주교 신자들이 주 관객층이었으나 입소문이 퍼져 일반 관객들까지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1월 연장상영이 결정됐고 최근 40만 관객을 돌파했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지난달 26일 이 영화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상영했다. 영화 관람은 두 차례 영화를 본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조계사에서 타 종교인의 정신을 되새기는 작품을 관람하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자승 총무원장은 “처음 봤을 때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영화를 종무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가 고민했다”며 “영화가 가톨릭 선교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감동적이어서 종무원들 몇 명은 개종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는 정반대의 일이 얼마 전 벌어졌다. 지난 11일 조계사 경내에서 자칭 목사라는 이모 씨(78)와 80~90대 노인 3명이 “예수를 믿으라”며 소란을 피우다 연행돼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대웅전 앞에서 메가폰을 든 채 “하나님 때문에 밥 먹고 사는 거다. 부처가 비를 주냐. 비가 와야 농사 짓고 밥 먹는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을 “퇴거불응 혐의로 불구속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대는 모두 ‘조계사’였다. 하나가 희극이라면 다른 하나는 비극이다. 전자의 주인공은 신부, 후자의 주인공은 목사다. 신부는 감동으로 스님들을 울렸지만 목사는 상식 밖의 행동으로 스님들을 울렸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의 천주교와 개신교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천주교 교세는 커진 반면, 개신교 교세는 정체 내지 하락 추세에 있다.

“개신교,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곪아 있어”

‘봉은사 땅밟기’를 시작으로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추문, 소망교회 폭력사태 등 최근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갈수록 대사회적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개신교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더군다나 ‘현재진행형’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금권선거 논란 역시, 그 결과가 어떻든 사람들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리라는 건 불보듯 뻔하다. 이와 관련, 한 목사는 “이런 문제들은 개신교 성장의 후유증으로, 앞으로도 계속 터질 것”이라며 “개신교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안으로 곪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개신교는 그 본질과 사명을 다시금 생각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 개개의 사건들을 따로 떨어진 ‘일부’의 유별난 행동만으로 치부하기엔 그 형태와 내용이 지극히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공격적 성향이 ‘봉은사 땅밟기’를 낳았다면 성장주의와 권위주의, 기복주의와 배금주의 등은 그 외 위에서 언급한 사건들 안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지적대로 제2, 제3의 ‘봉은사 땅밟기’가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남서울교회 이철 목사는 “한국교회는 갈등이 있으면서도 그걸 직시하지 못하고 덮어버렸기에 속으로 곪아간 것”이라며 “과거 일제침략과 독재 등 외부에 문제가 있었을 때 한국교회는 내부의 힘을 결집해 하나로 뭉칠 수 있었지만, 그런 문제가 어느 정도 사라지자 그 힘이 흩어져 갈등으로 표출됐다. 우리는 이걸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형교회 담임목사들을 위시한 소위 ‘지도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사안의 문제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건 다수가 아닌 ‘창조적 소수’, 곧 지도자들이기 때문이다. 한 신학자는 “오지에서 묵묵히 선교하고, 평소 삶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아무리 많은 평신들이 있어도 지도자 한 사람이 잘못하면 그것이 더 부각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