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초등학교 때 어머니날을 맞아 카네이션 만들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없는 사람은 하얀색 꽃을 만들어
자기 가슴에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 반에서 빨간 카네이션을 만들지 못한 학생은 오직 나뿐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빨리 돌아가신 것이 내 탓인 것처럼
어찌나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던지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5월이 오면 그 날 일을 생각하며 늘 쓸쓸한 가슴이 되었습니다.
한 번도 어머니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지 못한 안타까움은
이만큼 나이가 들고 서른 번 넘게 아이들에게 꽃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비어있는 가슴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버이날, 자식들이 가슴에 달아준 카네이션을 달고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어머니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릴 수 있는 사람은 더욱 행복한 사람입니다.
5월의 햇살이 어머니의 포근한 눈길 같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나도 이 말을 한 번만이라도 해보고 싶습니다.

최원현/수필가, 칼럼니스트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