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문학으로 읽는
신약: 문학으로 읽는 신약성서

카일 키퍼 | 김학철·이승호 역 | 비아 | 256쪽 | 14,000원

1. 문학 정전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성경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접근하였다. 그로 인해 발생했던 여러 문제와 갈등이 역사 속에 계속 있어왔다. 종교개혁을 이끈 것도, 교회가 노예제를 찬성했던 큰 이유도 성경이었다. 같은 텍스트를 보고도 여러 가지 해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각자의 가치관과 해석의 틀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경을 교리와 명령으로 가득 찬 경전이라고 여기기도 하고, 도덕적 교훈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 주장하기도 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신빙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성경에 접근해야 할까? 저자는 문학적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 성경을 이야기로 보자는 말이다. 성경은 아담과 아브라함을 거쳐 예수와 바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토리가 담긴 책이다. 이야기는 경험이 언어화된 것이다. 이야기는 삶을 해석하는 도구이다.

2. 복음서들

성경을 문학적으로 접근하기에 사복음서는 좋은 예이다. 한 인물을 둘러싼 이야기를 네 개의 관점으로 기록하여 각 저자의 의도, 편집기법, 문학적 특색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가령 마가는 간결하고 빠른 호흡으로 전개하는 한편, 요한은 예수가 사용하는 특정 단어, 그가 했던 말과 대화들에 집중한다. 마태는 유대교에 대한 반감이 두드러지고, 누가는 이방인들에 대한 관심이 타 복음서보다 훨씬 크다.

‘네 편의 초상화’라는 별명이 있듯, 사복음서는 저자의 관점과 상황에 따라 고유한 특징들을 드러낸다.

3. 바울(로)과 서신

바울 서신을 비롯한 당시 서신은 단순한 편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사학적으로 탁월한 텍스트였다. 본인의 생각과 신념을 정확히 전달하여 상대방을 설득시키려는 의도로 쓰인 책들이다. 때문에 저자는 수사학에 사용되는 3가지 수단(로고스, 에토스, 파토스)을 바울 서신 해석에 사용한다.

우리는 흔히 서신의 로고스적 측면만을 주목한다. 즉 바울이 선포한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고스와 함께 에토스와 파토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에토스와 파토스는 저자와 수신자가 처한 상황과 서로 간의 관계에 의해 표현된다. 책망할 때는 수신자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권위를 입증해야 할 때는 본인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등 서신이 다양한 만큼 바울의 태도와 메시지 또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봉준 사도 바울 성지열전
▲ⓒ이봉준 장로 제공
4. 요한의 계시록

수많은 해석과 이단을 잉태한 계시록. 교회에서 ‘금서 아닌 금서’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계시록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계시록은 ‘에누마 엘리시(바빌론 신화)와 현대 판타지 문학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계시록의 내용은 실제로 일어날 일이 아니라 그 이미지들 속에 있는 의미에 관한 것이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중심 내용은 어린양이자 용사인 천상의 예수와 바벨론, 음녀, 용으로 비유되는 로마 제국 간의 대결이다.

5. 한 권의 책, 신약성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한 인물을 쓴 복음서들도, 한 인물이 쓴 서신도 각 책마다 색깔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각양각색의 책들을 신약이라는 이름 아래 묶어버려도 괜찮은 걸까?

저자는 이에 대해 기독교 신앙의 다양함을 강조한다. 무한한 하나님과 복잡한 세상 속에서 한 사람의 생각과 신앙은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다. 성경의 저자들 역시 그러하다.

이러한 한계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며, 모순적인 세상과 신앙을 끌어안을 수 있는 상상력을 열어준다.

획일화된 신학과 신앙에 맞서, 스스로 여러 책들 속을 돌아다니며 수용과 비판을 겸해 나감으로써, 교회 내의 신앙이 다양하고 풍부해지도록 한 권의 책인 신약은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박예찬 명예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