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실낙원

존 밀턴 | 이창배 역 | 동서문화사 | 645쪽 | 19,800원

인간이 태초에 하나님을 거역하고
금단의 나무 열매 맛보아 그 치명적인 맛 때문에
죽음과 온갖 재앙이 세상에 들어와
에덴을 잃었더니, 한층 위대한 한 분이
우리를 구원하여 낙원을 회복하게 되었나니,
노래하라 이것을, 천상의 뮤즈여.
오렙의 또는 시나이의 호젓한 산정에서,
저 목자에게 영감을 주어 혼돈에서 태초에 천지가
어떻게 솟아났는가를 처음 선민에게
가르치게 하신 그대, 혹시 시온의 산과
신전 가까이 흐르는 실로아의 시냇가
더욱 즐거우시거든, 게서 내 청하노니
나의 모험스런 노래를 도우시라.
-<실낙원> 제1편

<실낙원(Paradiſe Lost)>은 17세기 청교도 존 밀턴의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구약성서 창세기 3장에 기록되어 있는 인간의 타락에 관한 기독교의 메시지를 다룬다. 타락한 천사인 사탄에 의한 아담과 하와의 유혹과 에덴동산에서 그들이 추방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실낙원>의 줄거리는 이 시 각 권의 서두에 약술되어 있다. 밀턴은 이 서사시의 내용을 사건 발생 순서대로 진술하지 않고, 고전주의적 서사시의 방식(중간에서 시작하는 방식)을 좇고 있다. 따라서 아담의 타락 장면이 먼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하나님을 대항하다가 비참한 패배를 당한 사탄(루시퍼, Lucifer)과 그의 추종자인 타락한 천사들이 하늘로부터 추방되는 장면이 먼저 나온다.

타락한 천사들은 천국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위해 토론을 벌이는데, 당장에 공격을 개시하자는 자도 있고, 이를 말리는 자도 있다. 결국 사탄이 제안한 제3안이 채택된다. 그것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에 살고 있을 인간을 유혹하여 자기들 편에 가담하게 하고, 이로써 하나님께 복수하자는 것이다.

제3편을 보면, 하나님은 하늘의 보좌로부터 사탄의 모략을 내려다보시고, 하나님의 독생자가 타락한 인간들을 위한 구원자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성자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희생을 제안하고, 모든 천군 천사는 성자의 영광과 인간의 궁극적인 승리를 송축한다.

에덴동산에서 사탄은 처음으로 아담과 하와가 온갖 축복을 누리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사탄은 아담과 하와가 금지된 지식의 나무(선악과)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엿듣는다. 사탄은 뱀의 모습으로 낙원에 침투하여 하와를 유혹하게 되고, 결국 하와는 선악과 열매를 먹게 된다.

열매를 따 먹은 하와는 죄의 결과인 죽음과 추방을 두려워하면서도 아담을 꾀어, 그도 역시 그 열매를 먹게 하기로 결심한다. 하와는 아담이 '행복이든 불행이든' 자신과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와의 범죄를 알고 아담은 매우 놀라지만, 아담은 하와에 대한 사랑 때문에 결국 공범자가 되고 만다.

천지는 원죄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탄식한다. 이제 순진무구함을 잃어버린 두 사람은 그들의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게 된다. 무화과나무 잎으로 허리를 두른 아담과 하와는 서로 상대방을 비난한다.

제10편을 보면, 하늘에서는 인간의 타락이 발표되고, 하나님은 인간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선언한다. 하나님은 심판을 내리기 위해 성자가 지상으로 파견되고, 한편 '죄'와 '죽음'은 지옥의 문을 떠나서 지옥과 지구를 이어주는 다리를 놓으며 지상을 향해 간다.

하와는 출산 때에 해산의 수고를 겪어야 하며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선고를 받고, 아담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노동을 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선고를 받는다.

한편 사탄은 지옥으로 되돌아와 부하들에게 자기의 승리를 알린다. 그러나 그 순간 자기와 모든 추종자가 한순간에 뱀으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에덴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겸허하게 자신들의 책임을 깊이 자각하고 회개하면서 화해를 한다.

제11편을 보면, 아담과 하와의 회개를 확인한 성자는 그들의 기도를 들어 하나님께 용서를 간청한다. 하나님은 그들의 회개를 받아들이지만, 그들이 더는 에덴동산에 머무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들을 추방하기 위해 미가엘을 천사들과 함께 에덴으로 보내시면서, 하나님은 미카엘에게 추방 전에 아담에게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관하여 알려주라고 명령한다. 드디어 미카엘은 지상에 내려와 아담과 하와에게 낙원을 떠날 것을 명한다.

하와는 크게 슬퍼하고 아담은 애원하지만, 결국 명령을 따르게 된다. 미카엘은 아담을 높은 산정으로 인도하여 거기서 장차 대홍수(The Great Flood)가 일어날 때까지의 미래사를 환상을 통해 보여준다.

제12편에서 미카엘은 대홍수 이후의 사건들에 관하여 계속 이야기한다. 특히 인간의 원죄에 대해 속죄하기 위하여 오실 메시아와 그가 받을 십자가 형벌과 그 후의 부활과 승천을 강조한다. 아담은 미카엘이 들려준 인간의 타락과 인류의 미래사를 듣고 타락의 의미를 알게 된다.

또한 아담은 자신이 뒤에 두고 떠난 낙원보다 훨씬 행복한 자기 속의 천국을 소유하기 위해서 이제 새롭게 알게 된 지식에 따라 합당하게 살려고 다짐하게 된다.

한편, 하와는 꿈을 통해 미카엘이 아담에게 일러준 것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나서 큰 교훈을 얻고 돌아오는 아담을 맞이한다. 밀턴은 <실낙원>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예언을 하와를 통해 하면서 파멸과 회복 모두의 원인으로써의 그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실낙원>의 마지막 행들은 타락 이후의 역사에서 인간의 가능성과 선택, 그리고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타락한 아담과 하와의 후손들은 엄청난 정치적 격변과 종교적 박해를 겪게 될 것인데, 그 순간마다 자신들이 택하는 선택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밀턴은 이 서사시를 사탄과 그의 추종자(타락한 천사)들로 시작했다. 제12편에서 밀턴은 인간 최초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그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제 아담과 하와는 불확실한 미래와 새로운 시작 앞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면서 다시 '손에 손을 잡고' 추방자로서의 순례길을 시작한다.

<실낙원>은 사탄의 세력을 격멸하는 신의 섭리의 정당성을 찬양하고, 원죄로부터 구원으로 나아가는 인간 고뇌의 역정을 장엄한 필치로 노래한 청교도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 읽어볼 책
-최재헌 지음, <다시 읽는 존 밀턴의 실낙원>, 경북대학교출판부, 2004.
-조신권 지음, <존 밀턴의 문학과 사상>, 동인, 2002.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