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찬 목사(람원교회)가 변화시키는 복음의 능력과 변하지 않는 신앙인들 사이의 '딜레마'에 대해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SNS에 글을 나눴다.

손 목사는 "목회자들의 가장 큰 딜레마는 단언컨대 이것, '원판 불변의 법칙'이다. 징글징글하게 인간들이 안 바뀐다"며 "변화시키는 복음의 능력을 믿지만, 이런 지독한 불변 현상이 기대를 내려놓게 한다. 목사 자신도 잘 변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고백했다.

그는 "안정된 일상을 파괴하는 기적은 경이감이 아닌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누구나 변화를 원하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화를 지향하지 컨트롤 밖의 변화는 두려울 뿐"이라며 "개혁을 원하지만 내가 바뀌기는 원치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때문에 모두 공유하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결국 저러다가 안바뀔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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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찬 목사는 "믿음을 가진 후 변화를 꿈꾸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숱한 노력과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이내 수렁에 빠진다"며 "저 역시 여전히 지랄 맞은(?) 성격과 자주 넘어지는 모습을 스스로 직면하며 괴로워했던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우리는 그렇게 매주 교회 의자에 기대 앉아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운명에 굴복한다. 혹은 자기는 자격이 없다며 교회부터 도피한다"며 "슬픈 것은 적절히 타협하며 종교생활을 영위하는 양반들도 꽤 있다는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제 실망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일화가 있었다. 졸업한 후 처음, 14년 만에 고등학교 동아리 친구들을 만났던 일"이라며 "심경에 변화가 있어서 일부러 나갔다. 오랜만의 발걸음이었는데도 전혀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모습을 보며 참 흐뭇했다"고 회고했다.

손 목사는 "그런데 무려 14년 만이라, 재미있었다. 전혀 바뀌지 않았다. 성격이나 성향이 그랬다"며 "그런데 문득 홀로 시간이 멈춘 듯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지금 보니 정말 내가 많이 바뀌었구나...'"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목사라고 커밍아웃했을 때 놀라던 친구들의 모습, 신학과에 간다고 했을 때 심장에 '따블 어택'을 받고 쓰러지던 친구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본래 더 싸가지 없었으나 덜 싸가지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지극히 적자생존의 가치를 숭상하며 초인처럼 살기를 원하던 제가 타인을 생각하곤 하는 이 모습. 그때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손성찬 목사는 "목회자로서의 훈련의 결과일수도, 나이 먹어서 성숙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현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 분명히 저는 모르는 사이에 정말 많이 변화됐다"며 "폴 트루니에는 <강자와 약자>에서 '진정한 신앙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망설임과 실수, 갖가지 실망과 잘못된 출발 등을 통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가 이런 상태로 구원받을 수 있겠나?' 라는 질문이 필요하고 건강하지만, 때론 여전히 일하시는 성령의 일하심을 믿지 못하는 자조섞인 한숨일 수도 있다"며 "복음에는 분명히 능력이 있다. 이런 꼬라지에도 불구하고 내적 변화를 일으키시는 주체, 성령 하나님께서 분명히 일하시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가 거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거룩하게 해 나가신다. 결코 가만두지 않으신다. 그리고 지금은 요원해 보이나, 변화를 촉구하는 하나님의 때가 분명히 있다"며 "긴 호흡으로 보면 분명히 변화가 있으니,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했다.

나아가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작심삼일'의 자명한 진리. 살아오던 패턴을 유지하고자 하는 강력한 힘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동시에 생각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 반대로 이 몸뚱아리의 패턴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오히려 더 클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다이어트에 대한 결단보다, '치킨 냄새 맡는 순간' 반응하는 본능이 더 강력하다. 사실 이게 더 문제일 수도 있다"며 "실제 변한 건 없으면서 자기는 이미 결단해 보았다는, 그래서 머릿 속에서 변화를 이미 겪었었다는 안도감이 우리를 안주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성찬 작심삼일
▲ⓒ손성찬 목사 페이스북
그러므로 "은혜가 없다 하지 말고, '은혜 있는 자처럼' 살아보자. 믿음을 가졌다는 것은 다른 말로 '이제 막 새로운 국적을 취득했다'는 말이다. 그 나라에 걸맞는 인생이 되려면 문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며 "군대로 이해하면 가장 쉽다. 자대에 배치받으려면 일정 기간 훈련소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훈련 기간을 거친 후엔 주기적으로 반복숙달만 한다. 운동선수들의 훈련도 마찬가지로, 실제 경기에서 자기 몸의 모든 움직임들이 연습대로 움직이기 위해 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들 역시 영적 근육의 훈련, 새로운 하나님 나라 문화에 적응하는 집약된 훈련의 시기가 필요하다.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게으름은 사랑의 반대말'이라고 했다. 사랑한다면 부지런해져야 한다"며 "우리의 영적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결코 조급함으로 이룰 수 없다. 중요하고 귀한 것일수록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잠깐의 고통들이 필요하다(딤전 4:7-8)"고 정리했다.

손성찬 목사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작심삼일'로 대변되는 너무 평범한, 그래서 눈에 보여야 움직이고, 눈에 보여야 따라하는 그런 인생들"이라며 "이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참된 스승'이다. 그냥 함께 하기만 해도 감화되고, 옆에 있기만 해도 그 행적을 따라하게 되는 그런 스승"이라고 전했다.

그는 "저의 그 적은 변화도 돌아보면 귀한 분들과의 교제 속에 보고 따라한 것이 자연스레 인박임으로 가능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우리 주변에 참괸 스승을 보기 참 힘들다. 아니, 있어도 스승삼기를 자기 스스로 피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희망했다.

손 목사는 "'예수 닮은 참된 스승'이 참으로 고프다. 저도 이리 고픈데, 제가 그런 존재가 되기에는 두렵기만 하다"며 "주님께 간구드린다. '이런 나를 포기치 마소서. 그리고 귀한 스승, 선배들과 만나고 함께하게 하소서. 또한 그런 이들을 만났을 때, 또 다시 핑계대며 자리를 물리지 않게 하소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