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설교연구원
▲세미나 첫날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개혁주의 설교연구원(원장 서창원 박사) 제31기 정기세미나가 20일 오후 서울 헌릉로 세곡교회(담임 박의서 목사)에서 2박 3일간 일정을 개막했다.

'사회 개혁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19세기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청교도로 효과적인 복음 선포 사역과 더불어 행함이 있는 신앙을 구현한 토마스 찰머스(Thomas Chalmers, 1780-1847)의 생애와 사상을 다뤘다.

개혁(칼빈)주의 신학계에서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참가자들도 기대감을 표시했다. 설교연구원 김준범 실행이사(양의문교회, 계약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사회 개혁을 주제로 다루는 것은 처음인데,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물린 것 같다"고 전했다. 설교연구원 총무 강문진 목사(진리교회)도 "사회 개혁이란 결국 그리스도인들이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의서(세곡교회) 목사는 "한국교회는 6·25 전쟁 이후 북한과 대치하는 특수한 상황 때문인지, 너무 이념지향적일 뿐 아니라 이념 아래에서 이념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기독교 세계관이란 이 모든 것들 사이에서도 치우치지 않고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어느 한쪽 편에 서는 결과 밖에 되지 않고 목회자들의 성향에 따라 교회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어떻게 개혁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결국 대안은 성경 속에 있다"고 덧붙였다.

첫 강의에서 그를 소개한 서창원 박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그를 조명하고자 하는 이유는, 20세기 후반부터 개혁교회가 듣고 있는 비평들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개혁교회는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수구적이며 사회문제에 대해 무관심 내지 무대응을 한다는 비판"이라고 밝혔다.

서 박사는 "개혁주의 신학은 언제나 정확무오한 진리의 말씀으로 믿고 있는 성경이 신앙과 삶의 유일한 규범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하므로, 안티 세력들의 도를 넘는 비판적 폭언들이나 건전한 비평가들에 의한 충언들까지도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훈하신 가르침을 넘어갈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도 없으므로, 기독교 역사 속에서 그러한 시도를 찾아보고 오늘 우리의 현실을 점검하여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찰머스 박사는 스코틀랜드에 진짜 필요한 소망은 새로운 설교자들이 불같이 일어나는 것이라 믿고, 설교자 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젊은이들을 돕고자 했다"며 "그의 이러한 이상 실현은 에든버러 신학교수로 부임하자 더욱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개혁주의 설교연구원 서창원
▲서창원 박사가 특강을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에든버러대학교 부임 후 소천받을 때까지 20년 동안, 그의 강의를 들은 수백 명의 학생들이 스코틀랜드와 전 세계로 흩어져 복음의 일꾼으로 활약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코틀랜드 교회 복음주의 진영을 이끄는 지도자가 됐고, 1832년 총회장에 선출됐다. 이후 1843년 교회의 영적 독립성 문제로 교단이 분열됐을 때, 'Free Church of Scotland' 교단 창설자이자 초대 총회장이 됐다.

1844년 말부터는 에든버러 웨스트포트구 주민들을 개선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당시 불결하고 더러운 지역으로 악명 높았던 그 지역은, 찰머스 박사의 계획에 따라 각 가정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살인 사건으로 유명해져 발길이 끊긴 장소에 학교를 열고, 폐쇄된 공장을 수리해 주일예배 처소로 사용했다.

서창원 박사는 "찰머스 박사는 에든버러에서 가장 가난한 우범 지역을 택하여 사회 개혁과 영적 갱신운동을 펼쳤던 것"이라며 "노파 12명이 참석했던 곳에서 교회당이 지어지고, 1847년 2월 19일 입당예배를 드릴 때는 130여 명의 세례교인들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이 찰머스 박사가 했던 마지막 공식 행사가 됐다. 1847년 5월 28일 런던에 가서 국가적 교육문제를 의논하고 돌아온 그는 종일 보고서를 작성하고 잠이 들었는데,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며 "그의 장례식 행렬에는 10만 명이 나와 애도했다. 이처럼 그가 시작한 사회 개혁과 종교 갱신운동은 스코틀랜드 역사에 길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서 박사는 "그러면서도 찰머스 박사의 주된 관심은 교회의 확장이었다. 글래스고에서 사역할 때부터, 그는 하나님 나라 확장에 깊은 관심을 갖고 스코틀랜드의 영적 기후를 바꾸고자 했다"며 "그를 설교자로서 큰 인물이 되게 한 에너지는 실천적인 행동에 있었다. 회심 후 그의 가장 큰 숙제는 '스코틀랜드에서 국민 개개인의 집과 모든 가정들을 복음으로 접촉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였다"고 설명했다.

개혁주의 설교연구원 토마스 찰머스
▲토마스 찰머스 박사.
서창원 박사는 "복음선포 사역으로만 효과적인 구제 사역이 가능하다고 설파했던 그의 호소는 지금 개혁교회 지도자들이 깊이 되새겨야 할 진리로,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설교 준비와 전달에 혼신의 힘을 다했고 겉핥기식 강론이 아니라 맑은 샘물을 퍼올리는 깊이 있는 성경 연구와 적용에 힘썼다"며 "성도들이 사는 사회의 변혁은 강단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의 추진력에서부터 구현되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또 "찰머스를 통해 배우는 또 하나의 교훈은 개혁파 장로교회는 단순히 교세 확장의 한 방편으로서 복지활동에 깊숙히 간여할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복음의 능력을 경험하게 하는 일을 먼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복음으로 인한 심령의 변화가 없는 선한 행실들은 불신자들의 자선행위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2박 3일간 '토마스 찰머스와 교회 이해', '토마스 찰머스와 교회의 지도력', '토마스 찰머스와 교회의 섬김', '토마스 찰머스와 교회와 국가', '토마스 찰머스와 교회의 메시지' 등이 발표된다. 이 내용들은 당초 주강사로 내정됐던 이안 캠벨(Iain D. Campbell) 박사가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월 갑작스레 소천받으면서 서창원 박사가 원고를 대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세미나 원고들은 故 이안 캠벨 박사의 유작이 됐다. 이안 캠벨 박사는 3년 전인 2014년 설교연구원 정기 세미나 강사로 참석했으며, 원장 서창원 박사와 영국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다. 한국 나이로 54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소천받았다. 이번 마지막 원고 발표는 영국 BBC 방송에서 취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찰머스 박사가 초대 총회장을 지낸 교단의 프리처치신학교 모리스 로버츠 박사(Maurice Roberts, Banner of Truth 전 편집장)가 '칭의: 놀라운 선물', '로마서 7장에 있는 하나님 도덕법의 세 가지 용법', '유기에 대한 성경적 이해' 등을 저녁집회에서 강의한다. 특강에는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가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