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실행위
▲납골당 매각 안건을 다룬 합동 실행위. ⓒ김진영 기자

예장 합동(총회장 박무용 목사)이 벽제중앙추모공원(이하 납골당) 문제에 대해 또 악수를 두고 말았다.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노라고 자위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허술하고 미심쩍어 보이는 부분이 많다.

13일 열린 합동 총회실행위원회는 납골당을 최춘경 씨에게 27억 원에 팔기로 결정했다. 납골당 지분 15%를 갖고 있는 최 씨에게, 합동총회는 늘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자세를 취해 왔다. 토론 끝에 거수 표결에 부쳐 찬성 74명(위임 21명 포함) 반대 5명으로 안건이 통과됐다. 예장 합동에 소속된 수많은 목회자들의 노후는 계속 안갯속이다.

결의에 앞서 왜 27억 원에 매각해야 하는지, 116억 원 이상의 대여금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허활민 목사에 의해 금품 로비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에게 납골당을 파는 것이 옳은 일인지 실행위원들은 당연히 의문을 제기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유인물도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은급재단 소위원회 측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제대로 정산도 하지 않고, 약 90억 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 결의이니 매각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합동측은 지난 정기총회에서 납골당에 대한 소송이 끝나면 감정을 받아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결의했었다. 이에 대해서도 질의가 나왔지만 마찬가지로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저 골치 아프니 적당히 넘어가자는 분위기였다.

이에 몇몇 실행위원들이 납골당을 최 씨에게 매각하면 앞으로의 법적 문제를 다 책임질 수 있는 것이냐고 질문했고, 또 다른 실행위원은 아니라고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현재 납골기가 몇 개인지"조차 파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박무용 총회장은 총회 임원들이 이를 파악하기 위해 납골당에 갔으나, 그들(최춘경 씨 측)이 막아서서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교단이자 납골당의 실소유주라고는 믿기 힘든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결국 자신을 연금가입자라고 밝힌 한 실행위원이 "최춘경 씨가 납골당 입구 주차장 부지를 가지고 있어, 최 씨가 이를 막아서면 진입로 확보를 못 해 납골당이 폐쇄될 수도 있다"며 "잘못하면 300억 원의 연금 기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으니 최 씨에게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후 실행위원들은 표결을 거쳐 매각을 결의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만약 충성교회가 잔금을 치르고 납골당 소유권을 가져갔다면 똑같이 어마어마한 배상의 위험을 당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은급재단이 이를 알고 납골당 매매를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알고도 했다면 매도자2인 최춘경 씨가 당연히 자신의 주차장 부지도 충성교회에 넘겼어야 상식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은급재단이 알면서도 숨기고 했다면 법적으로도 문제(사기)가 될 수 있지만 도덕적으로는 더 큰 문제다.

총회실행위 결과가 어떻든 법적 권한을 가진 은급재단 이사회가 매각을 최종 결정한다. 그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게 되어 있다. 실행위가 결의했다고 해도, 앞서 총회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팔아야 한다는 결의가 있었다고 해도, 이에 대한 책임은 현 이사장인 박무용 총회장과 상임이사 김창수 총무, 그리고 이사들에게 있다.

물건을 팔 때는 당연히 그동안의 투자에 대한 손익을 계산하고 남은 물건의 가치를 정확히 따지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합동 은급재단은 200여 억이라는 돈을 지출했으면서도 그에 대한 판매 현황과 수익금, 그리고 남은 납골기 수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각을 결의했으니 참으로 무책임하고 황당한 일이다.

이날 한 실행위원은 이렇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납골당을 매각하려는 데 대해 로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