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흥행으로 보는 주술 환호 문화, 병드는 종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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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파묘>는 오컬트? 반일? (2)

▲무속과 풍수지리를 추종하는 이들 사이의 주술 대결을 소재로 삼는 영화, &lt;파묘&gt;.

▲무속과 풍수지리를 추종하는 이들 사이의 주술 대결을 소재로 삼는 영화, <파묘>.
박욱주 교수님의 이번 영화 평론에서는 지난 주에 이어 900만을 넘어 1천만 관객을 향해 가는 영화 <파묘>를 파헤칩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을 만든 오컬트 전문 크리스천 감독 장재현 연출의 이 영화에는 풍수사 역의 최민식(김상덕), 젊은 무당 김고은(이화림), 장의사 유해진(고영근), 법사 이도현(윤봉길) 등의 배우를 비롯해 김선영(오광심), 이다윗(사진사), 김재철(박지용), 김민준, 전진기(박근현), 박정자(고모), 이종구(보살), 이영란(배정자), 김지안(박자혜) 등의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평론에는 스포일러가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감염 주술 시작 모방 주술로 끝내
주술 상업화·미화, 세계적인 현상
서구 뱀파이어, 마녀 전설 상업화
기독교 영향 받아 저급·기괴 취급

동아시아, 후진 정신 참담할 정도
중국 1980년대 ‘강시, 요괴, 도사’
일본 1990년대 ‘링’, ‘주온’ 시리즈
한국 2000년대 이후 ‘기담’, ‘곡성’

보존해야 할 전통 문화 여겨 문제
고등 종교 약화 혹은 퇴락 시사해
세련된 연출로, 종교 퇴락 부추겨
종교성, 배타적 탐욕 추구 기울어

◈주술의 종류: 모방 주술과 감염 주술에 담긴 종교적 염원

영국 민속학자 제임스 프레이저는 유럽의 고대 원시종교들을 연구하면서 주술의 종류를 크게 두 종류로 분류했다. 첫째는 모방 주술로, 인간의 힘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특정 현상을 다양한 장치를 동원해 모방해 그 현상을 재현하거나 막으려는 행위이다. 가장 단적인 예로 기우제를 할 때 하늘로 물을 뿌리거나 물이 담긴 병을 처마 끝에 거꾸로 매다는 등의 행태를 지목할 수 있다.

둘째는 감염 주술로, 특정한 사람과 한 번 접촉한 적 있는 물건을 구한 다음 이 물건을 가지고 주술을 걸어 멀리서도 그 사람에게 좋은 영향 혹은 안 좋은 영향을 주는 행위이다. 단적으로 조선조 숙종 때 희빈 장 씨가 중전인 인현왕후를 저주하려 감행한 염매를 지목할 수 있다. 염매란 특정인 머리카락이나 옷자락 등을 구해와 인형이나 그림에 붙인 다음 거기에 악귀를 불러들여 저주를 받은 자가 병에 걸리게 하려는 의도를 담은 주술이다.

영화 <파묘>에 등장하는 파묘 행위는 감염 주술의 대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나 조상의 시신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살아있는 후세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주술적 믿음이 풍수설과 합쳐져 탄생한 것이 파묘와 이장 행위이다. 한국 중장년층에서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이 이 파묘와 이장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병철 삼성 창업주 등 한국 많은 고위 정·재계 인사들이 큰 일을 앞두고 부모의 묘를 파묘하거나 이장한 적이 있다. 지금도 일부 국회의원 후보나 대통령 후보들이 정치권력을 얻기 위해 파묘와 이장을 감행하고 있다. 덤으로 선거나 투자를 앞두고 ‘용한’ 무속인을 찾아 점을 보는 것을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긴다.

반면 <파묘>에 등장하는 쇠말뚝은 일종의 모방 주술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한반도라는 지역 전체를 하나의 생물체로 보고 그 혈맥에 꽂는 침을 모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침술은 이롭게 사용하면 혈류와 신경을 자극해 장기와 근육의 회복을 돕지만, 악용하면 특정 신체 부위를 고통스럽게 하거나 마비시킬 수 있다.

영화에서 일본 전국시대 무장의 시체와 일본도가 민족 정기를 끊는 쇠말뚝으로 사용된 것 역시 모방 주술 성격을 갖는다. 일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내전이었던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죽은 다이묘의 시체를 가져와 한국에 심는다는 것은 곧 일본에서 벌어졌던 전쟁의 참상을 한반도에 재현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이처럼 감염 주술로 시작해 모방 주술로 끝맺는 영화 <파묘>는 오컬트 소재에 대한 흥미와 민족주의에 근간을 둔 반일 감정을 자극하며 천만 관객 돌파를 가시권에 둘 정도로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다.

서구에서 뱀파이어나 좀비 소재 콘텐츠 혹은 마법을 주된 소재로 삼는 오컬트나 판타지 콘텐츠가 크게 흥행하는 것처럼, 한국 영화계도 <곡성>을 필두로 나름 흥행력을 가진 샤머니즘 기반 콘텐츠를 점점 적극적으로 제작, 발굴해가는 상황으로 보인다.

▲감염 주술로 시작해 모방 주술로 끝맺는 영화 &lt;파묘&gt;는 오컬트적 소재에 대한 흥미와 민족주의에 근간을 둔 반일감정을 자극하며 천만 관객 돌파를 가시권에 둘 정도로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다.

▲감염 주술로 시작해 모방 주술로 끝맺는 영화 <파묘>는 오컬트적 소재에 대한 흥미와 민족주의에 근간을 둔 반일감정을 자극하며 천만 관객 돌파를 가시권에 둘 정도로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다.
◈주술의 목적: 주술, 초자연적 힘에 대한 편협한 탐욕

주술을 완전히 미신으로만 취급할 수는 없다. 한국 샤머니즘도 작두타기나 점술처럼 나름의 초자연적 능력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매혹하고, 해외에도 각 나라마다 고유한 형태의 주술사들이 있어 실제로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리거나 점술을 행하기도 한다. 특히 아프리카 저개발국들에서는 과학적 의료체계가 뿌리내리지 못해,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주술사에게 운명을 내맡기고 있다.

그러나 주술의 효력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뿐더러, 주술을 행하는 이의 현상 해석 또한 워낙 제각각이고 자의적이라 신빙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 주술은 인류 보편적으로 유익한 삶의 지혜와 윤리의식을 함양하기보다 특정 인물 혹은 집단만의 욕망을 추구하는데 주로 활용된다. 이 편협한 탐욕이라는 특성은 주술이 보편화되지 못하고 고등종교의 영역으로 넘어갈수록 쇠퇴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영화 <파묘>는 주술의 이 배타적이고 탐욕적인 특성을 은폐하고 미화해, 우리 전통 주술을 마치 민족의 고유한 도덕률과 선의지를 이행하는 방편처럼 묘사하고 있다. 한국의 파묘나 일본의 쇠말뚝 모두 따지고 보면 특정 가문 혹은 집단의 세속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의 파묘나 일본의 쇠말뚝 모두 따지고 보면, 특정 가문 혹은 집단의 세속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의 파묘나 일본의 쇠말뚝 모두 따지고 보면, 특정 가문 혹은 집단의 세속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마치 한국의 무속과 풍수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사상을 받드는 것처럼 치장하고, 일본의 음양도(陰陽道)는 침략·파괴·압제 욕망을 실현시키는 방편처럼 묘사하고 있다. 심지어 일제의 쇠말뚝 전설은 실제 역사적 신빙성조차 없음에도, 마치 확실한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만약 일제 쇠말뚝이 실제 영화에서 보여준 것 같은 악영향을 미친다면, 해방 후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된 군사시설, 그리고 경치좋은 곳마다 벌어진 부동산 개발은 나라를 몇 번은 무너뜨리는 망국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은 말석이나마 선진국 지위를 획득했고, 전 세계에 꽤 강력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할 만큼 성세를 누리고 있다.

영화 <파묘>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주술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행태는 한 문명의 정신적 후진성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동아시아 각국의 문명은 종교적 측면에서 참담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 한국에는 샤머니즘, 중국과 대만에는 도교적 미신, 그리고 일본에는 신토 정령신앙 영향이 강하게 남아 올바른 종교성을 함양하는 데 결정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사실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한 자국 주술 문화의 상업화와 미화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은 서양 각국과 중국, 일본에 비해 이러한 현상이 훨씬 늦게 나타난 편이다. 이는 한국 대중문화계의 역량이 비로소 자국 주술 문화를 매력적으로 포장해 상업화할 만큼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서구권, 특히 영미권은 이미 19세기 빅토리안 시대 들어 <페니 드레드풀> 같은 매체를 통해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의 전설과 마녀 전설을 상업화했다. 다만 서구권에서는 기독교 문화 영향으로 주술과 오컬트가 여전히 저급하고 기괴한 문화요소라는 인식이 남아 있었다. 서구 대중문화계에서 주술과 오컬트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세기 말부터라고 볼 수 있다.

▲마녀, 늑대인간, 뱀파이어 등 서구 오컬트 및 주술문화 요소들을 총망라한 TV 시리즈 &lt;페니 드레드풀&gt;.

▲마녀, 늑대인간, 뱀파이어 등 서구 오컬트 및 주술문화 요소들을 총망라한 TV 시리즈 <페니 드레드풀>.
동아시아 각국 대중문화계에서 전통 주술이 막강한 흥행력을 가진 소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라고 볼 수 있다. 1980년대 동아시아 전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홍콩 영화계는 강시와 요괴, 도사 관련 영화들을 흥행시켰고, 일본은 1990년대와 2000년대 <링>과 <주온> 시리즈로 대표되는 현대화된 정령신앙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한국은 2000년대와 2010년대 들어 K-컬쳐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비로소 <기담>, <곡성> 같은 작품을 통해 전통 샤머니즘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알리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성은 각 나라가 자국 주술을 마치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전통문화처럼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에서 주술이나 오컬트는 기독교 문화의 영향으로 저급한 문화요소로 여겨졌지만, 근래에는 기독교 문화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그마저도 보존·계승되어야 할 전통문화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이런 문화 조류를 일으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중문화 속에서 주술이 각광받는 현상은 고등한 종교문화의 쇠락 혹은 퇴락을 시사한다. 인류 보편의 행복이나 깨우침을 추구하는 고등종교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증거이며, 한 사회의 종교성이 탐욕과 우상숭배의 방향으로 이끌리고 있는 징조라고 볼 수 있다.

영화 <파묘>는 상당히 세련된 연출력까지 힘입으면서 우리 사회 내부의 종교문화 퇴락을 부추기고 있다. 주술이라는 전근대적 행태를 미화하는 데 쓰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연출력이다. 주술에 열광하는 제작자들과 관객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마음에 품은 종교성이 점점 더 배타적인 탐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주술에 열광하는 제작자들과 관객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마음에 품은 종교성이 점점 더 배타적인 탐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주술에 열광하는 제작자들과 관객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마음에 품은 종교성이 점점 더 배타적인 탐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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