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코로나에도 방문 계속해
아이들, 마음 열고 먼저 다가와
장기 결석자들도 자연스레 접촉
교사들, SNS 등 아이들과 어디든
새 친구는 1년 보살펴야 잘 정착
교사실은 사랑방, 평소에도 북적

은평성결교회 중등부
▲윤형권 목사와 교사들이 은평중 앞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모습. ⓒ은평성결교회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중학교와 구산중학교 앞. 수업을 마치고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친근한 목소리로 과자와 젤리를 들고 이들을 맞이하는 몇몇 어른들이 눈에 띈다.

“쌤, 왜 이제 오셨어요?”
“매주 나올 거니까 자주 봐.”

“몇 학년이야? 교회 다녀 봤니? 한번 놀러와.”
“오늘 문자 받았어?”
“OO이 왔어? 과자 동생 갖다 줘.”

“이번 주에는 꼭 나갈게요.”
“그럼 나랑 약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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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권 목사와 교사들이 구산중 앞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모습. ⓒ은평성결교회

“일찍 일어나면 갈게요.”
“학원 가야 돼서 교회 못 나갔어요.”
“얘 저번에 같이 데려가려고 했는데.”

익숙한 듯 어른들 쪽으로 다가와 과자를 받아서 가기도 하고, 몇몇 아이들은 뛰어내려와 어른들과 포옹한다. 의외로 쭈뼛거리거나 대화를 피하는 아이들도 별로 없다. 교회에서 나온 것을 알지만 별다른 거부감도 느끼지 않는다.

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과자를 나눠주고 대화하며 맞이하던 이들은 은평성결교회(담임 유승대 목사) 중등부 윤형권 목사와 교사들이다.

다음 세대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은평교회 중등부는 130여 명(이하 출석 기준)의 청소년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 올해 초 고등부로 90여 명을 올려보낸 이후 숫자다. 새학기를 맞이한 지난 10일에만 5명이 새롭게 출석했고, 약 두 달 반이 지난 2024년 현재 30여 명의 새친구가 예배에 나올 정도로 부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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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수련회 모습. ⓒ은평성결교회

수적 부흥이 다가 아니다. 분위기도 뜨겁다. 지난 겨울 수련회에는 출석 숫자만큼 청소년들이 참석했고, 5시간씩 기도와 찬양 등 예배를 드려도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초청 강사나 찬양팀이 “이런 아이들은 처음 본다”고 할 정도. 아이들은 겨울 수련회가 끝나자마자 “여름 수련회는 언제 하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러한 은평성결교회 중등부의 대표적 활동이 ‘학교 앞 전도’다. 은평교회 중등부는 부임 후 중등부만 맡고 있는 윤형권 목사와 함께 7년 간 매주 화-금요일 하루 두세 군데씩 인근 중학교 10곳을 돌며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코로나19 때도 쉬지 않았다고 한다. 주로 과자를 챙겨가지만, 어느 때는 화로를 가져가서 쫀드기를 구워주거나 통 크게 떡볶이를 나눠주기도 한다.

이날은 남녀공학인 은평중과 붙어있는 구산중, 그리고 예일여중까지 세 곳을 돌았다. 보통 하교 시간이 겹쳐 동선 등을 고려하면 학교 두 곳밖에 찾을 수 없는데, 이번 주가 ‘상담 기간’이라 일부 학교에서 하교 시간이 달라져 세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교역자와 교사들이 하교 시간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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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에서 함께한 모습. ⓒ은평성결교회

윤형권 목사는 “꾸준히 학교 앞에서 전도하다 보니 학교 보안관 등 관계자들이 먼저 알아보신다. 그래서 코로나 때도 쉬지 않을 수 있었다”며 “강남 학교 앞 마약 음료 사건이 터졌을 때 가장 걱정했지만, ‘은평성결교회는 믿을 수 있다’며 막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보안관을 비롯한 각 중학교 관계자들에게 방문 때마다 인사와 대화, 음료 대접 등을 한 덕도 크다. 윤 목사는 “한 중학교 보안관님은 불교 신도이신데도 스스럼없이 교제한다”며 “전도도 막지 않고,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농반진반으로 ‘너희 교회 다녀라’ 권유도 해주신다”고 전했다.

꾸준함은 결실을 맺고 있다. 교회 청소년들이 하교하면서 학교 앞을 지키는 은평교회 교사들 주위로 몰려드니 같이 가던 친구들이나 지인, 선후배 등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다. 친구끼리 서로 연결돼서 교회에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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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를 맞아 지난 3월 10일 진행한 ‘교복데이’ 기념촬영. 맨 왼쪽이 윤형권 목사다. ⓒ은평성결교회

처음엔 ‘잡상인’ 취급을 당하는 등 여러 일들도 있었지만, 이젠 교사들이 오는 날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생겨나는 등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학교 앞 전도’는 장기 결석자 등 ‘잃은 양’과 다시 접촉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들은 전화 연락도 주로 받지 않는데, 학교 앞에서는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것.

교사들은 청소년들이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어디든 찾아간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도 활용한다. 예배 때 있었던 일이나 교사들의 교제 모습을 SNS에 올리면, 궁금해서 와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토요일에는 전화로 심방하고, 새신자들은 ‘특별대우’한다.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닭강정이나 피자를 손에 들고 앞에 서 있으면,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 대상이 된다. “뭐야? 나도 교회 갈래”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교역자부터 솔선수범한다. 학교 앞 전도를 시작한 것도 윤형권 목사였다. “아이들 만나는 게 좋아서” 시작했다는 학교 앞 전도는 이전 사역지인 신길교회 초등부부터 이어졌다. 은평교회 중등부에서도 처음엔 혼자 좋아서 시작했는데, 이를 본 교사들이 합류했다. 윤 목사는 주일마다 2명씩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1-2학기 초에는 모든 학생들의 개별 심방을 진행한다. 13일 학교 앞 전도 때도 윤 목사는 교회 청소년들의 이름을 대부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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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사랑방이 된 교육관 내 중등부 교사실. ⓒ은평성결교회

윤형권 목사는 “어딜 가나 말씀드린다. 부서가 부흥하고 있지만, 제가 하는 건 없고, 선생님들 덕분이다. 학교 앞 전도도 선생님들이 다 하시고, 아이들이 새로 오면 선생님들이 으쌰으쌰 양육하신다”며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서로 즐기면서 교제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게 느껴지니, 아이들이 따라온다”고 전했다.

윤 목사는 “‘중2병’ 같은 말처럼 중학생들이 힘들지 않냐고 하지만, 아이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그들에게는 이야기할 곳, 자신의 끼 등을 뽐낼 곳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학생회 임원도 적극 참여한다. 어른들의 편견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했다.

학교 앞 전도 외에 제자훈련을 2월부터 8주 과정으로 진행하고, 매일 밤 10시 30분마다 ‘데일리 줌 큐티’로 아이들을 만난다. 보통 윤 목사가 진행하는데, 아이들이 종종 나눔 신청을 한다. 미션스쿨의 경우 공간을 빌려 학교 내에서 예배를 드릴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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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응암역 앞 공터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찬양 버스킹을 진행하고 있다. ⓒ은평성결교회

교회 문턱도 낮췄다. ‘토요교실’과 ‘방학중교실’을 만들어 동아리 형태로 성경읽기부터 운동, 노래, 악기, 독서토론, 자기계발 등 다양한 과정을 마련했다. 청년 교사들이 재능기부로 지도하고, 교회 외부 청년이 재능기부로 동아리를 이끌기도 한다. 청년 교사들 위주로 19일 인근 6호선 응암역에서 ‘버스킹’도 진행했다.

중등부 교사실은 아이들의 ‘사랑방’이 됐다. 평소 컵라면이나 간식거리를 잔뜩 쟁여놓고, ‘먹고 돌아서면 배고플’ 나이의 아이들이 누구나 부담없이 와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안 믿는 친구들을 데려와서 함께 먹어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4월부터는 아예 그곳을 ‘공부방’처럼 운영해 스터디카페에 갈 여력이 안 되는 아이들이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청년 교사를 총무로 상주시킬 예정이다.

여름에 아이스크림 먹으러 따라왔다가 교회에 출석한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여름이면 도매로 아이스크림을 3백 개씩 주문해 교회 냉장고에 채워놓는다. 교사나 윤 목사가 상주하며 찾아오는 아이들을 맞이하니, 아이들이 교사실에 오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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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열린 체육대회에는 새신자 12명 등 170여 명이 함께했다. ⓒ은평성결교회

지역 중학생들을 위한 사역에도 뛰어들었다. 운동 등 각종 대회 등을 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대회를 주최해 학교별로 포스터를 붙이고 접수를 받고 있다. 올 여름에는 학생 10명과 교사 6명이 함께하는 영국 비전트립도 처음 계획 중이다.

윤형권 목사는 “지역 내 아이들 70% 이상이 은평교회 출신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비전을 품고 있다. 옛날 최부잣집 주변에 굶어죽는 이가 없도록 했던 것처럼, 이곳 사람들 중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문턱이 낮은 교회로 많은 학생들을 품어, 그들이 자라서 이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길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윤 목사는 “올해는 ‘Way Maker(사 43:15-20)’라는 표어로 버스킹과 비전트립, 지역사회 체육대회 등 여러 새로운 비전을 품은 만큼, 학생들과 교사들이 영적으로 더욱 성숙해지길 바란다”며 “이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고 담임목사님이 뭐든 허락해 주셔서 가능했다. 코로나 때 예배를 닫지 않아 주셨고, 완전한 자율성을 주면서도 예배 중심으로 세워 나가신다. 담임목사님이 새벽예배를 강조하니, 학생들도 나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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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훈련을 받는 모습. ⓒ은평성결교회

◈교사들의 이야기

13일 오후 학교 앞 전도를 마친 중등부 교사들도 아이들의 ‘사랑방’ 교사실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중등부의 뜨거운 부흥이 알려지면서 교사 지원자들이 늘어, 현재 은평교회 중등부 교사는 총 47명에 달한다.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이며, 사랑을 그야말로 쏟아붓는 반일수록 부흥한다고 한다.

10년째 중등부 교사로 섬기는 이향기 교사는 “요즘 청년 교사들이 늘면서 아이들도 좋아하고, 에너지도 넘치고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이들이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참 예쁘다”며 “새롭게 전도한 아이들은 1년 간은 쏟아붓는다고 생각해야 자리를 잡고 2년차에 주일에 꼬박꼬박 교회에 잘 나온다. 정착 비결은 계속 만나고 연락하는 수밖에 없다. SNS를 수시로 살피면서 칭찬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민감한 시기 엇나갈 위기에 있던 청소년들을 여럿 잡아줬던 이 교사는 “며 “가정이 잘 세워진 아이들은 그렇게 엇나가지 않지만, 한부모 가정이거나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친구들과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하지만 일단 아이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면, 밤 12시건 새벽 2시건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이 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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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 ⓒ은평성결교회

조은혜·김혜은 교사는 “하나님께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게 하신다. 알고 보면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그래서 배고프다고 하면 일단 먹인다. 정말 토할 때까지 먹더라(웃음). 아이들이 정말 엄마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향기 교사는 “보통 100여 명이 예배에 왔는데, 코로나19 때 50-60명으로 줄었다. 교회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안 좋아져서 학교 앞에서도 ‘교회 가자’는 말을 잘 못했다. 그렇게 놓치는 아이들이 너무 아쉬웠다”며 “전에는 관계전도만 했는데,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연락처를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