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걸음을 기쁘게 하였던,
꽤 많이 쌓였던 아침 산길의 눈은,
그 며칠의 봄 기운으로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가슴에 새겨진 인상으로서의 흰 눈은,
지워지지 않은 선한 모습으로 기억과 가슴과 호흡에 남아 있습니다.
그 인상이 내년 겨울을 기약하고 그리워하게 하고,
겨울을 추운 계절이 아닌 푸근한 계절로 느끼게 하며,
거절이 아닌 기다림의 계절로, 우리 곁의 친근한 벗으로 남아 있게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어느새 잎눈 망울 맺혀 있는,
산 끝 나뭇가지의 생동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삶이란 비바람과 눈과 추위에 살아남기 위해 강하고 단단하게 무장하지만,
부드러운 잎을 틔우는 새순의 여림으로 세상을 다시 엽니다.
강함으로 보호를 하고 결의를 다지지만,
결국은 부드러움과 유연함으로 세상을 열고 뻗어나가고 하늘조차를 덮습니다.
추위를 견디었고 누군가를 보호해 주었듯이,
또 누군가를 그 여름의 땡볕에서 보호해줄 풍성한 잎들을 내밀어줍니다.
본 것과 느낀 것은, 우리 뇌리와 가슴에 인상을 남깁니다.
그 인상을 가지고 우리는 추억하며, 그리움을 구성하며, 삶을 회고합니다.
회고 속의 그림들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며,
힘들 때 꺼내보고 미소 짓고 힘을 내어 다시 삶의 이유와 의지를 다지는 자산입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3월, 봄이, 우리 가슴과 기억에 그윽한 인상이 되어,
삶의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고, 생각만 해도 배부르고 가슴 가득 차는 은총이소서.
정호승 “봄길” 시의 구절처럼,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되시고,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되소서.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 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