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진의 북한포커스] ‘10대 원칙’ 또 수정? 점점 무리수를 두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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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진 박사(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정교진 박사(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10대 원칙’, 무엇인가?

“북한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거의 대다수가 ‘주체사상’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이라는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의 당 문건, 정치 문건들을 보면 ‘주체사상’ 용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주체사상을 대체하는 용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당의 유일사상’이다. 북한은 당-국가 체제이기에 주체사상이 국가지도이념이면서 동시에 조선노동당이 내세우는 혁명사상이다. 또한, 당원들뿐만 아니라 인민 대중들이 반드시 숙지하고 지켜야 할 행동강령이 있는데 그것이 ‘10대 원칙’이다. 성경 구약의 10계명과 비견된다. 김정일 시기에는 ‘당의 유일지도체계확립의 10대원칙’이었다. ‘당의 유일사상’은 ‘주체사상’을 가리킨다. 그런데,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체계화시켜 ‘김일성주의’를 제시했다. ‘김일성주의’는 ‘김일성의 유일혁명사상’(주체사상)에 ‘김정일의 유일지도체계’를 결합한 것이다. 이는 곧, 김정일의 유일적 지도에 의해서만 김일성의 혁명사상이 완수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행동강령(10대원칙)을 ‘당의 유일지도체계확립의 10대원칙’라고 한 것이다. 여기서 ‘당의 유일사상체계’가 아닌 ‘당의 유일지도체계’라고 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대원칙이 ‘사상’보다는 ‘지도체계’를 더 내세우는 것을 감지해야 한다.

2012년 정권을 승계한 김정은은 ‘김일성주의’를 ‘김일성-김정일주의’로 확대강화시켰다.
여기에는 어떤 논리가 작동되는가? 그것은 김정은의 유일적 지도에 의해서만이 김일성의 혁명사상과 김정일의 혁명사상이 완수된다는 논리이다. ‘유일적 지도’는 이미 김정일이 사용했기 때문에 김정은은 ‘유일적 영도’라고 차별화시켰다. 2013년에 10대 원칙이 ‘당의 유일영도체계확립의 10대원칙’으로 탈바꿈한 이유다.

2022년, 10대 원칙이 또 바뀌나?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 이후,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서 작년 중, 하반기부터 김정은을 직접적으로 수령으로 지칭하며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내세웠다. 현재까지 김정은 혁명사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북한이다. 아직까지 북한이 ‘김정은주의’라고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김정은주의’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지난달, 1월 7일 자, 노동신문 사설(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전원회의의 강령적문헌들을 깊이 학습하자)에서는 기존의 어떤 글들보다 ‘김정은 혁명사상’이라는 용어를 많이 표기(8회)했다. 특이점은 김정은 혁명사상을 운운하면서 ‘신조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수령의 사상과 뜻을 신념화, 신조화한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과업이 나섰다고 하여도 주저하지 않으며 그 어떤 난관도 과감히 뚫고 나간다.”

‘신조화’라는 용어는 북한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는다. 필자가 확인한 바, 1월 7일자 사설에 사용되었고 그 직전에는 작년 10월 28일자 사설에 사용되었을 만큼 매우 드물게 사용되는 용어이다. 특별한 의미를 담는 용어인 만큼 이 용어를 사용한 분명한 목적도 있겠다. 1월 7일자 사설은 김정은 혁명사상 실천을 강조하면서 ‘자각적 일치성’ ‘행동의 통일성’을 주문했다. 이는 온 사회에 김정은 혁명사상의 일색화를 주장한 것이고 거기에 신조화라는 용어가 들어간 것이다. 북한에서 이 신조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용어가 바로 ‘10대 원칙’이다. 북한이 김정은 혁명사상에 신조화를 붙인 것은 무엇인가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22년에 북한이 10대 원칙 안에 김정은의 혁명사상도 포함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조만간 그 내용들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1월 11일 자, 노동신문 사설(당중앙의 두리에 천만이 굳게 뭉친 일심단결의 불가항력으로 더 큰 승리를 이룩해나가자)의 내용은 여기에 대한 전망을 더욱 확신케 해 주었다. 이 사설은 김정은의 혁명사상으로 더욱 튼튼히 무장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김정은 혁명사상을 시대적 혁명 건설의 위대한 실천강령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2022년을 혁명적 대경사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수령(김일성)의 후손, 장군(김정일)의 전사로, 제자로서 마땅한 본분이라고 했는데 이 표현들은 10대원칙 중 제2원칙의 항목 중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사설은 바로 뒤이어 김정은 혁명사상이 철저히 실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결정적으로, 아래와 같은 문장이 사설에 나온다.

“전당과 온 사회에 당중앙의 유일적령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워 우리 혁명대오를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와 사상과 뜻, 행동을 같이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어야 한다.”

‘당중앙의 유일적령도체계’는 곧 10대원칙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위 문장의 요지는 김정은 혁명사상을 전체인민들의 행동강령이 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근거들은 김정은이 2013년에 김정일의 혁명사상을 포함시키기 위해 10대 원칙을 수정한 것과 같이 2022년에는 다시 10대 원칙을 수정하여 자신의 혁명사상을 포함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해준다.

어떻게 바뀔 것인가?

그렇다면, 어느 부분이 수정될 것인가? 2013년 수정된 부분이 큰 참고가 될 것이다. 필자는 각각의 원칙 안에 있는 세부항목들보다는 제1원칙에서 10원칙만 한번 검토해보았다. 우선, 제 1원칙인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기위하여 몸바쳐 투쟁하여야 한다.”이다. 그 전에(1974년 10대원칙)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하기 위하여 목숨 바쳐 투쟁하여야 한다”였다. 만일, 제1원칙에 김정은의 혁명사상이 포함된다면 다음과 같이 수정될 공산이 크다. “온 사회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혁명사상으로 몸바쳐 투쟁하여야 한다.” 당장, ‘김일성-김정일주의화’와 함께 ‘김정은주의’를 병렬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아직, 북한이 공식적으로 김정은 혁명사상을 ‘김정은주의’로 제시한 바도 없다.

제2원칙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를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으로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 모셔야 한다.” 1974년에 제정된 제2원칙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충성으로 높이 우러러 모셔야 한다.” 만일, 제2원칙도 수정된다면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 김정은동지를 우리 당과 인민의 수령으로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 모셔야 한다”라는 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부차 항목들도 김정은과 김정은 혁명사상을 곳곳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제3원칙,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권위를 절대화하여야 한다”(1974년)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권위, 당의 권위를 절대화하며 결사옹위하여야 한다”(2013년)로 수정되었는데, 만일 이번에 다시 수정된다면 ‘김정은동지의 권위’도 포함시킬 것이다.

제4원칙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혁명사상과 그 구현인 당의 로선과 정책으로 철저히 무장하여야 한다.”인데, 이것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제5원칙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유훈, 당의 로선과 방침관철에서 무조건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이고 제7원칙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를 따라배워 고상한 정신도덕적 풍모와 혁명적사업방법, 인민적사업작풍을 지녀야 한다.”인데 여기서도 적절하게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제6원칙, 제8원칙, 제9원칙에는 김일성, 김정일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음).

제10원칙은 “위대한 김일성동지께서 개척하시고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께서 이끌어오신 주체혁명위업, 선군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완성하여야 한다”인데, 여기에도 김정은 혁명위업을 넣어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정은의 혁명위업을 무엇으로 표기할 것인가이다. 필자는 ‘사회주의혁명위업’으로 표기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왜냐하면, 2013년 제10원칙 제5항의 내용에 이미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의 길’이라고 표기한 바 있다. 또한, 작년 제8차 당 대회 이후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국가목표를 정하고 있는 북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연말에 개최된 당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정 이후 현재까지 북한 언론매체에서 가장 강력히 내세우고 있는 구호가 바로 ‘우리식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이다.

최근 노동신문의 사설, 논설, 정론들이 내세우는 공통점은 김정은 혁명사상의 ‘신념화’, ‘체질화’이다. 이를 대중실천운동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정은의 혁명사상이 10대원칙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절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만일, 김정은의 사상이 10대원칙에 포함된다면 그의 존재와 지위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노동신문 사설들에서는 인민대중들에게 어떠한 시련과 난관이 있더라도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결코 변치 말아야 된다고 강력주문하고 있다. 현재, 김정은은 북한경제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을 감지하고 있다. 여기서 김정은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북한주민들을 정신적, 사상적 포로(노예)로 더욱 철저히 만드는 것이다. ‘10대 원칙’안에 자신의 사상을 포함시키는 것이 인민들에게 주입하는 강력한 마취제며, 동시에 최후 생존전략임을 김정은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길은 김정일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그 만큼 리스크가 클 것이다. 작년 1월 제8차 당대회 이후 ‘인민적 수령’으로 추대된 김정은이었지만 작년 12월 연말, 당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이후에는 ‘당중앙’으로 한 단계 낮추어 불려지고 있는데, 이 또한 정치적으로, 민심의 향배가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북한의 정치 현실이 김정은에게 점점 무리수를 두게 하고 있다.

정교진 박사(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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