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받았던 빌라델비아 교회도… 무슬림 땅에서 폐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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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34] 제3차 전도여행(21) 빌라델비아(1)

빌라델비아 의미, ‘형제 우애’
1390년 오스만 제국 점령당해
‘여러 색 가진’ 알라세히르 돼
‘성 요한 교회’도 폐허 유적만

▲빌라델비아 읍내. 성 요한 교회 인근.

▲빌라델비아 읍내. 성 요한 교회 인근.

“빌라델비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거룩하고 진실하사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그이가 가라사대 볼지어다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적은 능력을 가지고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치 아니하였도다(요한계시록 3장 7-8절)”.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공급하라(베드로후서 1장 7절)”.

사데 유적지를 떠나 남쪽으로 한 시간 동안 계속 달리니 알라세히르(Alasehir) 읍내가 나타난다. 이곳이 성경 요한계시록 3장에 나오는 일곱 교회 가운데 한 곳인 빌라델비아(Philadelphia)이다. 빌라델비아의 뜻은 고대 그리스어로 ‘형제 우애(兄弟 友愛, Brotherly Love)’이다. ‘형제 우애’는 위 말씀처럼 베드로후서에 기록돼 있다.

원래 빌라델비아는 기원전 159년부터 138년까지 재위한 페르가몬(버가모) 왕국의 아타루스 2세 필라델푸스(Attalus II Philadelphus) 왕이 세운 마을로, 그의 이름을 붙였다. 페르가몬 왕국(Kingdom of Pergamon)은 아탈리드 왕국(Attalid Kingdom)이라고도 부른다.

▲성(聖) 요한 교회 유적.

▲성(聖) 요한 교회 유적.

그후 빌라델비아는 초대교회 시절부터 기독교인들이 거주하는 곳이었으나, 이슬람교 오스만 제국이 등장해 1390년 이슬람군에 점령당했다. 이후부터 오스만 제국은 빌라델비아라는 이름을 이슬람식인 알라세히르로 변경하였다.

알라세히르는 ‘여러 색을 가진 마을’이라는 뜻이다. 현재 알라세히르 읍(邑)이 속한 알라세히르 군(郡)의 인구는 약 10만 명이지만, 알라세히르 읍은 인구 약 2만 명에 불과하다.

읍내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옛날에 만든 높고 두꺼운 벽의 일부가 아직도 남아 있어, 이곳의 무게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이곳은 서기 17년과 23년에 일어난 큰 지진으로 심하게 파괴돼 고대 유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곳을 여러 번 방문했다는 택시 운전기사는 자동차 한 대가 간신이 지나 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잘도 운전하며 빌라델비아 교회 유적지에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성(聖) 요한 교회 유적.

▲성(聖) 요한 교회 유적.

빌라델비아는 보즈닥 산기슭에 있으므로 유적지는 약간 경사가 진 길을 따라 올라가 주민 주거지역 한 가운데 있는데, 면적은 가로-세로 70m 정도 되어 보였다. 입구 왼쪽에서는 아직도 발굴이 계속되고 있는데, 발굴 현장에는 영어로 ‘Philadelphia’라고 쓴 조그만 목재 간판(크기 30cm x 50cm정도)이 벽에 붙어 있다.

육중한 두 기둥 일부만 남아있고 거의 파괴된 이 교회는 성(聖) 요한 교회(St. Jean Church) 유적으로서,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을 쓸 때의 것은 아니고 사도 요한이 세상을 떠나고 약 550년이 지난, 서기 600년 경에 지은 것이다. 즉 사도 바울 순교 이후 약 550년 뒤 지어진 것이다.

교회 유적지를 나오는데 여러 명의 여자 중고등학생들이 몰려와 필자의 처와 딸에게 간단한 영어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반가워한다. 빌라델비아 교회도 서머나 교회와 함께 주님께 칭찬받은 교회인데, 오늘날은 이슬람권(圈)에서 폐허가 되어 있는 모습에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팠다.

버가모에서 여기까지 우리를 태우고 온 택시는 오후 5시, 우리를 빌라델비아 버스터미널에 내려주고 다시 버가모로 돌아갔다. 운전기사는 매표소에서 우리가 승차표를 잘 사도록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원래 계약한 요금을 주자, 그는 필자를 믿고 있었던지 필자가 세어보라고 해도 괜찮다고 하며, 돈을 세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은 뒤 정중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빌라델비아의 중앙 도로.

▲빌라델비아의 중앙 도로.

버스 터미널에서 골로새를 가려고 일단 데니즐리(Denizli) 시(市)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터미널 입구에서 군밤을 구워 파는 노인네로부터 군밤을 샀다. 군밤을 굽는 어설픈 기구와 분위기가 오래 전 우리나라 군밤 장수와 별다름 없어 정겹게 느껴졌다. 우리는 데니즐리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군밤을 까서 먹었다.

미국 동부의 도시 필라델피아는 성경에 나오는 이곳 빌라델비아 이름을 붙인 것이다. 2023년 10월 초,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1년 이상 하마스가 있는 가자지구를 보복 공격하고 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사이에 있는 길이 14km의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에 지하 터널을 파서 은밀하게 보급품을 가자지구에 반입하고 있으나, ‘필라델피아 회랑(回廊)’이라는 이름은 성경의 빌라델비아와 아무 상관이 없다. 단지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용 암호가 회랑 이름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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