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 향한 선교의 핵심 요소는 교회의 연합”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온누리교회서 ‘하나님의 동역자들…’ 주제로 로잔대회 후속 모임

복음에 대한 신뢰, 전하는 자의 온전성에 달려
교회, 다양한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 하나 됨
사랑과 관용, 강한 선교적 의미… 진리 증명해

▲패널 토의가 진행 중이다.  ⓒ강혜진 기자
▲패널 토의가 진행 중이다. ⓒ강혜진 기자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 후속 모임이 ‘하나님의 동역자들: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본 선교’라는 주제로 9월 30일 온누리교회 서빙고 비전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 박사와 넬슨 제닝스(Nelson Jennings) 박사가 주강사로 나섰으며, 백인규 목사와 고길현 목사가 통역을 맡았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는 로잔신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로잔 언약(1974년 제1차 로잔대회)과 마닐라 선언(1989년 제2차 로잔대회)에 뿌리를 둔 ‘케이프타운 서약: 신앙고백과 행동’(2010년 제3차 로잔대회) 초안을 작성한 인물이다.

라이트 박사는 이날 ‘감찰하시는 하나님: 선교에서의 책임성과 온전성’이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복음에 대한 세상의 신뢰는 복음에 따라 살아가며 선포하는 사람들의 온전성에 달려 있다. 그리고 기독교의 사역과 선교의 온전함은 견고한 책임성을 통해 보장된다”며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부정직함이라는 기초 위에 세울 수 없다. ‘성공’과 ‘성과’에 대한 우리의 갈망은 우리를 거짓으로 점철돼 왜곡되고 과장된 주장을 하게 만들며, 온전함을 포기하라는 유혹을 받게 한다. 그러나 빛 가운데 걸어가는 것은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 ⓒ강혜진 기자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 ⓒ강혜진 기자

라이트 박사는 “한국교회와 선교지에 정직함의 파도가 넘쳐나기를 기도한다. 한국 선교운동과 협력교회들이 개방성과 용기, 상호에 대한 신뢰와 영적 성숙함을 가지고 ‘우리 스스로에 대해 정직하게 바라보며, 서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심스럽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투명하게 드러내자’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하나님과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가올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길 바란다. 성경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성령께서 그의 백성 가운데 이러한 온전함과 책임성을 요구하신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라이트 박사는 이어 ‘하나 되게 하시는 하나님: 선교의 하나 됨과 소망’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선교사역을 하는 데 있어 어떻게 연합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다뤘다. 라이트 박사는 “바울 시대를 포함해 기독교인들은 늘 의견의 대립을 겪어 왔다. 셀 수 없는 많은 교단의 숫자는 분열의 안타까운 현실을 드러내는 증거다.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바울 사도는 로마서 14, 15장에 나타난 이방인 성도들과 유대인 성도들의 갈등에 대해 두 가지 중요한 답변을 내놓았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버리지 않으셨다는 것이고, 둘째는 메시야 예수를 믿는 이방인과 유대인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하나 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당시 로마교회를 통해 스페인으로 파송받기를 원했던 바울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바울에게 교회 됨이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것이다. 복음의 능력으로 창조된 다민족·다문화 공동체가 곧 교회이고, 교회는 분열된 세상 속에 ‘복음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화해의 능력’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며 “그 복음은 다민족 교회가 서로 용납할 것을 요구한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서로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환영하시는 것처럼, 탕자를 맞이하며 입맞춤했던 아버지처럼 받아들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갈등 중 하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의 분열이다. 두 공동체 내에도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이 있다. 긴장은 고조되고 상황은 복잡하다”며 “그 문제와 관련된 베들레헴의 한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출신의 한 목사는 ‘원수는 우리가 분열되길 바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미 우리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신 일에 따라, 우리의 모습과 관계가 변화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진정한 차이를 보여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으로 행하며 우리의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용납하는 것은 강력한 선교적 의미를 가진다. 이를 통해 세상을 향해 ‘복음이 진리이며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넬슨 제닝스 박사. ⓒ강혜진 기자
▲넬슨 제닝스 박사. ⓒ강혜진 기자

상황화의 핵심 주체, ‘하나님’과 ‘복음의 수신자’
한국 선교사들에 대한 선교지인들 생각 이해를
오래 사역한 한국 선교사들, 통찰력 갖추게 돼

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OMSC) 대표이자 일본 선교사 출신의 넬슨 제닝스 박사는 ‘데려오시는 하나님: 선교에서의 섬김과 변화’를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복음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상황화의 주체 행위자가 타지에서 온 복음 전도자, 곧 선교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현실은 다르다. 상황화의 핵심 주체는 외부에서 온 전도자들이 아닌 하나님과 그 문화적 상황 안에 있는 사람들, 즉 복음의 수신자들”이라며 “루스드라의 경우, 상황화의 주체는 성령 하나님과 루스드라의 사람들이었다. 전도자로서 바울의 역할은 필수적이었고 중요했으나, 바울이 아무리 복음을 열심히 전했다 해도 성령의 역사와 루스드라 사람들이 이해한 내용이 제일 중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문화권 선교사는 현지인들의 방식을 따르며, 어울려 살아가는 손님의 태도와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것이 언어든, 소통의 방식이든, 법적 문제이든, 선교사는 겸손히 그곳 사람들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며 “경험이 부족한 선교사들은 종종 선교지의 낯선 문화적 특징들이 단지 자신에게 새롭고 다르다는 이유로 그것을 틀린 것, 혹은 악한 것, 심지어 악마적이라고 성급히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문화적 겸손이란 모든 상황이 아름다운 측면과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 심지어 악하고 악마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배우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선교사가 하나님께서 자신을 데려오신 상황의 역사, 관습, 가치, 열정과 같은 다양한 특징을 계속 배우고자 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제닝스 박사는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교회가 보여준 성장, 열정, 본보기, 관대함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면서도 “한국 선교사들은 자신이 섬기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하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한국 선교사들은 자신이 섬기러 온, 자신과 매우 다른 선교지의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을 새로운 상황 안으로 데려오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기억하고, 그곳 사람들이 한국 선교사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전 세대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선교지) 사람들이 한국 선교사들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로 여겼다. 당시 한국인들은 덜 풍족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 선교사들이 서구 선교사들보다 (피선교지 주민들과) 훨씬 관계 맺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경제적 풍요, 첨단 기술, 높은 생활 수준을 가진 곳으로 알려졌다. 이는 분명 한국 선교사들에게 위험 요소로도 작용한다”고 했다.

아울러 “오랜 기간 사역해 온 한국인 선교사들은 이제 새로운 통찰력과 관점으로 한국과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고, 그들의 자녀들은 국제적인 환경 가운데 성장해 언어와 문화에 대한 국제적 감각을 갖추게 됐다. 하나님께서는 한국 선교사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다양한 상황 안으로 데려오셔서, 그들을 변화시키며 성장시키고 계신다”고 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백인규 목사, 이재훈 목사,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 넬슨 제닝스 박사, 고길현 목사, 최형근 교수. ⓒ강혜진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백인규 목사, 이재훈 목사,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 넬슨 제닝스 박사, 고길현 목사, 최형근 교수. ⓒ강혜진 기자

다음세대가 이전세대 따르도록 격려한 것 감명
영어 위주의 대회 형식 벗어나지 못해 아쉬워
비영어권과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 주길

강의 이후에는 한국로잔위원회 부위원장 최형근 박사의 사회로 이재훈 목사,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 넬슨 제닝스 박사의 대담 및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오늘 현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로잔운동이 화해와 일치의 노력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보이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고 추구하는 것임을 안다. 그러나 지난 대회에서도 참가자들은 로잔이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고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라고 느꼈다”며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들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시길 바라는 것이 분명히 선교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 서울선언문에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현했는데 제외돼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나 사회 공의에 대한 선지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평화를 바라며 기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로잔대회 때 다음세대가 이전 세대의 발자취를 따르도록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한국교회의 밤’ 행사 때, 한국교회가 정점에서 내려와 현재 직면한 다음세대 문제 등 위기와 어려움을 고백하며 기도를 요청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로잔위원회 공동의장 이재훈 목사는 “공동의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아시아·아프리카 프로그램위원회·신학위원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요청했고, 그것이 잘 이뤄졌다. 강연자들도 아시아쪽 인사들이 많이 참여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사실 프로그램 기획 초기에는 다양한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랐다. ‘가능한 한 일부 강의는 그 나라의 언어로 하고, 영어로 통역을 들려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최고 수준의 통역 시설과 장비 등, 한국의 기술로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영어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모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신 도구이고, 많은 기독교적 유산이 영어로 보존돼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언어의 폭을 더 넓혀서, 앞으로 다른 언어도 함께 사용하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로잔대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받은 유익과 도전, 향후 기대에 대해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선교와 교회를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로잔대회는 선교운동”이라며 “한국교회 미래를 생각할 때 젊은 세대들 가운데 의미 있는 강연자들을 더 많이 세우면 좋겠고,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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