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존중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문화예술 분야도 한류 열풍이 불 만큼 세계인의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9-24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 자살률보다 3배나 높다. 자살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라고 한다.
노인 자살률도 높다. 2010년 81.9명으로 최고조에 달했고, 그 후 조금씩 감소해 2017년 이후 47명대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자살률은 2013년 인구 10만 명당 28.5명이었는데, 2020년에는 24.1명으로 다소 낮아졌다.
자살과 함께 낙태 문제도 심각하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시행 이후 46년 만에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2020년까지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한 유튜버가 ‘36주차 임신중단(낙태)’ 영상을 올려 큰 충격을 주었다. 경찰이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결과 사실로 밝혀져, 보건복지부가 수사를 의뢰해 해당 유튜버와 집도의가 살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모자보건법상 24주를 넘어가는 낙태는 불법이다. 다만 복지부는 형법상 낙태죄에 처벌 효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모자보건법 위반 대신 살인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자살과 낙태 문제와 함께, 생명안전 불감증도 문제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를 큰 슬픔에 빠지게 하면서, 생명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그리고 2021년 1월 2일 방송 보도로 알려진, 생후 16개월 된 영아가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정인 양 사건은 우리 사회를 큰 충격과 분노로 들끓게 했다.
2022년 10월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 또한 생명 안전을 위한 선조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했다.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자살과 낙태와 생명안전 문제만이 아니다. ‘묻지마 살인사건’과 폭행, 아동 폭력, 노인 학대, 애완동물 학대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생명경시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의 생명 안전도 중요 과제다. 국내 제조업과 철도 운송업 등 대규모 사업장 가운데 등 대기업 사업장이 하청의 사고사망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 노동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율안전보건관리 시스템 지원과 공공기관 안전대책을 추진하는 한편, 모든 사업장에 대해 안전관리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철저한 조사와 통계를 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안전등급을 매긴 후 자율적으로 안전등급을 올리기 위해 안전교육과 시설 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공인된 절차에 의해 안전등급을 올린 것이 검증된 사업장에는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적극적으로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입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은밀하게 번지고 있는 문제 중 또 하나는 중독 문제다. 알콜, 마약, 도박 등으로 개인의 삶이 황폐해지고 가정이 고통을 당하는일이 확산하고 있다.
중독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독자는 35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마약 중독자가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이하일 경우 마약 청정국가로 인정되는데,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32명 꼴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청소년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마약 흡입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 번 마약을 흡입하기 시작하면 쉽게 끊을 수 없다. 중독 문제는 예방이 최선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행복한 시민, 건강한 가정, 밝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생명경시 현상을 극복하고 생명존중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 어떤 가치보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생명권은 천부인권이다. 생명존중 사회가 되려면 생명 사랑, 생명 보호, 생명 돌봄, 생명 안전 등 생명존중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하여 ‘생명존중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
그래서 생명을 가진 모든 대상을 존중하고, 우리 사회에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뿐 아니라 서로를 돌아보고 섬기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생 문제도 생명존중 차원에서 극복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국경일(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법률로 지정한 ‘국경일’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법정 공휴일(1월 1일, 부처님오신날, 성탄절 등)’, 그리고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정부가 제정 및 주관하는 기념일인 ‘국가 기념일’이 42개가 있다.
42개의 국가 기념일 중에는 ‘정보보호의 날(7월 둘째 수요일)’, ‘푸른 하늘의 날(9월 7일)’, ‘문화의 날(10월 셋째 토요일)’, ‘부부의 날(5월 21일)’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생명존중의 날’도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김철영 목사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사무총장으로 2019년 6월 우리나라 최초로 ‘생명존중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추진해 왔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과 한국교계 국회평신도5단체협의회 상임 사무총장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