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환 목사의 일대기부터 리더십, 설교까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하우스보이에서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

근검절약으로 소문난 구두쇠, 받은 은혜만 기억하는 사람
정직과 근면을 생활화하고, 복음 증거에 목숨 걸었던 사람
포용력 있고 겸손할 뿐 아니라, 활력 넘치고 생기 있는 사람
탁월한 기억력과 전달력, 시간 관리 철저 및 부지런한 사람
인간관계 중시 의리 있는 사람, 겸손으로 허리를 동인 사람

김장환 목사 평전
신성욱 | 미래사 | 1,088쪽 | 39,000원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역사가 일어나고,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면 기적이 일어난다.”

극동방송 1층 벽에 새겨진 이 문장은 2023년 구순을 넘긴 김장환 목사의 모토이자,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설교학자인 아신대 신성욱 교수가 집필한 <김장환 목사 평전>은 1부 ‘복음전도자 김장환 목사’와 2부 ‘전파 선교의 첨병 극동방송’으로 구성돼 있다. 입지전적인 그의 삶을 보여 주듯, 1천여 쪽의 두툼한 분량이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 중 한 사람이자 세계침례교연맹 총회장을 지내는 등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글로벌 리더 김장환 목사의 스토리는, 비단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어른이 없는 이 시대, 대표적인 ‘영적 스승’이자 원로인 김장환의 일대기는 읽어 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김장환 목사가 &lsquo;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rsquo; 극동방송 토크쇼 1천 회를 진행하고 있다.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가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극동방송 토크쇼 1천 회를 진행하고 있다. ⓒ극동방송

6.25 전쟁 당시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이었던 소년 장환이 미군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교회를 개척하고 극동방송을 맡아 발전시키며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에서 활약하는 등 한국과 세계 교회 역사에 굵은 획을 긋는 위치에 올라가기까지, 하나님께서 그를 어떻게 사용하셨는지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그의 어린 시절은 고난과 연단의 준비 과정이었다. 김장환은 1934년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소작농이던 아버지는 그가 중2 때인 6.25 전쟁 전 죽음을 맞이했다. 그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는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어서 동네를 다니며 젖동냥을 해야 했다고 한다.

형편이 좋지 않아 중학교는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했던 장환은 열심히 공부해 반 친구 70명 중 5명만 합격할 만큼 경쟁률이 높은 6년제 수원농림중학교에 합격했다. 방과 후에는 집안일을 돕고 쇠꼴도 베어 먹이고 나무를 하러 다니고 밭일도 해야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어린 시절 그의 꿈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등록금이 면제되는 철도고등학교 소식을 듣고 서울로 시험을 치르러 갔는데, 그 전날 북한이 쳐들어와 시험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간 그와 가족들은 인민군 틈새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이후 3년간 나라는 쑥대밭이 됐고 그의 미래도 암울해 보였다.

▲(왼쪽부터) 1950년대 하우스보이 시절 미국 유학을 보내준 칼 파워스 상사와 함께한 김장환 목사의 밥존스 졸업사진. ⓒ미래사

▲(왼쪽부터) 1950년대 하우스보이 시절 미국 유학을 보내준 칼 파워스 상사와 함께한 김장환 목사의 밥존스 졸업사진. ⓒ미래사

믿지 않는 가정에서 소망 없이 살아가던 그에게, 6.25 전쟁은 그야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됐다. 초콜릿이나 껌을 얻기 위해 서성이던 미군 주둔지 앞에서, 병사 하나가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 것이다. 난로에 불을 지펴 준 뒤 지저분한 막사를 자발적으로 깨끗이 치웠더니, 그 미군이 “오, 원더풀”을 연발하며 그를 ‘하우스보이’로 채용했다.

미군이 1주일 정도 수원에 머물렀던 것을 생각하면, 많은 친구들 중 그가 미군의 눈에 띈 것은 기적이었다. 영어를 더 배우고 싶어, 부대를 옮기는 미군을 따라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경산으로 향했다. 정식 하우스보이가 된 그에게는 ‘빌리 킴(Billy Kim)’이라는 새 이름이 생겼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칼 파워스 상사다. 그와의 만남은 장환의 일생을 완전히 뒤바꿨다. 전쟁통에 부모와 생이별한 어린이들을 보고 마음이 몹시 아팠던 파워스 상사는 한 명의 아이라도 구해내겠다고 결심했고, 평소 눈여겨본 장환을 미국으로 데려간 공부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영어가 짧고 신앙도 없던 그의 입학을 보수 기독교 학교인 ‘밥 존스’에서 허가할지는 미지수였다.

▲1973년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에서 빌리 그래함 목사(오른쪽)와 그의 설교를 통역하는 김장환 목사. ⓒC채널

▲1973년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에서 빌리 그래함 목사(오른쪽)와 그의 설교를 통역하는 김장환 목사. ⓒC채널

1951년 5월 25일, 밥 존스의 입학허가서가 도착했다. 그의 어머니도 처음 보는 낯선 외국 군인을 전적으로 믿고 소중한 막내아들을 맡겼다. 그 시절 가난한 시골 학생의 미국 유학은 그야말로 기적 중의 기적이었다. 더구나 파워스 상사는 장환의 유학 서류 준비를 위해 한국 근무를 몇 차례나 연장했다. 믿지 않던 그와 파워스 상사를 움직이신 하나님의 역사와 섭리였다. 영어사전과 옷 몇 벌, 그리고 향수병이 가신다며 어머니가 담아주신 흙 한 봉지를 갖고, 미국행 배를 탔다.

청운의 꿈을 품고 미국 땅에 왔건만, 영어가 부족하니 공부도 따라가기 힘들고 기숙사에서 나오는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고향 생각, 어머니 생각에 자주 눈물 흘렸다. 그렇게 한두 달이 흘러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갈지 고민에 빠져들 때쯤, 제리 메이저라는 신학생이 그가 향수병에 외로워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찾아와 다짜고짜 성경 요한복음 3장 16절을 펼치고 읽어보라고 했다.

예수를 믿으면 고향 생각도 사라지냐고 묻는 그에게, 제리 메이저는 말했다. “예수님은 네 향수병을 치유해주실 뿐 아니라 기쁨도 주시고 평안도 주시고 사명도 주실 거야.” 장환, 아니 빌리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영접기도를 했다. 그 순간,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거짓말처럼 향수병은 사라지고 그 순간부터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용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날 하나님은 빌리를 찾아오셨고, 빌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해 거듭난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이다.

중3으로 입학했던 첫 학기에는 여러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영어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돼, 교내 웅변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학교 대표로 나간 주 대회에서도 1등 상을 받았고, 전국 대회에 출전해 1등에 해당하는 ‘아이젠하워상’을 받았다.

▲1973년 빌리 그래함 전도집회 인파 모습. ⓒ크투 DB

▲1973년 빌리 그래함 전도집회 인파 모습. ⓒ크투 DB

이후 1955년 어느 날 뉴욕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빌리 그래함의 집회에 참석한 뒤 가슴이 뜨거워져, 친구들에게 “빌리 그래함 목사님처럼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원래 정치를 공부하러 미국에 갔던 빌리는 하나님께서 “신학을 공부하고 고국에 돌아가 가난한 젊은이들을 도우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밥 존스 대학교 신학과에 진학했다. 빌리 그래함 목사가 나온 학교에 ‘한국의 빌리 그래함, 빌리 킴’이 입학한 것이다.

이후는 알려진 대로다. 대학 시절 주말마다 ‘전도여행’을 다니며 설교하고, 고등학교부터 함께하던 트루디와 1958년 8월 8일 오후 8시 미시간주 그린빌 침례교회에서 결혼하고, 이듬해 석사학위를 받고 목사가 되어 고국으로 금의환향해 어머니와 형제들을 전도해 구원받게 했다.

책에서는 이 외에 김장환 목사의 유별난 고향 수원 사랑과 초기 사역, ‘천생연분’이었던 아내 트루디 사모의 여러 사역, 자녀들 교육, 수원중앙침례교회 개척 후 대형교회로의 성장 과정, 한국 십대선교회(YFC)를 통한 제자 양성, 해외 전도 사역과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통역, 이후 확대된 사역들과 최근 있었던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 기념대회 등을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연인원 470만여 명, 마지막 날에만 110만여 명이 참석하는 등 한국 기독교 사상 가장 획기적인 대회로 기록됐으며 김장환 목사의 위상에도 큰 영향력을 끼친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통역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김장환 목사는 전도대회 이후 수많은 나라들에서 많은 집회와 국내 전도대회 주강사로 초청됐고, ‘섭외 1순위’ 강사가 됐다.

▲침례교세계연맹(BWA) 총회장에 선출된 김장환 목사. ⓒ미래사

▲침례교세계연맹(BWA) 총회장에 선출된 김장환 목사. ⓒ미래사

‘빌리 킴’ 목사의 통역에 대해, 그에게 통역을 부탁했던 헨리 홀리 목사는 대회 후 “마치 손에 장갑을 끼는 것처럼 두 사람은 완전한 일치 속에 움직였다”며 “참석한 사람들을 위해 빌리 그래함이 영어로 말하고 빌리 킴이 한국어로 통역하던 모습은 무척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모든 몸짓과 목소리의 억양은 똑같이 재현됐다. 그것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고 표현했다. 기도 외에 다른 리허설은 없었기에, 오직 성령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의 역사였다.

그러나 당시 빌리 그래함 목사보다 자신이 더 주목을 받자, 김장환 목사는 트루디 사모에게 “유명세라는 건 오늘 있다가 내일 없어지는 허망한 건데, 인기를 얻고 유지하려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며 “이번 대회는 빌리 그래함 목사가 인도한 대회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내가 아닌 빌리 그래함 목사다. 나는 그런 데 소망을 두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리고는 공군병원에 병실을 마련해 ‘입원’해 매스컴의 관심을 따돌렸다.

저자는 평전을 쓰기 위해 김장환 목사와 직접 인터뷰를 하고 식사를 함께했으며, 관련된 책과 자료들을 샅샅이 훑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 등 오랜 시간 그를 가까이서 만나고 교제했던 지인 수십 명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김 목사 지인들과의 구체적인 인터뷰 내용은 향후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2008년 미 남침례회에서 특별상인 세계침례교 지도자상을 수상하고 있는 김장환 목사. ⓒ미래사

▲2008년 미 남침례회에서 특별상인 세계침례교 지도자상을 수상하고 있는 김장환 목사. ⓒ미래사

미국 빌리 그래함 목사가 생전 재임했던 역대 모든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했듯, 빌리 킴 목사도 박정희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이야기들이 기록돼 있다. 이 외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피델 카스트로 쿠바 의장 등 해외 지도자들과 조중건 대한항공 고문, 김연준 한양대 총장 등 경제계 인사, 릭 워렌 목사 등 해외 교계 리더 등과의 인연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설교학자답게 ‘김장환 목사의 설교 세계’를 별도로 상세히 분석하고 있으며, 그의 빌리 그래함 목사 장례예배 추도사와 휘튼 대학 졸업식 설교 전문을 소개했다.

그리고 김장환 목사의 장점으로 △받은 은혜만 기억하는 사람 △근검절약으로 소문난 수원 구두쇠 △정직과 근면을 생활화한 사람 △복음 증거에 목숨을 건 사람 △포용력 있는 겸손한 사람 △활력 넘치는 생기 있는 사람 △탁월한 기억력과 전달력을 지닌 사람 △시간 관리에 철저한 부지런한 사람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의리 있는 사람 △겸손으로 허리를 동인 사람 등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일부 부정적 평가에 대해 반박하면서, 그의 리더십 비밀을 ‘GROWTH’라는 영어 단어로 풀어내는 것으로 에필로그를 장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장환 목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김장환 목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저자는 “평전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필자는 솔직히 극동방송과 김장환 목사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교제를 나눈 김장환 목사는 가히 감동과 존경 자체였다”며 “김장환 목사는 지금껏 필자가 알아온 어떤 지도자보다 더 많은 장점을 지닌 분이다. ‘탁월한 설교 실력’은 물론 ‘깊은 애국심’과 ‘영혼을 사랑하는 열정’, ‘특출한 인품’, ‘따뜻한 인간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장환 목사가 어째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세계적인 인맥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말해주고도 남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이라는 선민을 백성 삼기 위해서 ‘아브라함’을 선택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하게 해서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시기 위해 ‘모세’를 선택하시고,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신약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성경을 집필하게 하시기 위해 ‘바울’을 선택하셨다”며 “그렇듯 극동방송이라는 전파매체를 통해 복음을 듣지 못하는 지역 사람들에게 생명의 말씀을 듣게 하시려고 ‘김장환’이라는 하우스보이를 만세 전에 선택하셨다”고 전했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고 한 이사야 43장 1절 말씀이 ‘김장환’이라는 사람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극동방송 &lsquo;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rsquo; 1천 회 특집 공개 방송을 진행중인 김장환 목사(맨 오른쪽). ⓒ극동방송

▲극동방송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1천 회 특집 공개 방송을 진행중인 김장환 목사(맨 오른쪽). ⓒ극동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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