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럼] 성격 장애? 성격적 경항!
“저 사람, 성격 파탄자야!”라고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성격이 괴팍하고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곤 하는데, 성격 파탄자를 전문 용어로 ‘성격 장애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우리 주위에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방송에서 소시오패스 같은 ‘반사회성 성격 장애자’ 또는 왕자병·공주병 같은 ‘자기애성 성격 장애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해서, 성격 장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방송에서 이렇게 떠들고 설명을 해도, 실제로 성격 장애자 스스로 치료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병실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환경이 어려운 사람들 중 성격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치료를 받을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나 조금씩 성격에 문제가 있다 보니, 질환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신경증 관련 질환에 비해 그 증상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상담실을 찾지 않다가, 가족들의 요청에 의해서나 극적인 사건에 의해서 결국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일 질환으로 성격 장애만 있다면 쉽게 더 잘 분별할 수도 있지만,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정신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알코올 및 물질 중독 문제가 있거나 우울, 불안, 강박 또는 분노 문제 같은 것이다.
이렇게 성격 장애는 다루지 못하고 다른 문제로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는 경우가 많아, 다른 치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말 문제가 되는 성격 장애 부분을 다루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성격 장애는 만성적 성격 결함으로, 사회생활이나 관계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한다. 그것이 18세 이상까지 계속되면 성격 장애로 진단한다.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로 A, B, C군으로 분류한다. A군은 괴상한 성격으로, 주로 주변에 관심이 없는 성격이다. 여기에 속하는 성격 장애가 분열성, 분열형, 그리고 편집성이다. 분열성 성격 장애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고, 분열형 성격 장애는 조현병처럼 괴이한 생각이나 공상 같은 망상이 있다. 편집성 성격 장애는 사람을 믿지 않고 타인에 대한 의심이나 적개심을 가진 것이 특성이다.
그에 비해 B군은 변덕이 심하고 감정적이고 충동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성인데, 경계성, 반사회성, 자기애성, 연극성 등이 속한다. 경계성 성격 장애는 불안정한 성격으로 극단적 감정 변화, 자살이나 자해 및 충동적 행동을 보인다. 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을 도구로 이용한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는 타인을 이용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다. 연극성 성격 장애는 관심의 초점이 자신이 늘 되어야 한다.
C군은 불안하고 겁이 많은 부류로 강박성, 회피성, 의존성 등이 있다. 강박성 성격 장애는 융통성 없이 세밀한 것에만 집중한다. 회피성 성격 장애는 거절당할까봐 요구나 필요를 표현하지 못한다. 의존성 성격 장애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타인이 모든 것을 해주기를 바란다.
이렇게 분류하지만,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해서는 각 증상들 중 많은 것들이 해당되고 지속적이어야 하며, 기능상 어려움이 있어야 해 함부로 진단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성격 특성 중 일부를 가지고 있는데, 일부 방송만 보고 ‘성격 장애자’라고 함부로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성격적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낫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자기애성 성격 장애자야”라고 하기보다, “자기애성 성격적 경향이 있어”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가 되지 않았던 예전에는 ‘성격 장애는 치료 불가’라고 설명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은 연구와 심리 치료기술 발달로 성격 장애도 변화와 치유가 가능해졌다. 다만 다른 장애들에 비해 만성적인 성격 패턴을 바꿔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치료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과 심리 치료를 받는 많은 내담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고치고 싶어서 상담실을 찾는데, 그런 경우 상담 예후가 좋다. 많은 심리 치료 결과가 내담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내담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는 몰라도, 자신을 적극적으로 고치고 바꾸려는 태도가 부족하다. 그래서 상담 치료 과정이 어렵고 길게 걸린다.
상담 치료에 잘 반응하는 사람은 신경증 수준 문제이고, 제대로 된 접근이 어렵고 오랫동안 상담해도 변화가 많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우라면 성격 장애 문제일 수 있다. 이렇게 성격 장애는 치료가 어렵고 지속도 어렵지만, 상담과 심리 치료를 통해 내담자가 사람을 신뢰하게 되고, 성격적 특성으로 갖게 된 왜곡된 신념과 감정과 행동 반응들을 인식하고 과거 상처들을 다루게 되면 인격 재형성도 가능하다.
성격 장애 중 가장 많은 유형이 ‘경계성’이다. 경계성 성격 장애는 전체 인구의 1% 정도나 유병률이 있지만, 실제 치료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본다.
경계성 성격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상담 현장에서 접하게 된다. 이들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분류해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을 좋아하다가 그 사람이 실망하는 어떤 모습을 보이면 극단적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때로는 그 반응이 폭발적인 분노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자신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아 타인의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자신의 가치를 그것에 쉽게 투영해 버린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 좋게 생각했다가도 아주 급격하게 나쁜 존재로 여기고, 자해나 자살 같은 일들도 하게 되며, 자신에게 해가 되는 중독 행위에도 종종 참여한다.
경계성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 민감성이라는 유전적 소인을 가지는데, 부모로부터 어린 시절 수용 또는 용납을 받지 못하거나 비일관적 태도와 학대를 경험할 때 형성될 수 있다.
경계성 성격 장애자들이 가진 사람에 대한 불신을 치료자와의 관계를 통해 신뢰로 바꾸고,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나 처벌적 행동을 멈추며, 어린 시절 상처를 돌봄으로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간다면, 자신의 긍정적 측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삶에서 타인과 조금 더 안정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끝으로 독자들도 자신이 어떤 성격적 경향인지 한번 살펴보고, 그것이 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이 된다면 꼭 우울증·불안증 같은 가시적 증상이 없더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그 성격적 경향의 사고적·행동적 특성을 다룬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맺어가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