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100m에서 37,000톤 구조물을… 하나님께 재능 드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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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칼럼] 르네상스(16)-브루넬레스키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46)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으며, 자신의 뒤를 잇게 하려고 아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받도록 강요했다. 그러나 브루넬레스키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세공사들의 길드, 아르테 델라 세타(Arte della Seta)에 등록했다. 즉 예술가가 되고 싶어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금 세공사가 되었다.

성악 전공자들이 많은 교회 목회를 하다 보면, 어떤 학생은 의대를 포기하고 음악을 전공하기 위해 유학을 오기도 했다. 부모는 의대를 졸업하고 음악을 공부하라고 강권하였지만, 자신이 좋아하게 될 때 부모가 결코 그것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브루넬레스키 역시 그랬다. 재능이 특별했던 그는 그 후 피렌체의 세례당 청동 문을 장식하는 디자인 공모에 응모했다. 작품을 선정하는 것은 시민들로 구성된 34명의 평가단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최종 결선에 두 사람이 뽑혔는데, 바로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키였다. 그런데 평가단은 기베르티를 최종 선택했다.

지금도 당시 응모작이 남아 있는데, 그것은 창세기 22장 9절(이삭 번제)을 근거로 한 작품으로, 두 사람 모두 비슷하게 제작했다. 그런데 성경과 조금 다른 점은, 단을 만들고 그 위에 이삭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성경은 단(돌로)을 만들고 그 위에 장작을 쌓고 그 위에 결박한 이삭을 올려 놓았다고 했다. 그때 이삭은 하늘을 보고 누웠을 것이다. 번제로 드려지기 위해.

평가단은 탁월한 두 사람이 협동하여 세례당 청동문을 제작하도록 결의했다. 그러나 자존심 상한 브루넬레스키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로마로 훌쩍 떠났다. 그와 막역한 사이였던 도나텔로도 그를 따라갔고, 브루넬레스키는 로마로 가서 제정 로마 시대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꼼꼼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포럼 왕궁들의 기둥, 그리고 콜로세움과 기원전에 세워진 판테온 등등. 그런 놀라운 건축 기술은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계승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점을 간파하여 브루넬레스키는 잊힌 로마건축 기술을 복원하고 싶어했다. 그는 시멘트와 돌, 반죽, 등등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무려 17년 동안을. 도나텔로는 몇 년 후 피렌체로 돌아가 버렸기에, 긴 세월을 혼자서 외로운 투쟁에 매달렸다. 그리고 17년 만에 고향 피렌체로 돌아왔다.

피렌체로 돌아와 얼마 후인 1418년,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두오모 성당의 쿠폴라(돔)에 대한 설계안 공모가 200피오리니 금화를 상금으로 걸고 진행됐다. 조건은 엔지니어링 문제 및 쿠폴라가 성당 전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미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상업과 은행업으로 부요해진 피렌체 시민의 자존심을 충족하기 위한 건축이었다. 그러나 쿠폴라는 간단치 않았다. 두오모의 지름이 바티칸 돔보다 긴 45.5m나 되었고, 이미 건축된 건물 높이가 100m나 되었기에 그 위에서 건축해야 하는 쿠폴라 공사는 당시로는 아주 힘든 것이었다.

1420년, 예선에 17명이 참가했고, 2차 결선에는 기베르티와 부르넬레스키가 올랐다. 최종 합격자는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키였고, 결국 브루넬레스키의 설계안을 따르도록 했다. 특히 성당 벽을 받쳐 주는 버트레스를 세우지 못하게 했다(세울 공간도 없었음).

▲브루넬레스키가 완성한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지붕).

▲브루넬레스키가 완성한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지붕).

결국 공사 중간에 기베르티는 포기하고 떠났고, 브루넬레스키 혼자서 감당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강제 없는 쿠폴라를 건축하는 일에 노동자들까지 끊임없이 반대했다. 공사는 위험했고 힘들었다. 노동자들은 그런 공사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에, 성공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할 수 없이 브루넬레스키는 비슷한 크기의 쿠폴라를 노동자들에게 실현해 보임으로 공사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었다. 비계를 설치하는 대신 돔의 안전을 위해 나무와 철의 세트로 된 수평으로 팽팽한 사슬을 만들었다. 구조물의 무게는 37,000톤에 달했고, 올려야 하는 벽돌은 4백만 개 이상이었다.

그는 어렵게 시작한 공사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일하러 올라간 인부들이 내려오지 못하도록 높은 100m의 높은 공사장에 식당을 만들어 그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일하게 했다. 그리고 수많은 벽돌을 올리려고 말 한 필을 매어 놓고 제작한 기구를 돌려 벽돌들이 높은 공사장으로 올려지도록 했다. 콜로세움 역시 기구를 이용하여 큰 돌들을 올렸는데, 그와 비슷한 방법을 모색했다. 또한 돔의 쿠폴라를 8각형으로 설계하였고, 두 겹으로 만들어 안쪽은 두껍게, 바깥쪽은 가볍게 하였다. 또한 벽돌을 서로 어긋맞게 쌓아 올려 힘이 분산되도록 했다.

결국 시작 16년 만인 1435년에 수많은 사람들이 미심쩍어하던 공사를 비로소 마칠 수 있었다. 브루넬레스키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 건축을 위해 드리게 된 셈이다. 그는 뛰어난 수학적 지식을 통해 그 어려운 공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런 규모의 돔은 20세기에 들어서야 가벼운 소재가 발명됨으로 가능케 되었으니, 그의 천재성은 반 세기를 앞서간 셈이다.

그는 쿠폴라의 완성으로 피렌체 시민들의 큰 칭송을 받았고, 두오모가 완성되는 때 전 피렌체 시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무덤은 교황도 자리할 수 없는 쿠폴라 아래, 성당 바닥에 묻히도록 배려받았다.

천재가 그 재능을 하나님을 향해 드릴 때, 그의 이름은 세상에서 널리 알려지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지금도 피렌체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가 건축한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를 오르고 있다. 그를 생각하며…. 그는 하나님께 받은 재능을 유감없이 그분을 위해 드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로마한인교회 한평우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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