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시리즈가 미국 내 기독교에 대해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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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에이리언: 로물루스> (2)

이번 주 박욱주 교수님 칼럼에서는 지난 주에 이어 개봉 11일 만인 24일 100만 관객을 돌파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에 대해 분석합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시작한 <에이리언> 시리즈는 1편과 2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이 영화에는 케일리 스패니를 비롯해 데이비드 존슨, 아치 르노, 이사벨라 메르세드, 스파이크 펀, 에일린 우 등의 배우가 출연합니다. -편집자 주

▲외계인에 의한 인류 창조와 종말 이야기를 전하는 &lt;에이리언&gt; 시리즈의 7번째 작품, &lt;에이리언: 로물루스&gt;.

▲외계인에 의한 인류 창조와 종말 이야기를 전하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7번째 작품, <에이리언: 로물루스>.

리들리 스콧, 성경에서 소재 차용
인류 위기 대응, 윤리·과학기술로
할리우드, 선진 과학 기술 중시해
미국, 겸손 버리고 우월감 내세워
‘데우스 엑스 마키나’ 된 과학기술
에이리언 시리즈, 문화 퇴락 증상

에이리언과 성경: 인류 창조, 종말, 영생의 주제를 담은 <에이리언> 시리즈

<에이리언>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세 가지가 있고, 이 셋 모두는 기독교의 가르침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첫째는 인류의 창조, 둘째는 인류의 종말, 셋째는 영생이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첫 번째 주제인 인류의 창조에 대해, 외계인을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제와 세 번째 주제인 인류의 종말과 영생에 대해서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중 <에이리언>의 메인 빌런 외계 생명체 페이스 허거와 제노모프는 고등한 기술문명을 건설한 외계인들이 생체무기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냈다. 극한의 전염력과 공격성을 지닌 페이스 허거와 제노모프는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인류를 창조한 외계 종족을 멸망시켰고, <에이리언> 시리즈 전체를 통해 몇 번이나 인류를 종말 위기에 빠뜨린다.

그 와중에 악덕기업 웨이랜드 유타니사(社)는 인류를 종말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페이스 허거와 제노모프를 연구해 무기로 만들거나 인간의 수명을 무한하게 늘리는 데 사용하려 한다. 이렇게 웨이랜드 유타니사는 외계인들과 인류의 과학기술을 융합해 영생을 달성하려는 지독히도 무모한 시도를 반복하다, 매번 파멸에 가까운 실패를 맞이한다.

<에이리언> 시리즈를 창시한 인물은 영국의 명감독 리들리 스콧이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모든 작품이 스콧 감독에 의해 연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 <에이리언> 1편과 프리퀄인 <프로메테우스>,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직접 감독했고, 이번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는 제작자 자격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시리즈 외에도 여러 편의 걸출한 SF 작품을 감독하거나 제작에 참여했다. SF 대작이자 여러 사이버펑크 장르 작품에 영향을 준 <블레이드 러너>, 성경 창세기의 인류창조와 에덴 동산 기사를 빌려온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의 몇몇 에피소드가 스콧 감독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리들리 스콧의 작품 가운데 상당수, 특히 SF 작품들은 성경에서 소재 및 주제를 많이 차용했다. 하지만 그는 평소 자신이 불가지론자임을 밝혀왔다. 그는 하나님의 존재가 인간이 알 수도, 입증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에 따라 그는 실질적으로 무신론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세계관과 인간 이해를 수용한다.

하나님의 존재를 수긍하지 않는 자들에게 성경이란 인간의 실존적 현실을 진득하게 반영한 한 편의 신화에 불과하다. 이들은 성경에 기록된 인간의 본성과 인류의 미래 운명에 대해 어느 정도는 공감하면서도 복음의 정수인 삼위일체 하나님은 부정한다.

스콧 감독이 그의 작품 속에서 성경적 소재와 설정들을 다루는 방식이 이와 같다. 인류에게는 창조주가 있을 수 있다. 인류는 종말을 맞이할 수 있고 영생을 간절히 바라는 본성이 있다.

스콧 감독은 이런 기독교적 명제들을 일정부분 수긍한다. 하지만 인류가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유일하게 현실적인 대응책은 인류가 스스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창안하고 사유해낸 윤리와 과학기술뿐이라는 사고방식이 스콧 감독의 작품 곳곳에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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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시리즈에서 과학기술의 힘은 사망과 종말을 막는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에이리언과 미국: 과학주의로 신앙을 대체하는 미국식 자문화 우월주의

물론 인류가 스스로 내놓은 인류의 기원과 미래에 대한 해답 혹은 대응책은 윤리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여러모로 부족하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스콧 감독도 작품 속에서 이를 인정한다. 그렇지만 현실성 측면으로 볼 때 이것이 진리로 입증할 수 없는 하나님이나 복음에 의지하는 것보다는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이 스콧 감독의 생각이다.

그래서 <에이리언> 시리즈 전체에서, 특히 스콧 감독이 직접 연출하거나 제작에 참여한 작품들에서는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적 믿음들이 인간의 합리적 윤리와 실증적 과학기술에 비해 열등하고 구태적인 것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는 근현대 영미철학을 특징짓는 실증주의와 합리성 중심의 세계 이해를 십분 반영하는 시각이다.

스콧 감독은 40세까지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고, 그 이후로는 46년이 넘게 미국 할리우드 대표감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는 자신의 SF 작품이 흥행하려면 영미권 관객들, 특히 미국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경제·군사·대중문화 분야에서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전까지, 미국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상당히 짧은 역사 때문에 미국 문화는 그저 영국 문화의 열화판 정도로만 취급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문화사적 배경과 깊이가 비교적 얕은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 위치를 차지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에 걸맞는 문화적 영향력을 갖춰야 했다. 이에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국가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세울 수 있는 문화요소로 세계에서 가장 힘있게 작동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본의 힘으로 빠르게 발전한 선진 과학기술을 택했다.

할리우드 역시 이런 성향을 충실하게 따른다. 유독 할리우드 작품 가운데 자유민주주의나 인권 관련 작품이 많은 이유, 그리고 무신론적이고 과학주의적인 SF 작품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 확립 전의 미국, 유럽 제국주의 열강들에 비해 열세에 있던 후발주자로서의 미국은 그 문화의 중심으로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적 가르침을 꽉 채워넣고 있었다.

▲&lt;에이리언&gt; 시리즈는 이와 같은 미국 문화 속 신앙 퇴락의 대표적 증상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더 이상 미국인들이 기독교 신앙으로부터 국가적&middot;문화적 정체성을 찾지 못하다 보니, 대중문화 속에서 실증적 과학기술이 미국인들의 세계관과 인간 이해를 대표하는 사고의 얼개로 제시되고 있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이와 같은 미국 문화 속 신앙 퇴락의 대표적 증상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더 이상 미국인들이 기독교 신앙으로부터 국가적·문화적 정체성을 찾지 못하다 보니, 대중문화 속에서 실증적 과학기술이 미국인들의 세계관과 인간 이해를 대표하는 사고의 얼개로 제시되고 있다.

당시 미국은 정치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국제무대에서 내세울 것이 변변치 않았던 까닭에, 나라의 문화적 약점과 국민들의 삶의 문제에 대응하는 방책으로 기독교 신앙에 많이 의지했다.

하지만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정치적·군사적·물질적으로 기존 유럽 제국주의 열강들을 압도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미국 문화는 기독교적 겸손을 버리고 국가주의적 우월감을 내세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시리즈는 이 같은 미국 문화 속 신앙 퇴락의 대표적 증상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더 이상 미국인들이 기독교 신앙으로부터 국가적·문화적 정체성을 찾지 못하다 보니, 대중문화 속에서 실증적 과학기술이 미국인들의 세계관과 인간 이해를 대표하는 사고의 얼개로 제시되고 있다.

과거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 의존해 문화와 문명을 일궈 나가려 하던 자세가 사라진 대신, 미국의 물리적 힘을 뽐낼 수 있게 해주는 자연과학이 모든 문제에 대한 초월적 해답, 즉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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