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부모 ‘I’M MOM’, ‘I’M DAD’ 스티커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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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박사의 ‘이중창’ 69] 학벌 사회의 민낯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기념품
학벌주의의 깊은 뿌리 드러내
무의식적 사회적 위화감 조성
블라인드 면접 시도 등 늘리고
다양한 배경 학생들 유치하여
실력 중심 평가 사회 만들어야

▲관련 보도 화면. ⓒjtbc 캡쳐

▲관련 보도 화면. ⓒjtbc 캡쳐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배부한 ‘서울대 가족’ 스티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차량에 부착할 수 있는 이 스티커에는 ‘PROUD PARENT’, ‘PROUD FAMILY’, ‘아임 맘(I’M MOM)’, ‘아임 대드(I’M DAD)’ 등의 문구와 함께 서울대 로고가 새겨져 있다. 겉보기엔 단순한 기념품처럼 보이지만, 이 스티커는 학벌주의의 깊은 뿌리를 드러내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울대학교는 2011년 국립대학교에서 국립대학 법인으로 전환되면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법인화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법인화 이후 서울대는 연구 성과와 국제 평가에서 긍정적 결과를 보여줬다. 연구비 유치가 증가하고, 세계 대학 순위에서 상승세를 보이며 국제적인 명성을 높이는 등, 자율성을 통한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이 오히려 학벌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단순한 학교 간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정 대학, 특히 서울대학교는 한국에서 최고 명문으로 인식되며, 이곳에 다니는 학생은 사회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이는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박힌 학벌주의와 엘리트주의를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인식은 명문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조장하고,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대학 입시에서 상위권 대학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심리적 스트레스와 낮은 자존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대 가족’ 스티커는 학벌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상징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이 스티커가 학부모 차량에 부착될 때, 자녀의 성과를 부모의 성취로 여기는 경향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녀의 성취를 가족 전체의 명예로 간주하게 만들며, 학벌 중심 사고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 이런 스티커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학벌이나 사회적 지위를 상대적으로 평가하게 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기념품이며, 가족이 자녀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이나 스탠퍼드 대학교 등에서도 유사한 가족용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이러한 기념품은 주로 가족의 자부심을 표현하고 학생의 성취를 축하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학벌 자체가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에서도 학벌에 따른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학벌보다는 개인의 전문성, 경험, 그리고 실적이 중시되는 사회적 구조가 비교적 잘 정착돼 있다. 이와 비교해 한국에서는 학벌이 취업, 사회적 인식, 그리고 심지어 결혼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점을 무시한 채 단순히 외국 사례를 인용하는 것은 한국의 독특한 사회적 맥락을 간과하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국 사회는 최근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블라인드 면접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블라인드 면접은 취업 시 지원자의 출신 학교를 표시하지 않음으로써 학벌이 아닌 개인의 역량과 경험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학벌에 따른 차별을 줄이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중요한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시행된 블라인드 면접 도입 이후 채용 과정에서의 학벌 편향이 많이 감소했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더 많이 채용되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서울대 보낸 ‘부모’를 강조하는 ‘아임 맘(I’M MOM)’, ‘아임 대드(I’M DAD)’ 스티커가 논란이 된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가 사회 전반에 아직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학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고, 블라인드 면접과 같은 제도적 변화만으로는 완전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법인화된 서울대학교는 이제 자율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블라인드 면접 제도가 도입된 취업 시장에서, 서울대학교는 단순히 학벌을 과시하는 기념품을 제작하는 대신, 학벌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이 실력과 인성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는 더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유치하고, 이들의 성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 있다. 또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자율성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 가족’ 스티커 논란은 단순한 기념품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학벌주의를 극복하려는 사회적 노력과 그에 대한 대학의 책임을 되돌아보게 한다. 블라인드 면접 제도는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출신학교가 아닌 개인의 실력을 중심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결단이었다.

서울대학교와 같은 명문 대학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여, 학벌주의를 극복하고 더욱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할 시점이다.

결국 학벌주의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재능과 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우리 사회는 블라인드 면접과 같은 제도적 변화를 더욱 강화해야 하며, 서울대학교와 같은 명문대학들도 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자율성을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스티커 한 장이 아닌, 학벌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다시 돌아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기울일 때다.

▲최원호 목사 캐리커처.

▲최원호 목사 캐리커처.

◈최원호 목사

최원호 목사는 심리학 박사로 서울 한영신대와 고려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습니다. <열등감을 도구로 쓰신 예수>,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 <나는 열등한 나를 사랑한다> 등 베스트셀러 저자로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서울 중랑구 은혜제일교회에서 사역하며 웨이크신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원호 박사의 이중창’ 칼럼은 신앙과 심리학의 결합된 통찰력을 통해 사회, 심리, 그리고 신앙의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추구합니다.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로 독자 여러분들의 삶과 신앙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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