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럼] 작은 변화의 중요성
사람마다 익숙한 삶의 방식이 있고 익숙한 언어 습관이 있고 익숙한 관계 패턴이 있어서 그런지,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에게 재미난 활동을 골라보라고 했더니 골라온 것들이 대부분 혼자서 하는 것들이었고, 소통 개선을 원하는 내담자에게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자신에게 공감하라고 했더니 막상 자신에게는 공감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다. 변화는 익숙한 삶의 방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다.
어떤 분이 너무 이를 꽉 물어서 이가 다 상하게 됐다고 한다. 도저히 그 습관을 고칠 수 없어 상담소를 찾아왔는데, 상담사가 제안한 것은 남편과 자리를 바꿔서 자 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를 가는 행동이 없어지고 잠을 푹 자게 됐으며 문제가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어떻게 된 것일까? 여기에서 우리는 뚜렷하게 원인과 결과를 연관을 시킬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약간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큰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오랜 기간 무기력함과 좌절된 어려움으로 약간의 변화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갈 때가 많다.
넷플릭스 프로그램 중에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곳을 개조하고 주위 상권과 연관짓고 홍보를 잘 해서 실패하던 기존 비지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보는 것은 주인이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와 생각 안에 갇히면 좋은 곳도 빛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약간의 변화라도 과감하게 시도할 때 큰 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왜 나만 이렇게 잘 안 되지?’ 또는 ‘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어’라고 좌절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시도하는 용기를 갖고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간다면, 변화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가끔 자신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곳을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편이랑 첫째 아이 때부터 더 이상 안 낳겠다고 해놓고 둘째 아이까지 낳아 살면서 남편 욕만 계속 늘어놓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조금만 편안해지면 제자리로 돌아가 예전 모습을 유지하다 금방 다시 어려움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변화는 큰 것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이 정오를 넘겨 커피를 마시지 않는 작은 습관 변화가 밤의 불면증을 이기게 할 수 있다. 그것이 낮 생활의 질까지 바꾸면서, 정신 건강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어쩔 수 없어서 이렇게 산다’는 말을 바꿔 ‘내가 선택한 삶이야’라고 작은 언어 표현을 바꾼 것이 삶의 태도에 변화를 맞이하기도 한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그만 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한 주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좋아졌다. 그런데 왜 좋아졌는지 잘 몰랐고, 우연히 가족들이 다양한 이유로 좋아진 것처럼 이야기를 하며 화제를 옮겼다. 하지만 필자는 그 사람이 왜 좋아졌는지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계속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줬다.
그랬더니 그 분이 자신의 정체성에 큰 변화가 일어나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렇게 어떤 일이 좋아지고 나빠지는 것은 그냥 일어나지 않고 이유가 있다. 더 좋은 변화를 경험하려면,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의 경험을 그냥 놓쳐선 안 된다.
실패한 일을 통해 실패의 원인을 살피는 것 이상으로 행복하고 관계가 좋고 또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무엇이 좋은 일들을 가능하게 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좋은 일을 가능하게 한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예전 어떤 사람은 자신이 상대방을 배려하려 노력하다 보니,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다 보니 예민한 상대방은 자꾸 질문을 하게 되고 이해를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서, 오히려 갈등이 더 커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 분이 그냥 자신이 좋아서 그렇게 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니, 갈등이 줄어들고 상대방이 오히려 잘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소통의 변화가 갈등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우리는 문제를 너무 크게 보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확대해서 더 나쁜 것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마치 그 문제가 해결이 안 될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문제 없는 예외 상황을 가볍게 여기고 지나치다, 문제 해결이 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생각보다 작은 변화에서 올 수 있다. 그러니 문제가 없던 예외 상황을 떠올려 보고, 그때 나와 상대의 행동이나 말 등을 떠올려, 거기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작지만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 넷째 딸 취침 시간이 자꾸 늦어졌다. 낮에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을 정해놓고 더 이상 게임을 못하게 했는데, 아이가 잘 조절하지 못했다. 그 결과 아이는 1주일 동안 컴퓨터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됐는데, 신기하게도 아이가 일찍 잠들게 됐다. 게임을 멈추는 것과 잠을 일찍 자는 것이 직접적 연관 관계가 있냐고 물으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연관이 있었다. 게임을 안 하는 것이 아이의 수면 질을 높여준 것이다.
어떤 아이는 수업 시간에 자꾸 산만해져서 집중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집중이 어려워 고민을 거듭하다 공책 모서리에 그림을 그리게 됐는데, 신기하게도 모서리에 조금 그림을 그리고 나서부터 끝까지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 작은 변화였지만, 아이에게는 수업에 집중하는 힘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1 더하기 1은 2’라는 수학 공식은 ‘인생 문제’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한 가지 공식만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찾을 수 있는 작은 변화는 있다. 그러므로 익숙한 삶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삶을 바꿀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오늘 찾아보자.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