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목회 은퇴 후 5년… 한동대 교목실장 된 박은조 목사
교목실장직, 처음에는 자신 없어 거절하려 했지만
‘하나님 뜻’보다 ‘내 능력’ 앞세운 것 회개하고 수락
가정과 교회론 한계… 1주일 내내 가는 학교가 중요
한동, 학생들 위한 그물 촘촘하고 학부모들도 열정적
졸업생들, 자기 분야서 ‘좋은 그리스도인’ 향기 드러내
신학대가 아닌 종합대로서 기독교인 학생 비율이 90%에 이르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동대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재 양성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 내걸어 왔다. 올 초 박은조 원로목사(은혜샘물교회)를 교목실장으로 청빙했던 것도 “시대가 변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를 하나님 말씀 위에 확고히 세우는 것”이라는 최도성 총장의 신념 때문이었다.
박 목사는 현장 목회자였을 뿐 아니라 20년간 샘물초·중·고등학교, 은혜샘물초등학교, 더샘물초중고등학교 등 3개의 기독사학을 설립하여 다음세대를 길러냈던 경험이 있었다. 그는 “대학은 처음이지만, 와서 보니 학교든 교회든 결국은 예수의 제자의 삶을 살아내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그 역시 자녀를 한동대에 보냈던 ‘학부모’였는데, 직접 와 보니 학생들을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세우기 위한 ‘그물망’은 훨씬 촘촘했다. 한동의 졸업생들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서울대나 하버드가 아닌 한동대에 보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고 했다. 이어 “화려해 보이고 박수 받을 만한 사역이 아니라 묵묵히 ‘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 우리 곁에도 있다. 다만 못 알아볼 뿐”이라며 확고한 신앙 정체성으로 지역과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웃과 인류의 필요를 채우는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크리스천투데이가 박은조 목사와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한동대 교목실장직을 어떤 결심으로 수락하셨나.
“‘은퇴한 목사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까’ 의문과 두려움이 있었다. 총장님을 뵀는데, 20년간 기독교 대안학교를 운영한 저보다도 기독교 학교에 대한 정체성이 더 분명했다. 그럼에도 고민이 계속됐는데, 새벽기도 중 ‘너 처음 목회하고 기독교 학교 운동 시작할 때 뭐 알고 시작했느냐’는 음성이 들렸다.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명하신 일이니 시작했던 것이었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하고 자신의 능력을 재는 저의 모습을 돌아보며 회개했다. 2018년도에 암 수술을 받고 은퇴한 뒤 최근 2년간은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섬기겠다’는 기도를 해 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동대학의 부름이 그 기도의 응답이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부르시는데 무슨 다른 답이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결심하고 총장님께 ‘가서 섬기겠다’고 전했다.”
-기독교 대학으로서 한동대가 나아가야 할 길은?
“교회에서 목회를 통해 사람을 키우는 것과 대학에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은 결국 같은 사역이다. 그리스도를 알게 하고 예수님의 제자로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한동대가 유난히 특별한 기독교 대학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이 모든 기독교 대학이 걸어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머리가 좋건 나쁘건, 돈이 있건 없건, 도시에 살건 지방에 살건, 하나님께서 정해 주신 내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가 주 되시고 하나님만이 우리 삶의 유일한 대안임’을 증거하고 사랑으로 섬기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독교 대학의 사명이다. 한 가지 다르다면, 대학교의 학생들은 모두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미션스쿨들에서도 채플로 인한 갈등이 많다. 한동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한국에서 기독교 대학들이 언제까지 한동대처럼 채플을 지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동대에는 10%가 조금 넘는 비기독교인 학생들이 있지만, 감사하게도 아직 그로 인한 갈등은 없었다. 물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비기독교인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할 것인가는 제일 큰 고민 중 하나다. 4,300여 학생들 중 뜨겁고 열심이 있는 학생들은 1/3 정도다. 나머지 학생들에게 복음의 확신을 갖게 하고, 졸업 후 자신의 직업을 통해 하나님 앞에 헌신하게 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와 같은, 비기독교인 학생들이 자신들을 향한 관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강좌들이 무엇이 있을지 토론하고 있다.”
-20년간 기독교 학교 운동에 힘써 오셨다. 다음세대 교육에 대해 한국교회가 가져야 할 자세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3개의 기독교 학교를 분당, 용인 동백, 동탄에 세웠다. 자녀를 둔 성도들에게 늘 ‘그리스도인 부모로서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기독교 학교에 보내는 것’이라고 권면해 왔다. 가정과 교회에서 자녀를 그리스도인으로 기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 1주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중요하다.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풀어내는 모든 것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활 습관을 훈련하는 것은 기독교 학교만이 가능하다.”
-기독교 대학이 많은데 한동만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저 역시 한동대 학부모였고 여러 번의 교류가 있어서 한동대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와 보니 그물이 훨씬 촘촘했다. 팀으로 묶고 여러 가지로 연결시킨다. 내성적인 학생들은 버거워할 수 있을 정도로 학교가 학생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입학생들이 한동인으로서 마음가짐을 새기게 하는 ‘한스트’(HanST, Handong Spiritual Training)라는 신입생 예비교육을 통해 새내기와 기존 학생들을 묶어 주며, 이를 한 학기 동안 이끌어간다. 다양한 아이들을 묶어내니, 힘들어하면서도 이를 극복해 낸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도 있다. 한 아이는 ‘같이 사는 언니가 밤마다 이를 갈아 힘들었는데, 하나님께서 내게 붙여 주신 짝이라 생각하니 꼴 보기 싫지는 않았다’고 하더라. 상대방을 용납하는 마음의 넉넉함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신학대학교도 못 만든다. 또 30여 명이 한 팀이 돼 교제하는 팀 활동은 굉장히 강력하다.
학부모 기도회를 열 수 있는 대학은 전 세계에 몇 안 될 것이다. 학기 초 한 교회에서 열린 학부모기도회에 참여했는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학부모들이 앉아 있더라. 온라인 줌까지 합치면 훨씬 많았다. 찬양 인도도 학부모들이 얼마나 열심인지 모른다. ‘참 제대로 된 기독교 학교를 만들어 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학기를 지내 보니 ‘자녀를 정말 사랑한다면 서울대, 하버드를 보내지 말고 한동대로 보내라’고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열여덟 열아홉이면 믿음으로 자랐다고 해도 인생관이 확고한 나이는 아니다. 캠퍼스에서 좋은 선배 좋은 스승을 만나야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붙잡을 수 있다. 그런 동문들이 많다.”
-한동대 졸업생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고 있나.
“베트남에서 NIBC라는 건설회사가 있다. 이들은 베트남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를 짓는 것을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아파트 4만 채를 지었는데, 전부 저소득층을 위한 것이었다. ‘어려운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한국의 최고급 기술로 정직하고 싸면서도 좋은 집을 지어 주자’며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라는 성경 말씀대로 베트남에서 살아보기로 한 한동대 졸업생들이 만든 회사다. 18평짜리 아파트가 겨우 3만 불(약 4천만 원)에 불과하다. 물가가 싸서 그런가 했는데, 그곳에서 현대 소나타 가격이 5만 불(약 7천만 원)이라고 한다. 18평 아파트를 소나타보다 싸게 파니 베트남이 반할 수밖에 없다. 주변 국가들에서도 아파트를 지어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그 NIBC의 약자가 ‘Not I But Christ’다. 갈라디아서 2장 20절의 ‘내 안에 내가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가 거하신다’는 말씀이다. 저도 평생 설교하면서 그런 표현을 참 많이 했지만 현장에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는데, 베트남에서 한동인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한동대 출신 20여 명이 리더십을 형성하고 전체 직원 수 1천 명 규모로 성장한 이 회사의 미래가 기대된다.
이런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한동에서 자라나고 있다. 특별히 똑똑하지 않더라도, 평범하더라도, 자기 분야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드릴 줄 아는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학부모들은 모두 동역자가 된다. 자녀가 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됐는데도 학부모 기도회에 계속 나오시는 분도 있다. 이러한 학생들을 계속해서 키워내야 한다는 신념인 것이다.”
-은퇴 목회자로서 후배들에게 조언 한말씀 하신다면.
“만나는 후배들마다 ‘한국교회가 좋은 때는 지나갔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부흥은 지나갔을지 몰라도,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이 땅에서 역사하고 계신다. 일하시는 방법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낙심치 말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려 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일을 해야 한다. 엘리야 시대에 무릎 꿇지 않은 칠천이 지금도 있다고 믿는다.
하와이 근처의 한 섬에서 나환자들을 위해 선교하다가 자신이 나환자가 된 한 선교사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책에서 ‘그가 죽었을 때 그를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도전받은 많은 이들이 200~30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 당시 미국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후대인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그가 걸어간 길이 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읽고, 가슴이 저미도록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화려해 보이고 박수 받을 만한 사역이 아니더라도, 묵묵히 ‘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 많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그분들과 함께 역사하고 계심을 믿는다. 그런 인재들이 더 많아지기를 하나님은 기다리고 계신다. 한동은 그런 하나님의 사람들을 키우기를 기도한다. 그들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