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체성, 절대 양보 못 해… 한동대생은 선교 프론티어”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대담] 교육계 위기 정면으로 맞서는 한동대 최도성 총장 (下)

‘학생 모집 위기’ 타개 위한 제안 정중히 거절
다수 학생들 동참하는 ‘공동체성경읽기’ 진행
기도회, 자정까지 학생 700명 자리 지키기도
“말씀‧기도 계속되는 한, 한동에 미래 있어…
각자 자리서 선교 지경 넓히는 한동인 되길”

▲한동대학교 최도성 총장은  “기독교 정체성은 양보할 수 없는 우리 대학의 가치”라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한동대학교 최도성 총장은 “기독교 정체성은 양보할 수 없는 우리 대학의 가치”라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학생 모집이 점점 어려워지는데, 기독교 색채를 좀 줄여서 비독교인 학생들을 더 받아 보면 어떨까요?” 2년 반 전 최도성 한동대학교 총장이 취임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한 교수가 그에게 찾아와 이런 제안을 조심스럽게 건넸다. 최 총장은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은 양보할 수 없는 우리 대학의 가치다. 솔깃한 제안이지만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단호히 답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하나님께서 이 땅에 기독교 대학 하나 정도는 살려 주시지 않겠는가. 완전한 ‘genuine’(진실한) 기독교 대학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1995년 설립된 한동대는 故 김영길 초대 총장 내외의 헌신을 통해 성경적이고 혁신적인 기독교 대학으로서 비전을 실현해 왔다. 한동의 졸업생들은 ‘Why not change the world?’라는 도전정신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최 총장은 “기독교 정체성이 사라지면 한동대는 사라진다”며 하나님께서 주인 되시는 ‘크리스천 대학’, 글로벌 시민을 양성하는 ‘글로벌 대학’,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스튜던트 퍼스트 유니버시티’라는 한동의 비전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한동대는 모든 학생이 ‘팀’에 속한다. 최 총장은 부임 이후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을 나누는 공동체성경읽기(Public Reading of Scripture, PRS)를 시작했고, 모든 학생들이 속한 110여 개의 팀 대부분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5월 과감히 개최했던 금식기도성회에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고 자정까지 700여 명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며 “말씀과 기도의 소리가 이렇게 계속 울려 퍼지는 한, 한동에는 미래가 있다”고 역설했다.

총장실 한쪽에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주님을 섬깁니다”라는 문구의 액자가 걸려 있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문구”라며 “오지에 나가는 것만이 아닌, ‘내가 있는 자리가 나의 선교지’라고 생각한다. 한동대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선교의 지경을 넓히는 프론티어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최근 한동대 총장실에서 진행한 최 총장과의 대담을 두 차례로 나눠 게재한다. 다음은 그 두 번째 편이다.

▲최도성 총장은 하나님께서 주인 되시는 ‘크리스천대학’, 글로벌 시민을 양성하는 ‘글로벌대학’,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스튜던트 퍼스트 유니버시티’라는 한동의 비전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송경호 기자
▲최도성 총장은 하나님께서 주인 되시는 ‘크리스천대학’, 글로벌 시민을 양성하는 ‘글로벌대학’,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스튜던트 퍼스트 유니버시티’라는 한동의 비전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송경호 기자

-기독교대학으로서의 정체성 정립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

“기독교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독교 정체성이 사라진다면 한동대는 사라진다. 또 하나의 지방대학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동대는 지방에 있지만 분명한 글로벌 대학이고 대표적인 기독교 대학이다.

기독교 정체성의 핵심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총장에 취임하면서 ‘공동체성경읽기’(Public Reading of Scripture, PRS)를 시작했고 학생들은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을 나눈다. 한동대의 특별한 제도 중 하나는 모든 학생이 팀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110여 개의 팀이 있고 각 팀은 지도교수와 30여 명의 학생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 105개 정도의 팀이 매일 성경을 읽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청년들의 성경 읽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한동대에서는 그 소리가 날마다 커지고 있다. 말씀이 이렇게 계속 울려 퍼지는 한, 한동대에는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기도다. 기도를 쉬면 안 된다. 지난 5월 17일 금식기도성회를 선포했을 때, 많은 학생들이 하루종일 금식하며 기도했다.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했는데, 그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밤 12시 끝나는 시간까지도 7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채플에 모여 통성으로 기도했다. 자랑스러웠다. 기도의 소리가 있는 한 한동대의 정체성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은 예배다. 박은조 목사님께서 교목실장으로 오셔서 말씀과 기도, 예배, 이 세 가지가 더 활성화됐다.”

▲최도성 총장은 “말씀과 기도가 학교에 계속 울려 퍼지는 한, 한동대에는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최도성 총장은 “말씀과 기도가 학교에 계속 울려 퍼지는 한, 한동대에는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학생 및 교직원들과의 소통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다고 들었다.

“총장으로 부임하니 예전에 (국제화부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알던 교수님들은 대부분 떠난 상황이었다. 교수님 한 분에 1시간씩 할애해 매일 1대 1 면담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섯 분을 연달아 총 5시간 면담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웃음). 지난 학기에야 모두 마쳤다. 교수님들의 생각과 관심사를 두고 대화했는데, 평소 총장에게 직접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던 교수님들이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좋아하셨다. 어려운 이야기들도 서슴지 않고 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했다.

학생들과의 소통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모든 학생들을 1대 1로 만날 수는 없으니 쉽지는 않다. 총장 취임 2~3일 뒤 복도를 지나는데 학생 2명이 서성거리며 제 사진이 걸린 액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더라. 말을 거니 처음에는 누구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다가 사진과 비교해보고는 ‘총장님?!’이라고 하더라. ‘그래, 내가 총장인데 뭐 하고 있니?’라고 물었더니 ‘같이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아예 총장실에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학생들이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지 만난다. 시간만 있다면 이야기를 듣고 같이 기도한다. 학생들을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부족할 뿐인데,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최도성 총장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에서 주님을 섬기자’는 말을 좋아한다. 한동대가 한국교회에 다시 청년 부흥을 일으키는 주역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최도성 총장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에서 주님을 섬기자’는 말을 좋아한다. 한동대가 한국교회에 다시 청년 부흥을 일으키는 주역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기독교계와의 협력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가.

“대학 설립 때부터 초대 김영길 총장님과 사모님의 눈물의 기도와 헌신적인 노력으로 오늘의 한동대가 있다. 내외분이 전 세계 교회를 다니며 한동대를 통해 역사하신 하나님의 기적들을 알려 오셨다. 덕분에 많은 교회들이 한동대를 사랑해 주시고, 기도와 후원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총장님이 세상을 떠나신 지 6년이 됐지만, 사모님이 계속해서 한동을 알리고 계신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저는 요즘 교직원들에게 한동대의 세 가지 비전을 이야기한다. 첫째는 ‘HI인재’(Holistic Intelligence, 전인지능)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세계 대학과 교류하는 것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대학들이 배워야 할 모형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교회를 떠나간 청년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역할이다. 포항의 한 목사님이 교회 청년들이 급격히 줄어서 고민하던 차에 한 젊은 부부가 등록했는데,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청년부가 크게 부흥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동대 출신이었다. 이를 알고 그 목사님이 제게 ‘한동대에서 한국교회를 살릴 인재들을 교육시키고 있다’며 감사를 전해 왔다. 한동대가 한국교회에 청년 부흥을 일으키는 주역이 되길 소망한다.

세 번째는 한동대생들이 선교의 지경을 넓히는 프론티어가 되는 것이다. 저는 ‘있는 곳에서 주님을 섬기자’는 말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오지에 나가는 것만을 선교라고 했다면, 이제는 내가 있는 자리가 나의 사역지요 선교지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를 살리는 졸업생들을 길러내고 싶다. 한동대는 훌륭한 졸업생들을 교회로 파송하고, 교회는 한동대를 후원하는 협력이 더 긴밀해지길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기독교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가나안(교회에 안 나가는) 성도’들이 많아지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회들이 많다. 그러나 교회가 본질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한, 결국 교회가 사회의 희망이다. 그렇기에 본질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선교하는 교회, 말씀이 살아 있는 교회, 기도와 예배가 살아 있는 교회로서 본질을 지켜낸다면,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될 것이다. 본질을 지키는 교회로 계속 정진해 나가자는 말씀을, 주제 넘지만 감히 목사님들께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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