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칼럼] 유신진화론에 대한 정통개혁신학적 평가(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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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III. 지적 설계론은 지적 설계자 인정하나 인격적 창조자 인정에는 이르지 않는다

이에 대표자적 인물로는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법학교수 필립 존슨(Philip E. Johnson, 1940-), 옥스퍼드의 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옥스포더 천체무릴학자 스티브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 스티븐 마이어(Stephen Meyer 등을 들 수 있다.

1. 우주의 물리법칙의 ”미세 조정“ 이라는 인류지향적 원리는 인격적 창조주를 수용하지는 않는다.

지적 설계론의 구체적인 원리는 우주의 인류지향적 원리(anthropic principle)다. 인류지향적 원리란 자연세계의 진화과정을 면밀히 검토하면, 이러한 진화과정에서 조그만한 오차라도 용인한다면 지금의 지구의 모습이 불가능하며, 오늘날과 같은 생명체가 출현하고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든 조건들이 미세하게 조정(fine tuning)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주가 미세하게 조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생명과 인류의 탄생을 가져오지 못했을 것이다.

우주의 미세 조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신적 존재를 증명하는 것일 수도 없다. 자연법칙들의 미세 조정도 수많은 우주들의 존재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으며 다중우주의 개념을 통해서 우주를 만든 자비로운 창조주를 들먹을 필요도 없이 물리법칙의 미세 조정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지적 설계자론에 의하면 미세 조정이나 인류원리가 세계가 오묘하게 설계되었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의 피조물이며 신이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 지적 설계론은 창조자를 인격적으로 증언하지 않음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은 우주의 설계자를 상정하기 때문에 과학적 추론에 있어서는 기독교 창조론에 가까이 있다. 자연에서 설계의 흔적들이 관찰된다면, 진정한 과학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설계가 자연 속에서 정말 발견된다면, 설계를 자연과학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설계를 거부하는 진화론의 배후에 있는 형이상학적 자연주의 철학에 대한 섬세하고 균형 잡힌 비판이다.

그런데 중립적 과학자들은 지적 설계론을 창조론의 입장에서 수용하기를 거부하고 진화론적 물리법칙의 자체 조정(스피븐 호킹 등이 대표)으로 해석함으로써 지적 설계자를 인격적 창조자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3. 스티븐 호킹은 인격적 하나님을 중력 법칙으로 환원

1) 우주의 자기 창조 주장: 중력 법칙에 신적 준재 부여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이 그의 저서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 2010)에서 내린 주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주에는 중력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 우주는 무에서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창조할 것이다.” 그는 “이제 철학은 죽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가 우주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그치고 우주현상의 설명을 물리주의에 환원시키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그의 명제 “우주는 무에서 스스로를 창조했고, 앞으로도 창조할 수 있다”에서 그는 무를 인정하지 않고 “우주에는 중력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라는 가정을 말하고 있다. “우주의 시초에 중력의 법칙이 있었다”는 것은 호킹의 편견적인 신념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호킹의 신념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는 성경의 계시를 대체하는 자연주의적 명제다.

호킹에 의하면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이 작용한다. 본래 중력과 같은 뜻이다. 만유인력은 기본상호작용으로서 중력 이나, 거시세계에서 관측되는 힘, 특히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으로서 중력(gravity)을 구분한다. 정확히는 만유인력과 지구의 자전에 따르는 원심력을 더한 힘이다. 중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공중에 떠 다니지 않고 지표면에서 생활한다. 중력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기보적인 네 가지 힘(중력, 강력(강한 핵력), 약력(약한 핵력), 전자기력)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호킹은 신의 창조설을 부정하고 우주의 자기 창조설을 주장하고 있다. 호킹은 “시공은 스스로를 생성시키는 과정에서 먼지 형태의 자기 물질의 가루를 만들어 낸다”는 옥스포드대 출신의 화학자요 무신론자 피터 맥킨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맥킨스는 이러한 현상을 “코스믹 붓스트랩”(cosmic Bootstrap)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이것은 구두끈을 잡아당김으로써 자신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모순적인 이론이다. 맥킨스의 동료교수인 종교철학자 키스 워드는 그의 무신론 우주관에 대해 “그가 붙인 명칭만큼이나 터무니 없는 자가당착적인 이론이라고 다음같이 피력하였다: ”무엇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또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불가능한 일이다.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가설과 ‘코스믹 붓스트랩’ 가설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가설이다. 자신의 구두끈을 잡아당겨서 자기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영원히 우주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호킹은 중력의 법칙이 우주를 만들어 낸다고 하면서 중력 법칙에 신적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그가 인격적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중력법칙인 물리적 현상 자체,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의 현상, 자연의 패러다임을 자기 창조 존재로 간주해 버린 것이다. 이는 과학을 자체 완결적인 존재로 보는 과학주의다.

이는 과학을 신비로운 우주에 대한 하나의 설명의 도구로 본 갈릴레오, 케플러, 데카르트, 뉴턴 등 위대한 과학자들의 전례와는 다르다. 이들은 자연 법칙과 하나님을 분명히 구별하였다. 일찍이 위대한 근세의 위대한 과학자들은 인격적인 하나님을 믿었고 자연 법칙이란 이 분이 만드신 자연의 현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뉴턴이 발명한 유명한 운동의 법칙,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 반작용의 법칙 등은 오늘날 인류가 달에 착륙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만큼 정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뉴턴의 법칙은 광속처럼 빠른 속도는 계산해 낼 수 없다, 뉴턴의 법칙도 그 법칙이 성립 가능한 범위와 조건이 있는 것이다.

호킹은 자연법칙에 의한 우주의 자기설정을 주장하면서 하나님을 자연법칙의 화신(化身)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갈릴레오, 케플러, 데카르트, 뉴턴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위대한 선구자들은 전통적으로 자연법칙은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대답했다. 오늘날 옥스퍼드의 동료과학자 렌녹스(John C. Lennox, 1943-)가 대답하는 것처럼 갈릴레오, 케플러, 데카르트, 뉴턴이 믿었던 하나님은 단순히 자연법칙의 화신이 아니라 지성적인 창조주이자 우주의 지탱자이며, 전능하신 인격자이시다. 성경은 이러한 자연을 섭리하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호킹은 하나님을 자연의 중력법칙과 동일시하고 있다. 호킹은 인격적인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무신론자로서 자연법칙에 신적 능력을 부여하고 있고 자연을 신격화하고 있는 물활론적 사고(物活論的 思考)에 서고 있다.

호킹은 다중 우주론을 펴면서 우주가 탄생하는 데는 중력 법칙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주장을 편다. 그렇다면 중력법칙은 어떻게 생긴 것이냐고 물으면 M이론 때문이라고 답한다: “M이론에 따르면 수많은 우주가 무의 상태에서 창조된 것으로 예측된다. 이 창조 과정에 초자연적인 존재나 신의 개입은 필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물리법칙에 따라 다중 우주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장에서 호킹은 초자연적 행위자요 인격적인 존재이신 하나님을 거부하고 대신에 물리법칙에 신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처럼 물리현상을 신적 존재로 보는 것은 물활론적 사고다. 호킹의 사고는 초기 희랍의 자연철학자들이 우주를 물이나 불 등이 원리로 되었다고 본 원시적인 물활론(hylozoism을 정교한 과학적인 물활론으로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다.

2) 중력 등 자연법칙은 스스로 있지 않고 창조자로 의해 존재

갈릴레오, 케플러, 데카르트, 뉴턴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위대한 선구자들은 자연법칙이란 초자연적인 행위자인 하나님이 부여한 특정한 조건에서 우주가 움직이는 규칙성과 패러다임이라고 보고 자연법칙과 하나님을 분명히 구별하고 있다. 진정한 기독교 과학자들에게는 자연법칙과 하나님 존재는 서로 충돌되지 않는다. 자연과학과 창조주 신앙은 충돌되지 않는다. 그런데 호킹은 그의 이론을 통해서 과학을 하나님으로 떼어 놓게 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에 반해서 뉴턴은 귀족으로서 대학교수로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을 때 오히려 이 법칙을 만드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과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책인 그의 저서 『자연과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믿으라고 권유하였다. 그는 물리법칙과 그것을 만드신 하나님을 떼어 놓지 않고 연결시키고 자연과학을 통하여 하나님을 증언한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수학 교수이자 그린 템플턴 칼리지의 수학 및 과학철학 선임연구원 렌녹스(John C. Lennox, 1943-)가 언급하는 바 같이 “물리법칙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주어진 조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특정 현상을 설명할 뿐이다.” 호킹은 물리법칙과 그것의 행위자인 하나님을 연결시키지 못했다: “우주의 작동이 자연법칙에 의해 지배된다고 말하면 그 의미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우주가 물리법칙 때문에 자연적으로 생겨났다거나, 중력이 M이론 때문에 생긴다는 호킹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John C. Lennox, God and Stephen Hawking, Lion Hudson, 2011, 원수영 역, 『우주의 비밀 빅뱅인가 창조인가』, 프리월, 2012, 73
물리법칙이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는 기독교 신앙이 필요하다. 여기에 창조과학과 창조신학이 협력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

레녹스는 오늘날 과학이 하나님을 사랑의 존재로 이해하게끔 돕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수학적 공식에 기초한 제안들을 너무나 쉽사리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며‘이는 반드시 옳지 않을 수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신은 어떠한 이론이 아니며, 특히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 즉 하나님은 인격적 존재’라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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