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된 배터리 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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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자기 돌봄

▲ⓒ픽사베이
▲ⓒ픽사베이

한 여성에게 비만 문제가 있었다. 키는 150cm 중반인데 몸무게는 100kg이 넘었다. 이 여성은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 여성의 비만 문제에는 심리적 부분이 많이 작용하고 있었다.

10대 때 누군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고, 사람들 앞에 서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람들 시선을 늘 의식하게 됐다고 한다.

그랬던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외모가 뚱뚱하고 보기 싫어야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외모를 돌보지 않게 된 것이다. 잠깐 체중을 관리하고 예뻐진 적이 있는데 남성들의 시선을 사게 되는 것 같아서, 다시 많이 먹고 체중을 늘려서 매력이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녀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왜 그녀는 문제의 원인을 자기에게 돌려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신을 미워하는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외부로부터 온 상처나 자극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난 후 그 어려움을 겪은 나를 위로해 주고 잘 돌보기는커녕, 어려움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고 나를 학대하고 나를 미워하는 행동들을 자신에게 행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돌봄’은 치유의 여정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상처받고 힘들었던 내가 힘을 얻고 다시 나의 삶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돌봄이 필요한데, 많은 경우 인간관계로 인한 상처들을 회복함에 있어 자신을 돌보려 하기보다 주위 사람들, 배우자 또는 누군가가 내 상처를 싸매어 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위로해 잠깐 마음이 편안해지고 긍정적이 된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자기 돌봄이 없으면 금방 쉽게 좌절해 버리고 또 다른 상처를 받아 또 누군가의 위로와 돌봄을 기다리게 된다. 현대의 많은 정신질환 치료약들이 탁월한 효과들을 자랑하지만, 어디까지나 약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지 원인을 찾고 삶의 습관이나 생각의 틀을 바꿔놓진 않는다.

이처럼 타인에게 위로와 도움을 받을 순 있지만, 그것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과 같은 역할에 그치고 장기적 변화를 가져다 주긴 어렵다. 결국 나를 정기적으로 잘 돌보는 법을 알고 자신을 잘 돌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성숙한 인간으로서 독립적 삶을 살게 된다.

‘자기 돌봄’이라는 단어는 1950-1960년대 등장했다. 정신질환자들이 기관 시설에서 나오면서 생겨난 말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관련해 사용된 말이다. 처음에는 정신질환과 관련해 건강하게 살기 위해 자기 돌봄을 해야 한다고 했다면, 이 시대에는 전문적이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누구나 정기적으로 실행해야 할 삶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

자기 돌봄을 잘 해야 함을 알고는 있지만 이를 이기적이라 생각하거나, 자기 돌봄을 잘 하다 보면 성공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일 중독’과 ‘완벽주의’ 사회가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사회에 살다 보면, 자기 돌봄을 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사회에서 요구하는 시스템에 속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필자의 딸이 직장을 옮겼는데, 그 사무실에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루 8시간이 아니라 9시간이나 9시간 30분을 일한다고 한다. 본인은 일찍 와서 충분히 일을 하고 시간에 맞춰 집에 가고 싶은데, 주위 사람들이 더 늦게까지 일을 하고 눈치를 주는 것 같아 그 자리를 빨리 박차고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자기 돌봄은 차이가 크다.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생각해 보자. 보통 정확하게 그릇에 맞춰 커피를 주는데, 조금만 더 부어도 커피는 넘쳐 버린다. 넘치지 않게 양을 정확히 맞춰 커피를 만드는 것이 기술이듯, 내가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자기 돌봄을 통해 적절하게 하면 정확한 분량으로 기능을 다 할 수 있다.

자기 돌봄 없이 담을 수 있는 커피 분량을 생각하지 않고 조금 더 부어 버리면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은 커피가 되는 것처럼, 내 몸도 망가지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탈진(burn out)을 경험하고 일의 흥미를 잃어버릴 뿐 아니라 몸도 마음도 망가지는 것을 경험한다.

어떤 여성은 융통성이 다소 부족하고 반드시 매뉴얼대로 해야 마음이 편했다. 맡은 일을 매뉴얼대로 하나하나 정확하게 지키려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그렇게 온 힘과 정성을 다하는 자신의 일로 인해 매일 저녁 집에 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침대에 누워만 있게 됐다고 한다.

일터에서 최선을 다할 필요는 있지만 완벽주의가 될 필요는 없으며, 최선을 다하지만 그렇다 해서 모든 에너지를 100% 그것에 다 쏟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에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것도 들어가야 한다.

장기적 안목으로 일을 오래 하기 위해 하루 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계산하는 것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어 줬더니, 그 분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생겨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집에 돌아와 개인적으로 즐거운 일들을 할 수도 있게 됐다. 그래서 더 이상 일을 그만 두고 싶다 는 극단적 생각도 멈추게 됐다.

자기를 돌보는 것은 가던 길을 더 잘 가기 위해 지금 잠깐 멈추는 것을 포함한다. 집중이 잘 돼도 50분마다 한 번씩 일어나 체조를 하는 것이 몸을 돌보는 것이다. 자기 돌봄은 아플 때뿐 아니라 매일 삶에서 우물이 마르지 않게 재충전시켜주는 건강한 습관이다.

그럴 때 우리는 방전된 배터리 같은 사람이 되지 않고 계속 흘러 넘치는 샘물과 같은 기쁨과 에너지가 있는 풍성한 삶을 살게 된다.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은 더 많이 자기를 돌보고, 건강한 사람도 꾸준히 자기 돌봄을 함으로써 모두 ‘굿 라이프’를 살아내길 소망한다.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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