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의 사회적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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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이 본 섹슈얼리티 39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의학은, 건강한 행동이든 병적 행동이든, 특정 행동에 대해, 생물-정신-사회적 모델에 따라 연구하고 또 치료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동성애의 생물학적 원인(유전, 선천성 등)과 정신적 원인(정신분석 이론, 가족이론, 발달이론 등) 등에 대해 기술하였다. 이제 동성애의 사회적 원인에 말해 보고자 한다.

사회란 개인의 주변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을 말한다. 가깝게는 가족, 학교, 동네 등이고, 크게는 국가, 민족, 문화, 전통, 유행, 담론, 윤리-도덕, 철학사상, 세계관, 종교 등이다. 이러한 사회 환경은 특정 행동(또는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이를 고착시키기도 하고, 또한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요즘 유행하는 “먹방” 문화는 새로운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이미 있는 비만을 고착시키기도 하고, 살빼기를 시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같은 의미에서 동성애를 허용하거나 인정하거나 심지어 칭송하는 문화권에서는 동성애자가 많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될 수 있다.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가 그러하였다. 그러나 중세기독교 사회에서는 동성애는 죄악시되고 차별받았고, 그래서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을 숨겼고, 감히 동성애자임을 자처하는 사람은 없었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를 계간 또는 “비역질”이라하면서 부정적으로 보았다. 자연히 동성애자들은 드물었을 것이다.

현재 국가나 문화권에 따라 동성애를 인정하거나 또는 반대하는 등 다양하다. 전통 아시아국가나 러시아 그리고 이슬람 국가에서는 동성애자는 커밍아웃하기를 주저한다, 그러나 서구 개방된 국가에서는 근래 인구조사에서, 동성애자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새로운 동성애자의 발생을 의미하는지, 단지 커밍아웃이 증가한 때문인지 불명하다. 필자는 둘 다 가능하다고 본다. 필자는 현대 사회의 개방된 서구적 성문화가 동성애 행동을 자극하고 있을 뿐 어니라 커밍아웃도 격려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서구로부터 유입된 동성애의 “생물학적 원인론”과 동성애가 “정상적 변이”라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성애는 “변이”이기는 하지만 정상범위에 들기 때문에,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당연히 자신을 숨기고 있던 많은 동성애자들이 이 주장에 매혹되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동성애의 정신사회적 원인을 거론하거나, 그래서 전환치료를 권하는 것 자체가 “혐오발언”이자 “인권유린”으로 간주되어,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커밍아웃하는 동성애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하여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문화적, 정치적, 종교적 논쟁이 왕성하다.

그런데 최근, 그렇게도 궁금해하던 동성애의 유전자가 결국 발견되지 않으면서, 동성애의 근원에 있어, 생물학적이 아니라 정신사회적 요인이 중요 역할을 한다는 이론이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동성애가 “저절로” 변화할 수 있다거나(이를 성지남 유동성이라 한다), 전환치료, 회복치료, 탈동성애 사역 등 정신사회적 개입으로 동성애 치유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다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생각이 다른 목소리에 비해 언론에 거의 소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마도 언론인들 또는 미디어 종사자들이 친동성애적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은 엘리트들로서 일반 대중보다 교육수준이 높고, 그래서 “억압적”(?)인 전통 문화에 대한 비판 내지 저항 정신이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동성애가 유전된다는 가설은 엄천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반면,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같은 사실은 거의 무시되어 왔다.

미국정신의학회 같은 전문학술 단체들도 동성애의 환경이론은 인정하지만, 그 환경은 사회문화적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환경, 예를 들면 태아 시절의 자궁내 환경을 의미한다(그러면서 나중에 필자가 언급할 “선택”에 대해서는 아예 아니라고 못 밖고 있다).

그러나 그 학술단체들의 학술지에는 동성애와 관련된 사회문화적 요인들에 대한 연구는 없지는 않다. 그러나 대개 맹렬한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즉 앞서 말한 발달이론이나 “트라우마” 이론도 결국 개인의 인격 성장에 대한 사회문화적 환경의 압력의 영향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상황적 환경이 일시적으로 동성애 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 때 성에 대한 모색을 하는 동안, 친구들과 실험적으로, 모험적으로, 장난 삼아 또는 동성애자 친구의 요청으로 동성애적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대개 일시적이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대부분 이성애자가 된다.

동성애가 일시적으로 생겨나는 두 번째 상황은, 장기간 동성끼리만 지내야 하는 특수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군대, 감옥, 또는 기타 남성끼리 잠을 자는 주거에 머물 때, 즉 이성애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동성애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한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면 대개 이성애로 돌아온다.

사춘기에 이르면 본능의 부름과 전통적 문화관습에 따라, 이성을 찾아 구애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키우는 행동을 한다. 옛날에는 사춘기가 끝나는 18세 정도에 모두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았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사춘기가 길다. 대개 청년이 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결혼하여 독립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청소년기-사춘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유예기간(moratorium)이 긴 것이다. 이런 사태는 발달에서의 지연을 야기함으로 젊은이들의 미숙성을 조장한다. 즉 나이가 들어도 정신적으로는 청소년 같다. 몸은 사춘기를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핸들링하는 정신은 미숙하다. 그 기나긴 유예기간동안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데카당한 성적 모험을 할 기회가 많아진다. 동성애 뿐 아니라 많은 성적 일탈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결혼하면서 건실한 이성애자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것이 바로 성지남 유동성(fluidity)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성장기 동안의 자연환경도 문제될 수 있다. 아직 확실히 입증된 바는 아니지만, 환경오염도 모체를 통해 태아 성장기의 뇌에 영향을 미쳐, (앞서 자폐증적 현상에 대해 말하였듯이) 뇌신경발달이 미묘하게 장해될 수 있다. 그 결과는 역시 미묘한 미숙성이다.

결국 성인의 정신상태가 소아기 또는 청소년기의 미숙성에 머물러 있다면, 성숙한 성적 관계가 어려워 진다(동성애 원인에 대한 일반적 사회문화의 영향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 계속).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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