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연애는 다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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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결혼한 남자들이 한목소리로 동의할 만한 아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잔소리’일 것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아내는 방식과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입을 쉬지 않고 잔소리를 한다.

남편 입장에서 잔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면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멈출 방법은 없다. 잔소리를 듣지 않을 만큼 아내의 마음에 합한(?) 자로 산다는 것은 완벽한 자기 관리와 바른 생활은 물론 돈벌이와 육아, 세심한 배려 등 엄청난 능력까지 두루 갖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잔소리를 듣지 않고 살 수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건 불가능한 희망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여성에게는 대부분 잔소리의 유전자가 있지 않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모든 나라, 모든 연령대 여성들이 거의 하나같이, 시대와 나이를 불문하고, 남편에게 평생 잔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이쯤에서 어떤 여성들은 ‘나는 잔소리 별로 안 하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자기가 남편에게 하는 것은 잔소리가 아니라 꼭 필요해서 하는 말이며,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라고 여길 것이다. 물론 아내 말을 잘 들어서 손해 보는 일은 없다. 다만 그것을 다 실천하고 주의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평생 잔소리해도 안 고쳐지는 게 대부분인데, 왜 그토록 끊임없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까. 고치지 못하는 남편도, 끝까지 지적하는 아내도 참으로 질기다. 내 아내는 자기 잔소리로 사람 만들었다고 하는데, 스스로 그런 효능감을 얻다 보니 더 많은 잔소리를 의무감으로 하는 것 같다.

긍정적 역할을 하는 잔소리는 ‘조언’이다. 조언자는 카운슬러 즉 상담자인데, 조언하는 역할은 하나님의 속성을 닮은 것이기도 하다.

“이는 한 아이가 우리에게 태어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셨는데 그의 어깨에는 정권이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우신 이, 조언자, 강하신 하나님, 영존하는 아버지, 평화의 통치자라 할 것이기 때문이라(사 9:6, 이하 흠정역)”.

메시아 예수님에 대한 구약의 예언이다. 그 아기를 하나님이자 아버지, 통치자라고 예언하면서 놀라우신 이, 그리고 조언자(Counsellor)라고 했다. 개역성경의 익숙한 구절 “기묘자라 모사라”의 한 부분이다. 모사(謀士)는 요즘 직책으로 고문이며 지혜와 책략으로 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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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는데, 세상 모든 남편들에게는 여자를 보내셨다. 하나님이 옆에 붙이신 조언자가 아내다. 그것은 처음에, 하나님이 여자를 만드실 때부터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남자가 홀로 있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합당한 조력자를 만들리라, 하시니라(창 2:8)”.

여기 남자의 합당한 조력자로 창조하신 존재가 이브(하와), 즉 여자다. '합당한 조력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개역성경의 표현으로 ‘돕는 배필’이다. 이는 킹제임스 영어성경이 help meet이라 번역했고, NIV 같은 현대역본은 helper suitable이라고 했다. 다 적합한 조력자, 돕는 자라는 뜻이다.

여자의 존재 이유가 이것 하나만은 아니겠고, 조력자라는 말이 여성들이 듣기에 불편할 수 있지만 최소한 남자에 관한 한 여자는 ‘헬퍼’로 만드신 것이 확실하다.

연애 중일 때도 여자는 잔소리를 제법 하지만, 늘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니 단점이 눈에 덜 띄고, 아직 서로 어느 정도는 조심하는 중이라 여자친구는 기혼 여성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잔소리의 양이 적을 것이다. 그녀가 아직 합당한 조력자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이고 결국은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데, 타인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하나님은 여자에게 무엇을 주된 도구로 남자를 도우라 하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력자는 더 큰 개념으로 모든 일을 함께 하는 역할인데, 그 중 여성의 역할은 물리적인 것보다는 조언의 힘이 클 것이다.

사람의 말에는 힘이 있고, 모든 생각은 말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이 말로 소통하는 힘이 얼마나 강력했으면 서로 협력해 하늘에 닿는 반역의 상징인 바벨탑을 쌓은 자들을 향해 하나님이 ‘말’을 혼잡하게 하셨을까? 말의 혼잡은 모든 이들을 뿔뿔이 흩어져 하나님을 모르고 살게 할 만큼 강력한 벌이자 특단의 조치였다.

사람이 누군가를 돕고자 할 때도 일단 말이 필요하다. 조언과 응원이 먼저 있어야 물질이나 협력이 가능하다.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외적으로 아무것도 도울 힘이 없어도 말과 위로는 가능하다. 부부도 서로에게 무력하고,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도 말 한마디로 또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을 보면 하나님 말씀에 담긴 능력처럼 우리의 말에도 큰 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능력을 과신하거나 말로만 그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가정을 이끄는 것은 남자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부부가 둘 다 있다면 남자가 먹여 살리고 인도하게 된다. 그것이 하나님이 만드신 원리다. 그러면 남자들의 전쟁터에 나갈 수 없었던 여자가 합당한 조력자로서 할 일은 ‘말’이다. 말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말로 권면하고 위로하며, 조심할 것을 알리고, 남자가 보지 못하는 것이나 놓치기 쉬운 부분을 일깨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잔소리의 원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과도해지고 전방위적으로 확대돼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배하려는 것이 문제지, 남자는 여자의 잔소리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존재다.

여자에게 시달려(?) 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생사고락을 알기 어렵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목회자의 자격도 아내가 있는 사람, 함께 자녀를 잘 양육한 남성이어야 한다고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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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잔소리라고 다 유익한 것은 물론 아니다. 여자들은 이 엄청난 특권이자 능력에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한데, 그것은 조절력이다. 통제력을 잃은 힘은 위험하다. 지나친 잔소리는 귀를 막게 하고, 지치게 한다. 그 도가 지나치면 남편은 무감각해지고 하나의 소음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야만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잔소리도 강도와 내용이 중요하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남편을 살리고 도울 수 있다.

실제로도 여자들은 잔소리를 자신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잔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의 특징은, 본인 스스로 타인의 잔소리를 못 견딘다는 것이다. 자기 사명을 빼앗겨서 그런가 싶은데, 하나님은 처음부터 잔소리를 하는 능력만 주시고, 듣는 능력은 많이 주시지 않은 것 같다는….

그러면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하는 잔소리는 어떤 것일까.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①즉시 퍼붓는 잔소리. 남편의 어떤 실수나 못마땅한 일을 봐도 그 자리에서 하면 다툼이 나기 쉬우니 조금 지나서 하는 것이 좋다.

②방금 귀가한 사람에게 하는 잔소리. 퇴근한 남편은 잠시 자신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잔소리를 하면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다. 부탁할 일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조금 미뤘다 하는 것이 좋다.

③다른 사람 앞에서 하는 잔소리. 자녀들 앞이나 양가 부모님, 지인 모임 같은 때 잔소리를 들으면 남자는 내용을 듣기보다 체면을 상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④본인의 스트레스를 푸는 잔소리. 다른 일이 안 풀려서 받은 화를 남편에게 풀거나 아이들 때문에 속상할 때 애먼 남편에게 잔소리가 나갈 수 있는데, 그것은 조언이 아니라 화풀이에 지나지 않아 상대방도 느낄 수 있다.

⑤너무 자주 반복되는 잔소리. 몰라서 안 지키는 것이 아닌데 같은 소리를 매번 반복하면 고치겠다는 생각보다 지겹다는 생각이 앞선다.

⑥자존심을 건드리는 잔소리. 잦은 잔소리에 상대방이 반응하지 않으면 더 귀를 자극하는 말을 할 수 있는데, 다른 집 남편과 비교하거나 남편의 약점과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하는 잔소리는 감정 다툼만 유발할 수 있으며, 오히려 반발과 복수심을 유발할 수 있다.

⑦길게 이어지는 잔소리. 한 마디로 끝날 수 있는 것도 길게 하면서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는 것은 곤란하다.

⑧모든 일에 대한 습관적인 잔소리. 안 해도 되는 상황에도 계속되는 잔소리가 있다. 아내가 거의 모든 상황에 자기 의견을 더해야 한다는 강박은 말의 효과를 반감시키며 남편의 결단력을 저하시킨다.

⑨정색하고 하는 잔소리. 큰 일이 아닌데도 따로 나중에 보자거나 시간을 내서 잠깐 이야기 좀 하자는 등 거창하게 나오면 남편들은 크게 긴장하거나 놀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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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아내의 잔소리에 대한 구체적인 일화는 별로 없지만, 잠언에 힌트는 있다.

“…아내의 말다툼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니라. 집과 재물은 조상들에게서 상속받거니와 분별 있는 아내는 주로부터 오느니라(잠 19:13)”.

물방울 한두 개는 별것 아니지만, 계속 떨어지는 물방울은 바위도 뚫는다. 아내의 다툼은 과도한 잔소리와 불필요한 시비에서 비롯되므로, 지혜로운 조언자로서의 모습은 분별 있는 아내일 것이다. 이런 아내는 하나님으로부터 온다고 했다.

그러면 내 아내가 하나님이 주신 합당한 조력자, 돕는 배필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것은 날 때부터 하나님이 지정해 놓으셨다기보다는 완전할 수 없는 아내의 타박과 잔소리라도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취할 말이 있다면 고깝게 생각 말고 이행하면 된다. 그러면 그 아내가 내 조력자가 되어 결국 주 하나님으로부터 온 아내가 되는 것이다.

물론 아내는 잔소리에도 애정을 담아야 할 것이다. 또 지나친 잔소리는 남편에게 큰 스트레스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 스트레스는 어차피 자신과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고, 건강을 상하게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자의 수명이 여자보다 조금 적은 이유가…. 이 말은 취소다.

잔소리를 듣는 남편들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여기에도 해당할지 모르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면 그저 자장가나 사랑 노래로 생각하고 포기하는 편이 빠르다.

나는 어떤 때는 잔소리를 끓여 붓는 아내의 얼굴에 살짝 생기가 도는 것을 본다. ‘거 참…’, 아내는 반갑다는 말도, 염려하고 있다는 말도, 잘해보자는 말도 다 잔소리에 담아서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행간을 읽으면 된다.

세상 모든 아내는 자기 사명인 조언자로서의 존재를 확인해야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잔소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남편들은 잔소리가 아내의 스포츠(?)라 생각하며, 이해하면서 따를 것은 따르고 거를 것은 거르면서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부부의 대화는 아름다운 것만 있을 수 없다. 지지고 볶는 모든 과정이 삶이다. 집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가족의 풍경이며, 아내의 잔소리도 삶의 일부다. 그 소리들이 들리지 않는다면 그 빈자리에는 고독과 공허함이 들어찰 것이다.

아내는 과연 내 말들이 어떤 열매를 거둘지 생각해야 한다. 남자로부터 “역시 아내 말 듣길 잘했지. 여자 말을 들으면 손해는 안 보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합당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잔소리는 부디 양보다 질을 추구하시길!

김재욱 작가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등 40여 종
https://blog.naver.com/woogy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