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 역사에 대한 채무의식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역사는 늘 그 베푼 힘과 은총에 대해,
그것이 이루어진 배경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발언하고 묵언하며 바람결에 그것이 품고 있는 아픔과 피의 대가.
그리고 어디에선가 표표히 제 길 가고 있는 지금도의 선각자들.
시공간에 녹아져 있는 역할자들의 표나지 않는 희생과 헌신.
그것들이 있어서 오늘 이 시간도 편안히 이 글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와중 속에서,
어디론가를 향해 비척이며 행복 아닌 사명을 위해 길 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른거리는 죽음을 앞에 보며 함성을 지르거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기쁨이 있어도 없어도를 넘어 가야 할 길이라 느꼈기에 그 길 갑니다.
자신을 넘어 역사라고 하는 많은 이들의 누려야 할 길과 힘과 기쁨을 위해,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 그냥 가야 할 길 가고, 해야 할 일이라 그것을 하고 있습니다.
알려져 주장하지 않고,
자신의 누릴 것을 확보하기 위해 입증하고 논리화하며 포장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요구하지 않고, 자신이 그 자리의 한 점인 것을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한 번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이고,
인간세계란 모두의 이해를 얻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내가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끼며 품어주고 용서 용납하는 것이 우리의 갈 길입니다.
우리가 이제까지와 지금도, 그 누군가의 수고와 애쓴 보이지 않는 힘을 받았듯,
이제는 우리도 그 역사에 대한 채무와 책임을 지고 이고 감당하며 가야 할 때입니다.
그 힘과 기운을 느끼고 그것이 짐이 아니고 힘이라 여겨질 때,
우리는 역사 속의 교회가 되고, 역사 속의 성도가 되고, 역사 속의 한 인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