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정초에 읽을 연하시
새해가 되면 서로 인사를 나눈다. 용돈을 주기도 하지만 덕담이나 축복기원을 나눌 수도 있다. 이때 유명한 글귀(격언·속담·잠언) 하나를 써주거나 들려주는 것은 고상한 신년하례의 모습이다. 좋은 축복과 감사의 시(年賀詩·연하시)를 한 편씩 주고받는 것도 좋을 것이다.
① “복되어라/ 악을 꾸미는 자리에 가지 아니하고/ 죄인들의 길을 거닐지 아니하며/ 조소하는 자들과 어울리지 아니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법을 낙(樂)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 그에게 안될 일이 무엇이랴?/ 냇가에 심어진 나무 같아서(樹栽水邊)/ 그 잎사귀가 시들지 아니하고/ 제철따라 열매 맺으나/ 사악한 자는 그렇지 아니하니/ 바람에 까불리는 겨와도 같다./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때에/ 머리조차 들지 못하고/ 죄인이라 의인들 모임에 끼지도 못하리라.”(성경, 구약, 시편 1편)
② “첫 눈뜸에 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하소서./ 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 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득한 날에 예비하여 가꾸신 은총의 누리 다시금 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 젊디젊은 심장으로 시대의 주인으로 사명의 주춧돌을 짐지게 하소서./ 첫 눈뜸에 진정한 친구를 알아보고 서로의 속사랑에 기름 부어 포옹하게 하여 주소서./ 생명의 생명인 우리네 영혼 안엔 사철 자라나는 과일나무 숲이 무성케 하시고/ 제일로 단 맛나는 열매를 날이 날마다/ 주님의 음식상에 바치게 하옵소서.”(김남조/ 새해의 기도)
③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저의 삶에 새해라는 또 하나의 문을 열어주신 주님/이 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바로 보며/ 옳고 그른 것을 잘 분별할 줄 아는/ 지혜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욕심을 버리는 연습과 자기 뜻을 포기하는 연습을 통해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 오늘은 지상에 충실히 살되 내일은 홀연히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순례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이해인/ 새해엔 이런 사람이)
④“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은/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런 세상은 살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한다./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한 해가 또 오지만은/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김종길/ 설날 아침에)
⑤“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굴러라./ 건너 뛰듯, 건너 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헌옷이라도 빨아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굴러라 발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김현승/ 새해 인사)
⑥“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반칠환/새해 첫 기적)
토끼의 해(2023년)는 가고, 청룡의 해(2024년)가 왔다. 토끼처럼 뛰었으면 용처럼 솟아 오르라. 그리고 4월 10일 나라 위해 일할 만한, 신실한 국회의원들을 잘 가려서 뽑자.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