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죄인에겐 ‘죽을 생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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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죽을 생명’이 있다

▲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아담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창 2:17)”는 ‘첫 언약’을 범한 결과 인류에게 ‘죽음’이 왔지만, 그것이 곧 ‘최후의 심판(the Last Judgment)’으로서 ‘영원한 멸망(everlasting destruction, 살후 1:9)’은 아니었다.

하나님이 인류로 하여금 ‘첫 언약 때 범한 죄(히 9:15)’로 모든 것이 끝장나도록 하지 않으셨다는 말이다. 여기에도 하나님의 자비가 깃들어 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살길을 열어주어 그때 범한 ‘죄삯 사망(롬 6:23)’을 지불하여 ‘멸망’을 면하게 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죄인의 힘’으로는 그것(죄 삯 사망)을 지불할 길이 없다는 사실에 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죄로 죽어버렸기에(엡 2:1) 그에겐 그것을 지불할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생명’이 있어야 가능한데 ‘죄로 죽어 생명이 없는 죄인’에겐 ‘죄삯’으로 지불할 ‘죽음’이 없다. ‘죽음에도 자격이 있는가?’ 싶지만, 사실 그렇다. 그것(죽음)은 오직 ‘살아있는 자’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이렇게 ‘죄삯 사망’을 내어놓을 수 없는 죄인의 절망을 아시는 하나님이 그들을 살리려고 ‘그의 독생자’를 보내 그로 하여금 ‘그들의 죄삯 사망’을 대신 지불토록 하셨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다(요 3:16)”는 말은 “하나님이 택자의 ‘죄삯 사망’을 지불하도록 그의 독생자를 죽음에 내어 주셨다”는 말이다.

대개 우리는 ‘생명’ 하면 ‘사는 것’만을 연상하지만, 하나님께 그것은 ‘죄삯 사망을 지불하기 위한 생명’, 곧 ‘죽음을 위한 생명’을 의미했다. 살아있는 ‘생명’만이 ‘죽음’을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이 예수 그리스도를 ‘생명’이라 강조한 것도 사실 ‘생명’ 자체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기보단 그가 ‘죽을 자격을 가진 유일한 생명’임을 말씀한 것이다.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요 1:4)”. “아버지께서 자기 속에 생명이 있음 같이 아들에게도 생명을 주어 그 속에 있게 하셨고(요 5:26).”

아들 안에 ‘생명’이 있다는 말은 사실 그에게만 ‘죽음이 가능한 생명’이 있다는 말이다. 하나님께 있어, ‘그의 아들의 생명’은 ‘그의 아들의 죽음’을 의미했다.

“너희가 거룩하고 의로운 자를 부인하고 도리어 살인한 사람을 놓아 주기를 구하여 ‘생명의 주’를 ‘죽였도다’(요 3:14-15).” 여기서 ‘생명의 주를 죽였다’는 말은 패러독스(paradox)이다.

그것은 ‘죽을 수 없는 주(Lord)를 죽였다’ 혹은 ‘유일하게 죽을 자격을 가진 생명의 주를 죽였다’는 뜻으로, ‘그의 생명’이 ‘죽기 위한 생명’임을 암시한다. 물론 그가 죽임을 당한 것은 누가 그의 생명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버린 것이다(요 10:18).

◈‘죽음’, ‘죄삯’인가 ‘죄의 결과물’인가?

성경을 안다고 자처하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도 자신의 죽음이 자기의 ‘죄삯’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율법이 ‘죄의 삯은 사망(롬 6:23)’이라 했고, 그들에게 죽음이 왔으니 ‘그의 죽음’이 필경 ‘자기 죄삯’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도록 한 때문이다.

이런 착각이 ‘내가 죽음으로 내 죄 값을 치루는데, 왜 그리스도가 나를 대신해 죽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을 그들에게 일게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죄인의 죽음’은 ‘죄로 말미암은 형벌(刑罰)’이지, 그 자체가 그의 ‘죄삯’은 아니다.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창 2:17)”, “범죄하는 그 영혼이 죽으리라(겔 18:4)”는 말씀들은 ‘범죄 하면 죽음의 형벌을 받는다’는 뜻이지, ‘범죄 하면 죄삯을 지불하기 위해 죽는다’는 뜻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이 범죄함으로 그에게 온 ‘죽음’은 그의 ‘범죄로 인한 형벌(punishment)’이지, 결코 그가 율법으로부터 요구받은 ‘죄삯(the wages of sin)’을 지불한 것은 아니다. 죄인이 그의 죄로 죽게 돼도 지불해야 할 ‘죄삯 사망’은 여전히 그에게 부채(debt, 負債)로 남는다.

만약 그가 죽기 전 그것을 지불한다면 다행이려니와(그의 자력으론 지불할 수 없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는 죽은 후 ‘지옥(地獄)에서 그것에 대한 형벌로 ‘영원한 멸망’을 받는다(살후 1:9).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일으켜 그 휴유증으로 평생 장애자로 살게 된다 해도, 그것은 그가 ‘교통법규를 어긴 결과로 얻은 고통’이지 ‘음주운전에 대한 죄값’이 아닌 것과 같다. 그는 자신이 받는 ‘사고로 당한 고통’과는 별개로 ‘죄 삯’을 따로 치러야 한다.

마찬가지로 죄인은 그가 범죄함으로 그에게 일어난 ‘죽음의 고통’과 별개로, ‘죄삯 사망’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죄삯 사망’을 지불할 수 없는 죄인

하나님은 인간이 죄로 죽은 후엔 그에게 ‘죄삯 사망’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아셨으며, 따라서 그에게서 직접 그것을 받아내려고도 하질 않으셨다. 그는 그것(죄삯 사망)을 대신 지불할 자, 곧 ‘대속자’롤 창세 전부터 준비하셨다. 그가 바로 ‘성자 그리스도’시다.

하나님이 율법과 선지자들과 사도들을 통해 시종 우리에게 가르치시려고 했던 핵심 주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곧, 죄인은 ‘죄삯 사망’을 지불할 수 없는 ‘채무불이행자(a defaulter, 債務不履行者)’이며, 성자 그리스도가 그것의 대속자(redeemer, 대신 지불하는 자)이심을 우리에게 알리셨다.

나아가 누구든지 ‘그의 대속의 죽음’을 믿음으로 수납(受納)하면 ‘죄삯 사망’이라는 율법의 요구를 성취해 하나님의 심판에서 벗어난다. ‘믿음’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그의 대속의 죽음’을 나의 ‘죄삯’으로 수납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 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셨다(요 3:16)”는 말씀은 ‘하나님이 나를 대신해 죽음에 내어주신 독생자를 믿으면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예수 안 믿어 멸망을 당한다’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을 자기의 죄삯으로 수납하지 않아(‘죄삯 사망’을 갚지 않으므로) 멸망을 당한다’는 뜻이다. 이는 단지 그의 죽음을 수납하지 않았다는 의미 외에, “자기를 거룩하게 한 언약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고 은혜의 성령을 욕되게 한 죄(히 10:29)”에 대한 형벌이다.

“저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요 3:17)”는 말씀 역시 ‘독생자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했다’는 뜻이다. 이는 하나님이 정하신 ‘대속(代贖)’과 ‘전가(轉嫁)’의 원리에 의거한다.

인류의 머리인 ‘아담의 원죄’가 인류에게 ‘죄를 전가’시켜 그들을 사망에 빠뜨렸듯(롬 5:15), 마지막 아담 ‘그리스도의 대속’이 택자에게 ‘의(義)를 전가’시켜 그들로 하여금 의롭다함을 받게 했다(롬 5:18).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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