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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식
▲우남식 목사. ⓒ송경호 기자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복하라, 정죄하라’는 말씀이 없습니다. 성경에서는 ‘사랑하라, 감사하라, 기도하라, 기뻐하라, 복음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심판과 복수는 하나님의 고유 영역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수하거나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다 아시고, 복수할 사람 복수하시고, 심판하실 사람 심판하십니다. 우리는 늘 하나님 앞에서 감사하고 기뻐하고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며 살면 됩니다.

왜 사회가 시끄럽고, 우리의 내면이 시끄럽습니까? 서로 판단하고, 서로 복수하고, 서로 정죄하기 때문입니다.

한 주일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고 살았는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고, 자기 의견과 맞지 않으면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됩니다. 우리는 즉결 재판소의 판사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판자의 자리에 앉아서 남을 심판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데이비드 핑크는 <신경 긴장에서의 해방>이라는 글에서 1만 명의 환자를 상담하면서 긴장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원인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2년 동안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1만 명 모두가 ‘판단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남을 판단하고 비판했습니다.

그 후 그는 모든 환자에게 “오늘부터 당신은 비판하지 마시오. 판단하지 마시오. 그저 감사하고 사랑하고 용서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당장 삶을 마감할지도 모를 것입니다”라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환자의 70%가 나음을 받고 퇴원했습니다.

심판은 하나님의 고유 영역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모든 사람을 용서하셨습니다. 그럴진대 우리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심판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판단을 공의의 하나님께 넘겨드리고,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기도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바울은 이렇게 권면합니다.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놓으리라(롬 12:19-20).”

첫째는 원수 갚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니고, 둘째는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면 하나님이 갚아주신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여러 종류의 형벌이 있었습니다. 태형, 단두형, 교수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머리에 숯불을 올려놓는 형벌도 있었습니다. 숯불을 머리에 올려놓으니 얼마나 뜨겁겠습니까?

이처럼 원수인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면, 그 사람의 머리로부터 시작해서 전신이 뜨거운 사랑에 감동된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불에 복수의 칼이 녹는 것입니다. 사랑은 원수의 마음을 녹입니다.

원수를 갚는 최대의 무기는 사랑입니다. 사랑할 때, 하나님이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십니다. 이를 가리켜 ‘보상적 은총’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하다 많은 박해를 받았다면, 아름답고 선하고 진실하게 살았다면, 원수를 사랑으로 대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복으로 갚아주십니다.

요즘 친북과 친중 세력이 청와대는 물론 문화계와 언론을 점령했다고 합니다. 이에 박한식 교수는 《선을 넘어 생각한다》에서 “남한에는 친북 세력이 많아지고 북한에는 친남 세력이 많아져야 하며, 한국에 친중, 친미 세력이 많아지고, 미국과 중국에도 친한 세력이 많아져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보수라는 사람들은 친중 세력을 백안시하고, 진보라는 사람들은 친미 세력을 비판합니다. 남북이 분단된지 75년이나 되었습니다. 언제까지 서로 적대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까? 필자는 남북이 75년 동안 적대 감정을 가지고 살았으면 이것으로 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류 역사에 동족이 75년간 원수처럼 총부리를 겨누고 지내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왜 남북이 분단되었습니까? 우리 민족은 전쟁을 일으킨 전범 국가나 패전국도 아닙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가 패전해 동서로 나누어졌습니다. 태평양 전쟁과 중일, 러일 전쟁을 일으켜 패전한 일본이 독일처럼 나눠져야지, 왜 식민지 국가였던 우리나라가 분단되어야 합니까?

그것도 75년간 분단의 슬픔을 겪어야 합니까? 필자는 75년간 서로 원수처럼 지냈으면, 이제 미움을 거두고 사랑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누가 먼저 화해의 손길, 사랑의 손을 내밀 수 있습니까? 큰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습니다. 대인이 소인을 품을 수 있습니다. 큰 그릇이 종지를 담을 수 있습니다.

북한과 남한의 GDP 대비, 북한은 561달러(2020. 10. 2. 미국 농무부 예측)인데, 한국은 세계 10위권, 31682달러(2020년 5월 28일 한국일보)로, 56배 차이가 납니다. 어느 나라도 GDP가 4만 달러가 되면, 중국의 공산당화와 북한의 노동당화되지 않습니다.

세상의 세계관은 선을 선으로, 악은 악으로 대합니다. 선을 악으로 갚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동물 세계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관은 악을 선으로 이기는 것입니다.

악을 선으로 이긴 대표적인 인물은 요셉입니다. 요셉은 형들의 시기로 어린 나이에 애굽으로 팔려갔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선으로 악을 이겼습니다. 다윗은 사울을 죽일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는 통일 이스라엘의 왕이요, 목자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한을 품고 복수심을 가지고 살면 가슴에 불덩이를 가지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가슴에 불을 가지고 살면 얼마나 뜨겁겠습니까? 그리고 그 불에 내가 타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보복과 심판은 하나님께 넘기고, 악을 선으로 이겨야 합니다. 성령의 지배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믿고 세상의 원리에서 성경의 원리인 선으로 악을 이겨야 합니다.

하나님은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입니다. 우리는 보복과 심판은 하나님께 넘겨드리고 성경의 원리대로 선으로 악을 이기고, 겸손으로 교만을 이겨야 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원칙입니다.

우남식
인하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