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기독교의 토대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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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칼럼] 뉴잉글랜드 청교도신앙과 현대 복음주의 교회 (5)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청교도들은 은혜의 복음을 널리 확산시켰다. 경건한 훈련과 강렬한 신앙유지가 요청되었기에 헌신자들이 해야 할 의무가 많았다. 영혼을 위해서 돈을 뿌리게 되면, 신령한 축복으로 되돌아온다는 확신을 가졌다. 1651년경에 이르면, 약 2만 여명의 이주자들이 정착하였고, 30개의 타운이 들어섰으며, 각 지역마다 새로이 청교도 교회가 설립되었다. 그로부터 약 한 세대가 지나가는 동안에 인구는 35만 명으로 늘어났고, 청교도 교회들은 약 5백여 개로 확장되었다. 청교도들이 세운 마을들과 도시들은 조상들의 신앙을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경제적 발전을 성취했다.

뉴잉글랜드 청교도들은 첫째, 회심체험, 둘째, 칼빈주의 정통 개혁신학에 입각한 정통 교리, 셋째,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생활을 가장 큰 특징으로 갖추고 있었다. 언약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돌보심에 대한 확신과 그에 따른 사명감의 완수를 강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회심체험이나, 윤리적인 생활은 매우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기독교 정통신앙을 정립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다수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의견을 종합할 때에 가능한 일이었다. 청교도들이 지켜온 기독교의 정통신학은 물론 칼빈주의 개혁신학을 의미했다.

그러나 대단히 안타깝게도 청교도의 핵심교리는 도전을 받았고, 논쟁의 대상으로 떠 올랐다. 로마 가톨릭의 구원론과 잉글랜드 국교회의 어정쩡한 목회실제들을 거부하고, 대부분의 청교도들은 하나님의 택하심을 확신하면서 칼빈주의 예정교리를 받아들였다. 이 교리가 알미니안주의에 물든 잉글랜드 국교회를 청산하는데 중요하게 취급되었고 유용했지만, 실제 교회 현장에서는 왜곡된 형태로 받아들여지고 말았다.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참된 기독교인들은 책임감도 없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도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인식되었기에 도전을 받았다. 또한 교회론 부분에서, 각 개별적인 회중교회가 누리는 독립적 자주권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었지만, 각 교회마다 성도들은 자신들의 교회가 정통신앙의 토대 위에 확고하게 세워지기를 소망했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통일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발생하고 말았다. 각 개교회의 입장을 어디까지 관용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인가의 기준설정이었다. 그 한계와 범위를 결정하는 문제는 청교도들이나, 국가교회에서나 참으로 복잡한 일이었다.

초기 뉴잉글랜드 교회들이 어느 정도까지 개인의 자유와 교회의 독립성을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서 논쟁할 때에 직면했던 문제들 중에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두 사례가 등장하였다. 로저 윌리엄스 (Roger Williams, 1603-1683)와 안느 허친슨 (Anne Marbury Hutchinson, 1591-1643)의 주장들은 뉴잉글랜드 교회가 받아들일 수 있고 허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지 않았다.

로저 윌리엄스는 런던에서 태어난 후 케임브리지 대학에 재학하던 1630년대에 청교도 신앙을 받아들였고, 뉴잉글랜드로 건너왔다. 그는 뉴잉글랜드에서 교회에 등록하기를 거부했는데, 여전히 국가의 권위 아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예배의 거룩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성들은 반드시 머리에 천을 둘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존 코튼을 비롯해서 지도자들이 그를 설득했지만, 극단적인 종교자유를 외친 까닭에 매사추세츠 주에서 추방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로데 아일랜드의 프로비덴스 (Providence) 지역을 개척하였다. 1639년에 프로비덴스에 정착한 후, 침례교회에 가입하였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칼빈주의 신학을 주장하면서도, 독립적인 교회관을 고수했다.

모든 청교도 신자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범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이 있으며, 하나님 앞에서 정죄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죄인이라는 사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구원을 얻도록 선택함을 받았다고 믿었다. 잉글랜드에서나 뉴잉글랜드에서나 대부분의 청교도들이 가졌던 신앙은 칼빈주의, 혹은 개혁주의 정통신학이라고 말하는 체계 안에 있는 내용들을 기초로 하고 있었다. 구원의 확신에 대해서는 다소 설교자들마다 차이를 드러냈다. 청교도들의 구원론에서 가장 중심적인 부분이 구원의 확신에 관한 교리였다.

청교도들의 주류와는 달리 상당수는 구원의 은혜를 남용하고, 구원의 확신을 왜곡하는 급진적인 반율법주의가 상당히 확산되어 있었다. 안느 허친슨은 초기 뉴잉글랜드 정통 신학자들과의 충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1634년에 뉴잉글랜드로 건너온 후, 존 코튼이 목회하던 보스톤 제일교회의 성도가 되어서 열심히 교회를 섬겼다. 그녀는 선행이 구원의 증거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허친스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자들에게 구원을 베푸신다는 점을 믿었고, 인간의 반응이나 노력이 결코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신념은 행위언약을 강조하는 목회자들에게 반기를 든 것이어서, 1636년에 반율법주의 논쟁이 촉발되고 말았다. 1637년 8월, 보스톤과 그 주변 목회자들이 케임브리지에서 회집되었는데, 허친슨의 반율법주의는 이단적인 견해라고 정죄했다. 보스톤 제일교회에서도 그녀를 만장일치로 제명했다. 로데 아일랜드에서 잠시 거주하다가, 뉴욕 롱 아일랜드 지역으로 이주했는데, 1643년 인디언 폭동으로 살해당했다.

때로는 신앙적인 문제에 대해서 뉴잉글랜드 청교도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최고 집행부에서는 금식과 기도의 날을 규정했다. 식민지의 평화를 회복하도록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였다. 존 휠라이트 (John Wheelwright, 1594-1676)는 반율법주의 논쟁에서 핵심에 섰던 청교도 설교자였는데, 케임브리지 출신으로 비서명파로 지내다가 1636년에 보스톤으로 건너왔다. 휠라이트는 청교도 정통신학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새로운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일반은총에 대해서 강조하면서 불신자들에게도 주어진다는 설교에 대해서 비판했다. 인간의 순종을 반드시 필수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하나님의 행위언약이라는 구조 안에서 시행한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내용이었다. 보스톤에서 금식일에 설교하면서, 휠라이트는 영적인 무장을 하고 “주님의 말씀으로 적그리스도들을 죽여라”고 강조했다. 휠라이트는 평화주의자였다. 그러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에서는 청교도들의 전쟁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휠라이트는 자신을 지지하는 스무 가정을 규합하여 뉴햄프셔 지역으로 옮겨가서 교회를 개척하였다.

청교도들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실행하고자 하는 한편, 잘못된 신앙을 고백하는 자들에게는 그들의 영혼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징벌을 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은 근원적으로 사랑이시면서도, 정의를 실현하시고자 진노를 펼치신다. 이 두 가지 하나님의 사역에서 근본적인 원리는 하나님의 긍휼하심이기에, 서로 모순되는 것도 아니며, 하나님의 성품에서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청교도들이 자주 정통신앙의 근거로 참고했던 요한 칼빈의 저술에서도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인들의 실천적 자애심이 강조되었다. 누가복음 24장 25절에서, 예수님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에게 어리석고, 깨달음이 느리다고 깨우치셨는데, 여전히 청교도들의 시대에도 하나님과의 언약을 맺은 공동체 안에서 윤리적으로 실행하여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왜곡하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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