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을 앞둔 양가집에서 남녀 두 사람의 미래 길흉을 알기 위해 역술의 방법으로 생년·월·일·시(年月日時)를 사주(四柱)에 대입하여 풀어 해석하고 점쳐주는 것을 궁합이라 한다. 혼인하기 전 남녀의 사주를 오행(五行)에 맞추어 길흉(吉凶)을 점치는데, 12지에 따른 겉궁합과 오행에 따른 속궁합을 본다.
여기서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사주(四柱)라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중국 문화권에서는 태어난 연월일시를 세로쓰기 하므로, 사주를 네 개의 기둥이라 하는 것이다. 생년(生年), 생월(生月), 생일(生日), 생시(生時)를 육십갑자로 표기하면 사용된 글자가 8글자가 돼 팔자(八字)라고 하며, 결국 사주와 팔자는 같은 것이다.
사주명리학 이론에서는 사람의 출생한 연월일시가 모두 다르기에, 그의 운명이 사주팔자(四柱八字)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하늘·땅·사람(天地人) 세 가지가 유기체적 관계를 지녔다는 이 합일사상에서 시작된다. 사주팔자를 만세력(萬歲曆)에 대입하여 해석하면 음양 조화와 오행의 상생상극 관계를 추리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운명과 길흉화복을 예측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는 탯줄을 자르는 순간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순간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음양오행(해와 달, 그리고 5개의 별인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의 위치에 따라 그 사람에게 각기 다른 에너지(氣)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우주의 별들은 각기 다른 기(氣)가 있어, 탯줄을 자르는 순간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 태양과 달은 어느 방향이고 그 밖의 별들은 어디에 있었는가를 만세력(萬歲曆)을 따져 계산한다는 것이다. 우주의 수많은 별들 중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별을 7개만 선정했는데, 그 이유는 여타 다른 별들이 너무 많아 계산하기가 복잡하여 7개만 추렸다는 것이다.
역술인들은 사주팔자 이론이 미신이 아닌 통계학이라 주장하지만, 만일 그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천·지·인(天·地·人)의 이론을 제대로 인지해 보면 그 논리가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사람을 우매하게 하는가를 인지하게 될 것이다.
다시 설명하면 도교와 사주명리학은 천·지·인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①하늘의 해와 달, 그리고 수많은 별들이 사람과 연결되어 그 별에서 미치는 기(氣)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며, ②땅에도 땅의 정기가 있어 그 기운(에너지) 역시 사람과 연결되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기초로 하고 있다. ③다시 말하면 사람은 하늘의 기운을 받고 땅의 정기를 받아 태어나며 그 영향력이 어떠하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는 것이다.
10간(十干)은 갑(木), 을(木), 병(火), 정(火), 무(土), 기(土), 경(金), 신(金), 임(水), 계(水) 등이라 한다. 12지지(地支)는 자(水), 축(土), 인(木), 묘(木), 진(土), 사(火), 오(火), 미(土), 신(金), 유(金), 술(土), 해(水) 등이다.
궁합을 볼 때 남녀가 도움을 주는 궁합은 위 10간과 12지지를 대입하여 목남(木男)-토녀(土女), 화남(火男)-금녀(金女), 토남(土男)-수녀(水女), 금남(金男)-목여(木女), 수남(水男)-화녀(火女) 이상 맞으면 좋은 궁합이라 한다. 그러나 파국에 이르는 궁합은 목남(木男)-금녀(金女), 화남(火男)-수녀(水女), 토남(土男)-목녀(木女), 금남(金男)-화녀(火女), 화남(火男)-토녀(土女) 등이고, 이를 나쁜 궁합이라 한다. 이런 방법으로 해석한다.
둘째, 겉궁합(띠로만 보는 궁합)으로는 원진살이 없어야 한다. 쥐, 뱀, 용, 말, 원숭이, 개 등은 자기 띠에서 7번째 띠와 안 맞는다. 자기 띠에서 5번째도 안 맞으며 6번째는 충살로 피해야 한다. 좋은 ‘띠 궁합’은 4번째와 8번째이므로 4살, 8살 차이가 가장 좋은 궁합이다.
또 남녀가 태어난 월(月)을 합하여 ‘0’이 되면 안 좋다고 한다. 즉 1월과 9월, 2월과 8월, 9월과 11월 등이다. 사주(四柱)에서 연주(年柱)는 조상 운, 월주(月柱)는 부모 운, 일주(日柱)는 본인·부부 운, 시주(時柱)는 자녀 운을 나타낸다.
주간지나 스포츠 신문들 뿐 아니라,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권위있는 일간신문들도 ‘오늘의 운세’, ‘내일의 운세’ 등으로 운세풀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12지지(12동물)를 풀어 ‘아니면 말고’ 식의 운세풀이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할 때 성격, 이상, 학벌, 가문, 건강, 취미, 종교 등을 비교하면서 피차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 등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이같은 터무니없는 요설에 지나지 않는 사주팔자를 대입하여 그 해괴한 이론으로 ‘좋다, 나쁘다’고 하는 해석을 듣고 인생의 가장 신성하고 소중한 혼인을 결정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난센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