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는 2009년부터 매달 한 번씩 교계 저명인사들을 만나 [월간 초대석]을 진행한다. 본지는 이를 통해 한국 및 세계 기독교 각종 현안들을 진단하고, 이 시대 교회와 교인들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2월의 [월간 초대석]에는 최근 한국교회희망연대(이하 한희년)와 예장 합동 ‘기도한국 2009’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감당하며 봉사와 기도를 통해 교회와 사회를 섬기고 있는 정삼지 목사(제자교회)를 만나 대담을 나눴다.

[대담=류재광 국장, 정리=송경호 기자, 사진=송경호 기자]

▲20여년간 한 영혼 한 영혼을 그리스도의 강한 군사로 세우는 탁월한 제자훈련을 통해 한국교회에 건강한 교회성장의 모델을 제시해온 제자교회 담임 정삼지 목사. ⓒ 송경호 기자

최근에는 섬김과 나눔을 위한 연합단체 ‘한국교회희망연대’ 공동대표와, 예장 합동총회가 교단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추진하고 있는 ‘기도한국 2009’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아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정삼지 목사를 제자교회 담임목사실에서 만났다. 정 목사는 질문마다 깊이 생각한 뒤 신중한 대답을 내놨다. 그가 맡고 있는 사역이 많은 만큼 질문도 다양했지만, 정 목사는 대담 내내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내비치며 답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한국교회를 향한 깊은 애정과 고민이 배어나왔다.

-목사님께서는 총신대 석좌교수, 몽골국제대학교(M.I.U) 이사장, 한국교회희망연대 상임대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스포츠위원장, 대한기독교축구협회 대표회장, 미국 풀러신학교 이사, 기도한국 공동준비위원장 등 다양한 사역을 하시고 계십니다. 단순히 직함만 갖고 계신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최선을 다해 섬기시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이렇게 많고 다양한 사역을 하시게 된 목적과 동기가 있으신가요.

교회는 항상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고민해야

▲정삼지 목사는 “할 수 있는 한 ‘교회 밖’을 섬기는 일이 목회자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주신 사명”이라고 말했다. ⓒ 송경호 기자
“기본적으로 제 철학은 ‘목회 잘하는 목회자’가 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목회만’ 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계적으로 보자면 교회를 성장시키고 안정시켜야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란 항상 밖을 향하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어느 정도 역량을 축적한 후라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물론 시작할 때부터도 그래야겠지만 개척기에는 아무래도 힘이 부족하니까요. 할 수 있는 한 ‘교회 밖’을 섬기는 일이 목회자의 고민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주신 사명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자훈련과 교회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세상에서까지 하나님의 나라와 그 뜻이 구현되어야 합니다.”

-지금 하시는 사역들 대부분이 이미 교회를 개척하시던 당시부터 어느 정도 구상하셨다는 말씀이신지요.

“그렇습니다. 나라를 위하는 교회, 민족 복음화를 위하는 교회에 대한 구상이 늘 밑바탕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늘 교회 목회입니다. 그것이 깨어져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제자훈련을 통해서 교인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감당해주고 있기에 사역을 확장하는 일에도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 역량들이 모여서 밖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제자훈련 통해 역량 키우고, 그것이 모여서 사역 확장
교회 건물, 이웃을 위해 다 써서 없어지도록 하고 싶어

-목사님께서 하시는 사역은 대부분 다른 교회들과 이웃을 섬기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들입니다. 성도들이 지게 되는 부담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지금껏 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당회와 교인들의 불만은 없어요. 제자교회가 하는 모든 사역이 제자훈련의 결과입니다. 폐쇄적인 훈련이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만 머무는. 그러나 제자교회는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훈련을 하고 있어요. 제자를 삼고 세상을 향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지금의 예배당을 지을 때도 성도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만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큰 예배당이 필요 없다’고. 우리 교회는 관리와 유지만을 위해, ‘거룩한 박물관’으로 남기려고 교회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닙니다. 이웃을 위해 다 써서 없어지도록 하기 위해 지은 것입니다.

지금 이 예배당도 평일에는 이웃의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게 무상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지역 학교들의 시설이 열악하기에 공연과 모임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회 건물을 사용하다 보면 가끔 기물이 파손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불만을 갖거나 보상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물론 교회 부흥을 위해 좀 더 힘써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은 있습니다. 그럴 땐 제가 이렇게 말하지요. ‘부흥한 뒤엔 무엇을 할 거냐’고. 교회가 교회 안에만 있으려 한다면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까.”

非 미국 시민권자 최초로 풀러신학교 이사에 선임돼
풀러 아시아 센터 세워 한국적 신학과 신앙 전할 것

▲최근 비(非) 미국 시민권자 최초이자 한국인 최초로 풀러신학대학교 이사에 선임된 정삼지 목사는 한국 목회자들을 위해 ‘풀러 아시아센터’를 세우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 송경호 기자
-최근 풀러신학교 본교 이사로 선임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풀러가 세계적 신학 명문인 데다가, 본교 이사가 비(非) 미국 시민권자 중에서 배출된 것은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만큼 소감과 각오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제게 기대가 큰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풀러신학교 운영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어 목회학 박사과정 개설에 참여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일선 목회자들과 선교사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일에 미국의 신학교, 특히 선교학으로 유명한 풀러신학교가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한 일입니다. 그 다음에는 한국 총동문회장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레 총장님을 비롯한 교수님들과 친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제게 이사직 제안이 들어오게 됐는데 처음엔 거절했어요. 미국의 학교 이사회는 상당히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회의를 자주 갖는데 솔직히 그 정도 영어 실력도 되지 않고. 그러나 이사회에서 통역 등 모든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하나님께서도 자꾸 여러 상황 가운데 개입하시고 소망을 주셔서 결국 수락하게 됐습니다.”

-지난 풀러신학교 총동문회에서 국제도시 송도에 2만5천여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 ‘풀러아시아센터’를 세우겠다는 비전을 밝히셨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 주신다면.

“풀러신학교에 한국어 목회학 박사과정이 만들어진 뒤, 이제 제 관심은 ‘평신도를 교육하자, 이왕이면 아시아 전체를 하자’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풀러아시아센터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가장 중요한 부지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그곳에 교육센터와 기숙사, 교회 등도 세워서 아시아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훈련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니 아시아와 제3세계에서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이 많은 크리스천 자원이 있는데도 사회가 좀체 변화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국회의원 중에 기독교인이 절반 가량이라 하지만 정치가 변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탁월한 크리스천 정치인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빙해 노하우를 전수받도록 하려 합니다. 기독교인들이 ‘할렐루야’만 할 줄 알아선 안됩니다. 전문성이 더해져야 합니다. 학위 등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 본교 이사회와 논의 중이지만, 본교측도 적극적인 분위기입니다. 잘 만들어서 축복의 통로로 사용되었으면 합니다.”

-목사님께서도 이번에 풀러신학교 이사가 되셨지만, 김상복 목사님(할렐루야교회)이 WEA 회장에 선출되시고 박성원 교수님(영남신대)도 WCC 총무로 강력히 거론되는 등 세계 교회 속에서 한국인의 역할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아직 역사가 짧고 경험도 일천한 한국교회가 세계 교회에 기여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요.

“물론 처음에는 한국교회가 선진 기독교를 배워야겠지요. 그러나 점점 역량을 키우고 책임을 늘려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 세계적인 교회가 많은데 이제 세계적인 영적 리더들이 발굴되어야 하는 시점에 왔습니다. 예를 들어 풀러아시아센터를 세운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인 교수들이 강의하고 우리는 장소만 제공하면 된다? 그건 아닙니다. 이를 통해 한국적 신학과 신앙을 심고 한국을 보여주는, 한국교회의 장점이 녹아들어가는, 그런 차별화된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특히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부흥을 이뤘는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정삼지 목사는 풀러 신학대학교를 통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선진 기독교와 더불어 한국적 신학과 신앙의 장점이 함께 녹아들어가는 차별화된 교육을 펼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 송경호 기자

중소형교회 앞세운 ‘기도한국’으로 전도운동, 봉사운동

-‘기도한국’ 공동준비위원장으로서 예장 합동의 기도운동을 주도하고 계십니다. 이 운동의 취지와 목적을 듣고 싶습니다.

“지난해 2012년 교단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준비모임을 가졌는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기도를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거리는 촛불로 가득 차고, 대통령은 꿈을 펼치기도 전에 격랑을 만나고, 독도의 영토권 분쟁도 발생하고……. 그 가운데 교회는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도의 횃불을 들자는 공감대가 교단 내에 확산됐습니다. 그리고 불과 기도회 개최일을 40일 앞두고 제가 준비위원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는 회의론도 많았지만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만5천여명이 참석하는 등 하나님의 은혜로 행사를 잘 치렀고, 좋은 결실도 거뒀다고 자평합니다. 사회적 문제들도 그 시기를 전후해 해결 국면에 접어들게 됐으니까요.

왜 기도한국인가. 한국교회의 장점이 기도입니다. 지금까지는 한국교회가 대형집회를 많이 해왔습니다. 그게 80년대까지는 잘 됐어요. 빌리 그래함 집회, 엑스플로 74 등이 한국교회 부흥을 견인해 왔습니다. 교회의 하나됨을 보여주고, 이슈도 나오고, 뛰어난 지도자들도 배출했습니다. 그런데 90년대부터 잘 안됐습니다. 대형교회 위주의 행사가 되어 버리고, 개교회·개교단주의 때문에 참여도 저조해지고. 그러다보니 교회의 대사회적 위상이 떨어졌습니다.

대형교회 위주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가 하나되는 예배를 회복해야 합니다. 대형교회가 잘한 것도 많지만 한국교회에 진 빚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준비위원장이고 집회 당시 제자교회가 헌금도 많이 했지만 일부러 설교를 맡지 않고 중소형교회 목회자들을 세워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참여가 확산됐습니다. 그래서 기도한국은 중소형교회들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집회를 지향합니다. 그렇게 훈련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대형집회도 활성화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기도한국은 이 기도운동을 전도운동, 봉사운동, 사랑실천운동으로 이어갈 것입니다. 결국 섬기고 봉사함으로 복음을 전하자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기독교의 대형집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은데요, 목사님의 견해는 정반대이신 것 같습니다.

“대형집회로 가야 합니다. 이번에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후에 엄청난 신드롬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성도가 3천만이 되어도, 김 추기경보다 더 탁월한 인물이 나와도 그런 신드롬이 일기 어렵습니다. 다 ‘개교회 목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깨져야 합니다. 가톨릭처럼 정치적 일치를 이룰 필요는 없겠지만 영적으로 하나의 몸을 이루는 것이 관건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이제 중소형교회가’, ‘이제 현장으로’

▲정 목사는 “한국교회가 하나됐으면 좋겠다. 개교회, 개교단을 넘어 역사와 신앙으로 하나되고 나누고 섬기는 일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전했다. ⓒ 송경호 기자
-기도한국과 한희년은 각각 기도운동과 봉사운동으로, 한국교회가 지금까지도 많이 해왔던 일입니다. 그렇다면 기존 한국교회의 사역과 어떤 차별성을 두고 계신지요.

“물론 지금까지 해온 한국교회의 사역은 세계 교회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사태 당시 사회는 일제히 교회를 외면하고 비판했습니다. 세상과 교회 사이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장벽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린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정작 국민들의 마음은 달랐습니다. 한국교회가 하나됐다면 그렇게 됐을까요.

한국교회가 개교회적으로는 잘 하는데 연합이 잘 안되기에 대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중소형교회가 현장으로 가보자는 것입니다. 중소형교회들을 중심으로 순수한 마음을 갖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를 갖고 있어요. 다들 고향을 찾아가 쉬고 있는 설날에 노숙인들을 찾아가 격려하고, 이주노동자를, 장애인을 안아주고. 스타의식을 버리고 모든 교회가 한 마음으로 힘을 모은다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국교회가 하나됐으면 좋겠습니다. 개교회, 개교단을 넘어 역사와 신앙으로 하나되고 나누고 섬기는 일에 앞장서길 바랍니다. 전심을 다해 섬기고 그 결과는 한국교회가 공유하는, 이런 성숙한 가치관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건 한국교회의 75%나 되는 작은교회들입니다. 작은교회 목회자들과 사모들의 삶을 보면 눈물겹습니다. 우리 제자교회도 이제 이들을 위해 경상비의 10%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미미하지만 이런 운동이 확산되어 길을 열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삼지 목사는

총신대와 총신대 신대원(M.Div), 총신대 대학원(Th.M)을 졸업한 뒤 풀러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D.Min)를 받았다. 제자교회를 개척한 뒤 정착양육과정 DNA를 보급해 한국교회를 섬기고 있다. 현재는 총신대 석좌교수, 몽골국제대학교(M.I.U) 이사장, 한국교회희망연대 상임대표, 한기총 스포츠위원장, 대한기독교축구협회 대표회장, 서울오페라앙상블 이사장, 미국 풀러신학교 이사 등을 맡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월간 초대석]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