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가의 여인처럼 난 구했네, 헛되고 헛된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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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칼럼] 인간 소외의 회복

▲스위스 여성 화가 안젤리카 카우프만(Angelica Kauffmann, 1741–1807)의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Christ and the Samaritan Woman)’.

▲스위스 여성 화가 안젤리카 카우프만(Angelica Kauffmann, 1741–1807)의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Christ and the Samaritan Woman)’.

상처 입는 인생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처를 입으며 긴 인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상처가 자기의 마음을 괴롭히는가 하면, 그 괴로움이 심화되어 육체적으로도 아플 수 있다. 인생을 사는 동안 이 상처들이 자꾸 모이면 마음의 암처럼 한이 맺히게 된다.

우리 한국인들은 유난히 한이 많은 것 같다. 민족적으로 많이 당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중국을 대국으로 섬기면서 기를 펴지 못한 때가 있었고, 임진왜란과 일제 식민지 등 일본으로 인해 시달림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기도 했다.

민족적으로 이렇게 많은 고난을 당하면서 한이 쌓여왔는가 하면, 우리는 개인적으로도 한이 참 많은 것 같다. 가족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집에서도 외톨이로 자라기도 했고, 학업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친구관계, 이웃관계, 직장관계 등 수많은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며 살아갈 수도 있다. 결국 이런 작은 상처들이 쌓이고 쌓이면, 몸 안에 생기는 암덩어리처럼 마음 안에도 한이 맺히게 된다.

우물가의 여인

요한복음 4장 1-14절에는 한 많은 여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사마리아인이다. 사마리아인은 북쪽 앗수르 민족과 유대인과의 혼혈족을 일컫는데, 유대인들은 혼혈족인 이 사마리아인들을 무척 싫어했다.

오늘날은 혼혈인에 대한 반감이 많이 완화되었지만,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혼혈족인 사마리아인을 무척이나 꺼렸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갈릴리로 가고자 했을 때, 곧장 갈 수 있는 사마리아를 통과하지 않고 우회해서 갈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 예수님은 그곳을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사마리아를 통과해 갈릴리로 가고자 하셨다. 아마 예수님은 이 여인을 만나고자 작정하신 것 아닌가 싶다.

이 여인은 사마리아인이라는 혼혈족으로서, 그녀의 결혼생활은 그다지 원만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녀는 다섯 번을 결혼하고도 남편이 없었다. 사실 결혼을 여러 번 했다는 사실은 자랑거리가 될 수도 없고, 본인에게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남편 한 사람을 만나 평생 해로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지, 이 남편 저 남편 만나는 것은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건 결혼을 많이 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그 당사자에게는 한으로 남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보통 아낙네들이 우물을 길러 오는 때인 시원한 저녁 시간이 아니라, 땡볕이 내리쬐는 낮 시간에 물을 길러 왔다. 당시 우물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고, 특히 덥지 않은 시간에는 수다도 떨고 정보도 교환하기 좋아 여인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아닌 아무도 오지 않는 무더운 낮 시간에 혼자서 물을 길으러 왔던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그녀는 결혼생활의 실패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끊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바로 이런 그녀에게 예수님께서 찾아오셔서 물을 좀 달라고 말씀하신다. 이 여인은 처음 “유대인인 당신이 왜 나에게 물을 달라 하나이까”라면서 방어적 자세를 취한다.

이때 예수님은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이 여인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줄 수 있다”고 말씀하심으로써, 이 여인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날마다 땡볕에 물을 길러 오지 않아도 되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에 대한 궁금중으로 이 여인은 예수님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나간다.

변화된 여인

이 여인은 대화 중 예수님이 자신이 여러 번 결혼한 것도 이미 아시는 보통 분이 아니신 것을 느꼈고, 결국 예수님이 직접 “네가 찾는 메시아가 나니라”고 말씀하시자 기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로 내려가서 예수님을 증거하기 시작한다.

이웃과 대화를 끊고 살았던 그녀가 동네로 내려가 복음을 증거하는 자가 됐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변화다. 전도는 자기 내면이 생명력으로 충만하지 못하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전도를 많이 하는 사람이야말로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다. 이 여인이 이웃에 복음을 전하는 자가 되었다는 것은 그 마음 안에 있었던 마음의 암덩어리를 해결했음을 보여준다.

마음 안에 한을 품고 있는 사람은 대인관계를 단절하게 되고, 쉽게 복음을 증거하는 자가 되지 못한다. 이 여인이 동네 많은 사람들을 예수께로 데려와 예수님을 믿게 한 것은 이제 그녀가 한으로 충만한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충만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여인이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본인이 갖고 있던 문제, 즉 그녀의 마음의 병을 치유받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현대인의 병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혹시 이 여인처럼 마음의 병을 갖고 있지 않은가? 마음에 풀리지 않는 어떤 맺힌 것들이 있지 않은가? 이 마음에 맺힌 것들이 몸의 부작용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있지 않은가? 인생을 살면서 가정, 직장, 사회 문제 등으로 심한 좌절감에 빠져 마음에 병이 된 것은 없는가?

열등의식, 권태감, 공허감, 무력감 등은 모두 마음의 한에서 비롯한다. 마음 안에 있는 공허감과 억눌린 감정은 곧 한이 된다. 참고 인내하는 것도 좋지만, 어떨 때는 맺힌 것을 푸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두고 보자’ 하면서 자꾸 안 좋은 감정을 쌓아가면, 이것이 마음의 암덩어리인 한이 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한을 풀기 위해 도박을 하기도 하고, 극한의 모험을 일삼기도 하고, 격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이런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도자의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종교적인 어떤 세계로 들어가 자기를 버리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생수 되신 예수님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근원적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 이런 식의 문제 해결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목마른 상태에 이르게 하는, 그저 그런 물에 해당한다.

마음 속에 맺혀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내가 왜 사는지, 나의 삶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고 깨달아야 한다. 영원한 생수가 되시는 예수님을 내 마음 안에 모시고 성령으로 충만하게 살아갈 때, 비로소 우리의 맺힌 마음이 풀어지는 것이다.

조지 엘리엇이 전하는 예수님

대학에 다닐 때 의미 있게 읽었던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이라는 영국 소설가가 쓴 <사일러스 마너(Silas Marner)>라는 책의 줄거리를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일러스 마너는 동네 교회의 두 회계 집사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는 교인 중 한 사람과 결혼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어느 날 교회 헌금이 분실되고 그 분실된 헌금이 사일러스 마너의 집에서 발견된다. 그리하여 동네 사람들은 사일러스 마너를 동네에서 내쫓았고, 그는 결국 약혼녀와도 헤어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약혼녀가 교회에서 같이 봉사했던 다른 회계 집사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져, 그는 베틀 앞에서 옷을 짜면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옷을 짜서 돈을 버는 재미로 마음의 상처를 달래게 된다. 결국 그는 교회도 가지 않고 모든 인간관계를 끊었다.

그러던 어느 추운 눈 오는 겨울날 한 아기가 그의 집으로 기어 들어와서 밖으로 나가 보았더니, 한 아주머니가 눈길에 쓰러져 싸늘한 시체가 돼 있었다. 이 아기는 그렇게 죽은 엄마 품을 빠져나와 사일러스 마너의 집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사일러스 마너는 이 아기를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선물로 여기고 직접 키우기로 하는데, 아기에게 유아세례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다시 교회도 나가고, 그렇게 아기로 인해 세상 사람들과도 다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는 자신이 모아둔 돈을 아기와 이웃을 위해 쓰게 되고, 그의 망가졌던 인간성이 다시 회복된다.

이 소설에서 조지 엘리엇은 ‘아기’라는 상징으로 예수님을 표현했다. 예수님을 만나서 그분을 구주로 모신 자, 그리하여 충만함으로 그를 위해 사는 자는 인간 소외를 극복할 수 있다. 비로소 마음의 상처를 이기고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 안에 있는 내적인 공허함을 예수님으로 채울 때, 맺혀 있던 마음의 한이 풀어진다. 나아가 맺힌 한 때문에 생긴 육체의 병까지도 치유받을 수 있다.

예수님의 사랑은 육체의 병도 고친다

한 30년 전 청계산 기도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여성이 기도원에 왔다. 그녀는 실어증으로 말을 못했는데, 계모 밑에서 하도 구박을 많이 받아 말을 잊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를 두고 기도원 원장이 그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다 같이 이 여성을 위해 합심기도 합시다”라고 제안했다.

이 여성 주변으로 많은 이들이 모여들어 그녀에게 손을 얹고 사랑으로 기도했다. 그렇게 한참을 기도하였을 때, 이 여인이 갑자기 “아!” 하고 신음하더니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예수님의 사랑은 합리적 차원에서 육체의 병도 고친다.

문제 해결자, 오직 예수 그리스도

혹시 지금 마음에 상처가 있는가? 이 상처가 심화돼 한으로 자리잡지는 않았는가? 예수님을 깊이 만나고, 예수님을 충만히 모시라!

내 마음의 문제, 내 마음에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우리 주님이 해결하신다. 마음 속에 난 구멍을 다른 것으로 메우려 하지 말라.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충만해져서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고, 오직 주님 한 분으로 만족하라. 내 문제의 해결자는 오직 예수님이시다!

채천석
크리스찬북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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