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지역별 대화 통해 하나님 나라 가속화 모색”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로잔대회 3일차, 한철호 선교사와 구성모 교수 기자회견

‘선교적인 교회 공동체’ 주제로… ‘하나 됨’이 중요
2010년 시작된 서구-비서구 논의, 이번에 꽃피워
‘일치’보다 ‘협력’… 로잔은 WCC와 신학·조직 달라
비서구권 보호 위해 동성애 반대 입장 분명히 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철호 선교사(우)와 구성모 교수(좌).  ⓒ강혜진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철호 선교사(우)와 구성모 교수(좌). ⓒ강혜진 기자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대회 셋째 날인 24일에는 ‘선교적인 교회 공동체’(missional church)를 주제로 다뤘다.

한국로잔위원회 부의장 한철호 선교사는 이날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어제 성령의 역사에 이어 오늘은 사도행전 2~3장에 나오는 초대교회, 선교적 교회 공동체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지,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관해 나눴다”고 설명했다.

한 선교사는 “선교적 교회 공동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하나 됨’(Unity)이 필요하다. 즉 세계교회가, 서구교회와 비서구교회가, 우리가 하나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 다음으로 강조된 것은 제자도(Discipleship)다. 제자도는 비서구교회의 큰 주제로서, 비서구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다음세대(Next Generation) 이슈다. 오늘 오후에는 세대 간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할 것인가를 놓고 다양한 세대가 모여 대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후에 있을 ‘로잔대회 50주년 기념행사’와 관련해 신학위원장 구성범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는 과거 50년 동안의 로잔운동을 성찰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이번 대회는 최근 불거진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구 교수는 “참석자들은 사도행전 말씀에 비춰 참된 기독교인과 참된 교회는 무엇인가 돌아보고, 세대별·지역별 대화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가속화할 것인가 모색한다. 현재 한국교회는 선교지화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정체돼 있다. 이번 로잔대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나 전진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띠를 만들어간다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데 귀하게 쓰임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다음세대와 관련해 “MZ세대는 새로운 한국교회뿐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 새로운 많은 담론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선교하며 한 교회에 두 그룹이 섞여 있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세력화·블록화를 경험했다”며 “한국교회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젊은 세대에서부터 로잔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함을 인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잔의 교수들이 클래식한 문서를 작성 중이며, 오는 10월 중 완성할 계획”이라며 “한국교회, 특히 다음세대들에게 로잔운동을 쉽게 알리고 가르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논의하고 있다. 구호적 이슈에서 선교적 삶으로 정착을 통해 교회가 갱신되고 의식이 변화된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한철호 선교사는 “1차 로잔운동은 무엇보다 ‘복음의 총체성, 즉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때 당면한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돌파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2차 로잔운동은 ‘선교는 땅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다른 문화로 가는 것’이라는 큰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즉 ‘선교는 땅이 아닌 사람을 향한 것이고, 미전도종족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선교가 강조됐고, 크게 성장한 오순절 운동을 포용했다. 3차로잔운동에서는 서구와 비서구 교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그 때 논의된 내용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이제 두 교회의 협력이 이야기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국로잔 이사장 이재훈 목사가 전날 “로잔운동은 선교적 일치운동이 아니”라고 한 발언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국로잔 준비위원회 총무 문대원 목사는 “로잔운동은 선교적 ‘일치’보다 ‘협력’(collaboration)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일치라고 했을 때 뭔가 동일한 제도와 교리와 조직을 함의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로잔은 동일한 신학적 입장 표명이 아니라 세계 복음화라는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한다’는 선교의 비전을 위해 협력하는 자발적 운동이기 때문에, WCC와 다른 신학과 조직과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치라는 용어가 가진 함의를 고려해 그렇게 대답하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철호 선교사는 “로잔운동은 교회의 연합이 아닌 복음주의자들 개인의 연합이고, 인플루언서들이 모여 함께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것이 결국 교회가 될 수 있다. 로잔언약에 서명한 사람들, 그리고 이에 동의한 자들까지 포함한다”면서 “로잔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경계(boundary) 안에서의 자유’다. 그 경계 중 하나가 바로 로잔언약이다. 로잔언약에 동의하는 누구든지 참여해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장이고, 모든 대화는 그 경계 안에서 이뤄진다. 그 언약에 동의하지 않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구성모 교수는 “진리는 하나인데 전 세계 문화권에서 그에 접근해 가는 방법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로잔은 성경이 말하는 큰 틀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 맞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성경이 말하는 것 안에서 이뤄지는 운동”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훈 목사님이 인터뷰 중 ‘복음주의적 일치’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로잔은 복음주의라는 큰 우산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한 운동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다양하게 표현하는 선교 운동을 하고 있다. 다양성이 있지만 로잔이 추구하는 성경의 무오성이나 그리스도의 무오성, 동성애 이슈, 북한 이슈 등 큰 틀에서의 일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것이 로잔운동과 다른 운동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동성애 반대 입장과 관련해 한철호 선교사는 “한국교회만이 아닌, 이곳에 참석한 이들을 대표하는 신학자들의 입장”이라고 했다.

한 선교사는 “이번 로잔대회에는 비서구권 참석자들이 훨씬 많다. 서구적 시각으로 봤을 때 동성애 이슈와 관련된 내용이 불편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비서구 선교사들 입장에서는 이 이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없었기에 교회가 반쪽이 난 것과 같다. 비서구권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서구교회는 개인의 입장을, 비서구교회는 공동체의 입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현재 글로벌 교회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대체적인 생각이 그러하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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