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청교도와 20세기 신학자, 21세기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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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마음의 창조자, 마음의 치료자

우울하고 불안한 그리스도인들에게
리처드 백스터, 제임스 패커, 마이클 런디 | 최원일, 김안식 역 | 세움북스 | 292쪽 | 18,000원

모두 한 번쯤은 우울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우울증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불안감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불안한 감정을 극복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는 그리스도인들은 동료 그리스도인에게 많은 헤아림이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그리스도인이라면 복음의 은혜 아래 기뻐 뛰놀아야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기 때문에, 정반대되는 우울과 불안은 거의 범죄라고 여겨지기 쉽다. 정신적으로 너무 취약하고 도덕적으로 무능하며 신앙이 얕고 믿음이 부족하다고 평가받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고통받는 그리스도인이 있다. 그들이 겪는 고통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경험한 우울감과 불안한 감정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들이 특이해서 겪는 일이라고 쉽게 판단하지 말라. 누구나 여러 가지 경로로 깊은 우울감과 불안증세에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추천사를 남긴 싱클레어 퍼거슨, 마크 존스, 그리고 공동 저자이자 서문을 작성한 제임스 패커가 정확히 짚어낸 것처럼, <우울하고 불안한 그리스도인들에게>의 특장점은 청교도 목회자인 리처드 백스터가 당시 의사처럼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그리스도인들을 어떻게 진단하고 고통을 감하는 실질적인 치료책으로 무엇을 제시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과, 그 방식이 매우 복음적이면서도 실제적이라는 점이다.

공동 저자들인 청교도 신학자 제임스 패커와 의학박사인 마이클 런디가 전공 분야 관점에서 이 책을 평가하고 설명하는 부분이 오늘날 독자에게 오롯이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만 보는 우울증을 어떻게 신학적, 의학적으로 균형 잡히게 다룰 수 있는지 돕는다는 점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돼 있고, 1부에서는 리처드 백스터에 관한 소개로 제임스 패커가 그 신학과 실질적 적용을, 런디가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백스터를 평가한다. 2부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리처드 백스터 목사의 권고를 직접적으로 인용하는데, 먼저는 우울증과 불안증을 앓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조언하고, 그 후 믿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백스터는 우울증과 불안증을 굉장히 깊이 파헤쳐 이를 겪는 그리스도인이 보이는 증상들(육체적, 정신적, 영적),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들을 분석한다. 무조건 죄 문제라고 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죄가 섞여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무조건 말씀과 기도에 전념하라고 무턱대고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하도록 돕는다(때론 짧게 묵상하고 기도할 것을 조언하기도 한다.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는 이들은 오랜 시간 고립된 생각 속에 갇히면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믿음만 있으면 되니까 약물이나 의사의 도움을 가급적 자제하라고 권하지는 않지만, 경험이 많고 신뢰할 수 있는(특별히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이 추천하는) 의사와 목사를 만나라고 권면한다. 적절한 약물 치료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무분별하게 약물을 사용하는 방식은 피하라고 한다.

혼자 있기보다 여럿이 있는 곳에 갈 것을 권하고, 부지런하고 규칙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한 가지 감정과 생각에 빠져들지 않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백스터는 마치 정신과 의사처럼 또는 성경적 상담가처럼 많은 문제를 다루어본 경험 있는 선배로서,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는 그리스도인과 그들을 돕는 이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오늘날 우울증과 불안증은 대표적 정신질환이다. 우리는 의학과 의술이 갈수록 발전한다고 보기 때문에(사실 그런 측면도 분명 있다), 과거 청교도 시대 의사도 아닌 목사가 다룬 정신질환 치료책이 오늘날 얼마나 효과가 있고 또 타당한지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학박사이자 공동 저자인 런디의 말처럼, 환자를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의학적 지식을 제외한 모든 것을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는 교만한 자세는 금물이다. 오히려 마음을 창조하신 분이 마음을 고치실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사람은 육체와 정신이 오묘하고 복잡하게 연결된 존재이고,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질병은 의학이 다루는 육체뿐 아니라 신학이 다루는 영혼까지 영향을 고루 미친다. 그러므로 백스터와 같이 경험이 많고 영성이 뛰어나며 말씀을 예리하게 다룰 줄 아는 의사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목회 현장에서 이 책이 다룬 문제를 크고 작게 겪는 이들을 만나고, 아주 심각한 지경에 이른 자를 상담해야 할 때도 있다. 물론 우리의 심신을 고치시는 치료자는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이시다. 우리는 다만 그분의 손에 들린 신실한 치료 도구가 되기를 원하고, 이 책이 그런 우리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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