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헤아려 본 사모들
사모들의 속마음
강소라 외 6인 | 세움북스 | 288쪽 | 18,000원
<사모들의 속마음: 요즘 사모는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읽으면서, 만일 아내가 여덟 번째 저자로 참여했다면 어떤 내용으로 삶을 나눴을까, 그리고 그것은 목회자인 필자에게 어떤 감동 또는 부끄러움을 주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됐다.
글로리아 퍼맨은 ‘The Pastor’s Wife’란 책에서 “So, You Married the Man Who Marries People”이란 챕터를 썼다. 번역하면 “그래요, 당신은 사람들(성도들)과 결혼한 남자와 결혼했습니다”라는 말이다.
그렇다. 그래서 목회자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오롯이 아내와 자녀에게 마음을 쏟기 힘들고, 교회 안에서 공인처럼 받는 시선과 판단과 기대에 자신뿐 아니라 가족을 노출해야 하므로 ‘진정한 나’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힘들다.
존 파이퍼의 아들 바너버스 파이퍼는 이런 고충을 <목회자의 자녀로 산다는 것>에 잘 담아냈는데(좋은씨앗, 2018), 서문을 쓴 존 파이퍼는 아들의 고충을 들으며 많은 눈물과 회개를 쏟아냈고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복음의 은혜와 능력으로 자녀에게 행하신 일에 대한 감사를 표현했다.
<사모들의 속마음>의 추천사를 이 책 공동 저자인 사모들의 남편들이 각각 썼다는 점도 이런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파이퍼와 같은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함께 계속해서 이 길을 믿음으로 동행하기 원하는 결단의 마음이 남편들의 글에 분명히 보였고, 또 충분히 공감됐다.
강소라, 박세윤, 박슬아, 소지희, 이슬비, 이은미, 이정희. 이 책 저자들은 모두 사모다. 개척교회 담임목사 사모도 있고, 파트타임 사역자 사모도 있고, 기관 사역으로 전환한 목사의 사모도 있다. 하나님이 각각 이들을 부르신 방식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몇 대째 믿음의 가정에서 견고하고 안정적인 신앙을 가지고 자라 사모가 됐고, 어떤 사람은 전문 직장을 다니면서 주님을 위해 재능을 바치려고 계획했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모의 길로 들어섰다.
성격도 각각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매우 적극적이고 외향적이며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혼자 깊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 모두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그가 하나님께서 부르신 일에 순종할 때 기꺼이 그 길을 함께 가겠다고 결단한 사모라는 점에서, 남편과의 갈등, 교회 안에서 사모로서 적응하는 삶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같은 짐을 지고 있다.
‘사모는 이래야 해’라는 기대는 적응하기 힘든 과제임이 틀림없다. 그 기대를 모두 무시하고 ‘난 내 방식대로 살겠어’라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주님께서 목자에게 요구하신 성도를 돌보고 사랑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 사랑은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는 것,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삶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결과를 낸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사역이 아니라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사역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이 책 저자들은 모두 하나님 안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썼고, 그 결과 그 정도(正道)를 찾아냈다. 하나님의 딸, 하나님의 자녀,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의 제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사모가 찾은 성경적 정도인 것이다. 이 책은 사모란 이래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어떻게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여인을 은혜로 구원하시고 자라게 하시고 또 사모로 불러 사용하시는지 고백하는 살아 있는 간증이다.
이 책은 목회자와 사모에게 일차적으로 유익하다. 책의 저자들이 똑같이 고백한 것처럼, 사모는 마음을 풀 데가 없다. 성도에게 받은 상처를 성도와 나눌 수 없고, 남편과의 일을 남편이 돌보는 사람에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으로 자기 고충을 공감하는 친구를 만난 것 같고, 또 위로받을 수 있다.
목사는 자기 아내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떤 마음과 싸우고 있는지 책을 통해 배우고 합당한 격려와 보호, 돌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성도들에게도 유익하다. 그들과 같은 성도이지만 독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모를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모의 푸념과 불만을 늘어놓는 책이라면 독자에게 부담과 짐이 되겠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분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돕는 배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내용이기 때문에, 성도에게 자주 위로받고 성도를 사랑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을 발견하는 책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모의 속마음을 다룬 책이 매우 드문 현실에 정말 귀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목사와 사모는 항상 성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돌보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대부분 출판된 신앙 서적은 그것을 돕는 유익한 도구가 된다. 반대로 목사와 사모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고 그 마음을 헤아려 주고 공감할 수 있는 희귀한 도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필자는 이 책을 기쁨으로 추천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