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아, 예배 시간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어선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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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38] 아이들 마음을 여는 법 (4)

잘못된 행동 지적해야 하지만
감정에 공감해 주는 것이 먼저
에어팟 끼고 예배 여학생 지적
평소 엄마의 억압처럼 느껴져

▲한 여학생이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듣고 있다. ⓒ픽사베이

▲한 여학생이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듣고 있다. ⓒ픽사베이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먼저 판단하지 말고, 그들의 감정을 먼저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아이들이 하는 모든 행동을 공감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감정을 공감하되, 아이들 행동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말해 줘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선 아이들 감정부터 공감한 뒤, 행동에 대한 선을 그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아이들 감정을 공감하지 않은 채 먼저 행동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면, 전보다 관계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겠다. 고등부에 온지 얼마 안 된 여학생이 있다. 얼마 전 어머니 손에 이끌려 고등부 예배에 왔던 학생이었다. 여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는데, 이번에 교회를 옮긴 것이다. 하루는 주일예배 때 여학생이 한쪽 귀에 에어팟을 끼고 있는 모습을 반 선생님이 보게 됐다.

반 선생님 입장에서는 나온지 얼마 안 된 학생에게 예배 시간에는 에어팟을 빼야 한다고 말해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고 한다. 그 여학생에 대해 듣기로는 분명히 교회를 오래 다닌 친구인데, 예배 때 에어팟을 끼고 있는 모습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난지 얼마 안 됐는데 예배 시간에 에어팟을 끼지 말라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웠다. 결국 선생님은 고민 끝에 여학생에게 가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OO아, 공과공부 끝나면 잠시 남아 줄래?
학생: (놀라며)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공과공부 다 끝나고) OO아, 오늘 예배 잘 드렸어?
학생: 네. 잘 드렸어요.
선생님: 그래. 선생님은 네가 우리 고등부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게 돼서 너무 감사하단다.
학생: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 그런데 오늘 선생님이 예배 때 보니까 너 에어팟 끼고 있는 거 같던데, 선생님이 잘못 본거 아니지?
학생: (당황하며) 아, 네….
선생님: (단호하게) 그래도 우리 예배 시간이잖아. 예배 시간에는 에어팟 끼지 말고 예배에 집중해 보자. 알겠지?
학생: (고개를 숙이며)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은 나름 아이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최대한 좋게 말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 주에 여학생이 예배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여학생은 그 이후부터 계속 고등부 예배에 나오지 않았다.

여학생이 고등부 예배에 계속 불참하자, 담당 교역자가 어머니께 연락했다. 어머니는 말하길, 여학생이 현재 자신과 장년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 교역자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자, 어머니는 딸이 고등부에 친구가 없어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재미가 없다고 해서 앞으로 장년 예배를 함께 드리겠다고 답했다.

도대체 그 여학생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평소 여학생은 학업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엄마는 딸에 대한 욕심이 강해서, 딸을 어릴 때부터 여러 학원에 보내며 공부시켰다. 엄마의 욕심은 딸이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더 심해졌다. 내신을 잘 관리해야 한다면서 더 강하게 공부시킨 것이다. 엄마가 딸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공부해야, 네 인생이 잘 되는 거야!”

딸은 엄마에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많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았다. 혹시 엄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가득했고, 만약 공부를 못해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불행한 인생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엄마가 교회를 옮긴 이유도 교회가 집과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여학생이 어릴 때부터 다녔던 교회는 집에서 멀어 한 시간씩 차를 타고 가야 했다. 주일에 학원을 가기 어려웠기 때문에, 엄마는 딸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집과 가까운 교회에 등록해서 예배를 마치면 학원에 갈 수 있도록 했다.

여학생은 그런 엄마에게 불만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다닌 교회에 친한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엄마는 자기에게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교회를 옮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여학생은 어렸을 때 조금 힘들어도 엄마 말에 잘 따랐지만,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엄마 말이 더 이상 충고가 아닌 억압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학생이 엄마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한 가지 유일한 취미가 있었는데, 바로 음악이었다. 여학생은 음악을 들으면 학업 부담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여학생에게 에어팟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보물이 되어 있었다.

여학생은 새로운 교회 고등부 예배에 참석했지만, 불만으로 가득했다. 오랫동안 다녔던 교회에서 계속 예배를 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 불만이 머리 끝까지 올라왔던 것이다.

그래서 여학생은 나름 이 상황을 견뎌내고자 예배 때 한쪽 귀에 에어팟을 끼고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들었다. 그렇게 해야 너무 어색한 이곳(새로 온 고등부)에서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반 선생님이 여학생에게 예배 후 잠시 남으라고 하더니, 다짜고짜 예배 시간에 에어팟을 끼면 안 된다며 에어팟을 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여학생은 선생님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평소 엄마에게 받았던 억압을 고등부 선생님에게도 느꼈던 것이다.

여학생은 더 이상 고등부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었다. 여학생은 엄마에게 가서 고등부 예배가 너무 재미없다면서, 엄마와 함께 예배를 드리겠다고 떼를 썼다.

엄마 입장에서는 고등부 예배와 장년 예배가 시간이 같기 때문에, 딸을 굳이 고등부 예배에 보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엄마는 여학생을 고등부 예배에 보내지 않고, 장년 예배실로 데리고 가서 함께 예배를 드렸다.

담당 교역자는 갑자기 왜 여학생이 고등부에 안 나오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 전화해 보니 딸이 고등부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해서 장년 예배를 함께 드리겠다고 했다. 담당 교역자 입장에서는 ‘내가 그 아이한테 실수한 게 있나’라며 죄책감만 느끼게 됐다.

여학생에게 에어팟을 끼지 말라고 말했던 선생님은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지금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그 여학생이 예배 시간에 에어팟을 끼고 있어서 빼라고 조금 단호하게 말했는데, 아이가 그렇게 반응하니 무척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선생님은 그 여학생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여학생의 유일한 탈출구가 음악을 듣는 것인지 몰랐고, 정든 교회에서 엄마 때문에 강제로 교회를 옮긴 것도 알지 못했다. 단지 그 선생님 눈에는 오래 교회에 다녔지만 예배 시간에 에어팟을 끼고 음악을 듣는 버릇없는 여학생으로만 보였다.

필자가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기 전에 먼저 아이들의 감정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학생이 에어팟을 끼고 있는 것을 봤을 때 그 행동을 먼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여학생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말해줘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예배가 마친 후 선생님이 여학생을 부른다.

선생님: OO아, 오늘 예배 잘 드렸니?
학생: 네.
선생님: 고등부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아직 많이 어색하지?
학생: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생님: 그래도 네가 오랫동안 정들었던 교회를 떠나 우리 교회에 와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해.
학생: (음, 뭐지 이 선생님은?) 네…,감사합니다.
선생님: 참, 오늘 OO이가 예배 시간에 에어팟을 끼고 있던데 맞아?
학생: (몹시 당황하며) 네. 맞아요.
선생님: 아, 그랬구나. 갑자기 선생님이 이런 말 꺼내서 당황한 거 같은데, 선생님은 지금 너를 혼내려고 하는 게 아니야. 혹시 네게 어떤 일이 있길래 예배 시간에 에어팟을 낄 수밖에 없었는지 걱정이 되더라고. 그래서 네가 요즘에 힘든 게 없는지 궁금해서 용기 내서 물어보는 거야.
학생: (안도하며) 아~ 네. 선생님 괜찮아요.
선생님: 그래. 다음엔 힘든 일 있으면 선생님에게 말해 줘. 선생님도 함께 기도할게. 그리고 옙 시간에도 함께 더욱 집중해 보자.
학생: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겠는가?

선생님이 에어팟을 낀 학생의 마음을 먼저 공감해 줬다. 에어팟을 꼈다고 혼내거나 주의를 주지 않고 먼저 그 학생이 에어팟을 낀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공감해 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학생을 나무라지 않으면서 예배 태도까지 바로잡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음에 관계를 다져 나가는 데도 아주 성공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먼저 판단하지 말고, 아이들의 감정에 먼저 공감해야 한다. 그 뒤에 아이들이 고쳐야 할 것, 잘못한 것에 대해 선을 그어주는 것이 좋다.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는 김맥 목사.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는 김맥 목사.

김맥 목사

초량교회 교구담당 및 고등부 담당 주일학교 디렉터
청소년 매일성경 집필자

저서 <얘들아! 하나님 감성이 뭔지 아니?>
<하나님! 저도 쓰임 받을 수 있나요?>
<교사는 공감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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