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가 예배 시간만 되면 고개를 숙여요”

|  

[요즘 아이들 37] 아이들 마음을 여는 법 (3)

평소 예배 태도 좋다가 갑자기
예배 시간에는 고개 푹 숙이고
공과공부 시간에는 스마트폰만
알고 보니 부모 잦은 다툼 때문

아이들 감정 이해하려 하기보다
행동 보고 먼저 판단해 버리면

대화 잘 통하지 않는 경우 많아
아이 행동 아닌 감정부터 이해를

▲ⓒ픽사베이

▲ⓒ픽사베이

예전 고등부 선생님 한 분이 고민이 있다면서 필자를 찾아온 적이 있다. 반에 남학생 한 명이 있는데 요즘에 부쩍 예배 태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예전에 그 남학생은 찬양도 열심히 하고 말씀 시간에도 잘 집중했는데, 요즘에는 예배 시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고 했다.

공과공부 시간에도 곧잘 대답을 잘하던 모범 학생이었는데, 요즘엔 공과공부 시간에도 스마트폰만 하고 있어 속상하다고 했다. 처음 그 선생님은 스마트폰을 하는 친구를 참아 주고 기다려 줬지만, 그 남학생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계속 참다가는 반 분위기가 안 좋아질 것 같아, 고민 끝에 공과 공부 시간 때 남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OO아, 요즘 선생님이 보니 너 예배 시간에는 계속 고개만 숙이고 있고 반별 모임 시간에는 핸드폰만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되겠니? 네가 계속 그러면 선생님이 너무 실망할 것 같아.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요즘?
학생: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 일도 없어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래, 선생님은 네가 예전처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예배를 잘 드려야 은혜도 받을 수 있는 거야.
학생: 네….

선생님은 필자에게 요즘 남학생의 예배 태도가 너무 나빠졌다면서, 무슨 일이 있는지 한번 만나 달라고 했다. 필자는 알겠다고 말하고, 며칠 뒤에 그 남학생을 만났다.

나: OO아~, 요즘 어때, 잘 지내고 있어?
학생: 음…, 잘 못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나: 그래? 무슨 일인지 목사님한테 말해줄 수 있어?
학생: 요즘 부모님이 저에게 짜증을 내는 빈도 수가 너무 많아지고 있어요.
나: 부모님이?
학생: 네. 부모님이 요즘 돈 때문에 많이 싸우시거든요. 제 학원비만 해도 한 달에 50만 원 넘게 들어가는데…, 꼭 저 때문에 싸우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그렇다고 제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까지 학원에 다녀야 하는지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또 학원을 안 다니면 지금보다 더 못하게 될까봐 걱정돼요. 부모님이 돈 때문에 안 싸우셨으면 좋겠어요.
나: 아… 그랬구나. 네 마음이 아주 속상했겠네. 부모님이 돈 때문에 싸우시는 게 꼭 너 때문인 것 같아서 말이야. 어휴.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어?
학생: 네 (울면서) 목사님. 정말 힘들어요. 부모님이 돈 때문에 안 싸우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주일에 예배드릴 때 부모님이 안 싸우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요. 하나님이 기도를 안 들어 주시는 것 같아요.
나: 흠, 그랬구나. 네가 지금 많이 힘들겠네. 우리 함께 기도하면서 고민해 보자.

남학생의 예배 태도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부모님 다툼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서로 돈 문제로 자주 다투셨는데, 평소에 자기 학원비가 매달 50만 원이 넘게 나가니 꼭 자기 때문에 싸우시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 남학생은 부모님이 돈 때문에 자주 다투시니까 예배 때 부모님이 더 이상 싸우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아서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것 같아 서운했다고 한다.

그래서 남학생은 교회에 와서도 예배 시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공과공부 시간에도 스마트폰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대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아이의 행동을 보고 먼저 판단하지 말고, 아이의 현재 감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아이의 행동만 보면 우리는 충분히 화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생각하면, 매우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아까 그 남학생이 평소 예배 태도가 좋다가 어느 순간부터 예배 시간에 고개를 푹 숙이거나 공과공부 시간에 핸드폰을 하고 있다면, 먼저 그 남학생의 태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 남학생의 감정을 이해해 줘야 한다.

그럴 때 그 남학생이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풀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 행동을 보고 먼저 판단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서로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예배 시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거나 공과공부 시간에 핸드폰을 하고 있으면 개념 없는 아이, 버릇없는 아이로만 보지 말자는 것이다.

오히려 아이의 행동이 아닌 감정을 먼저 이해하려고 하면 저 아이가 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지, 왜 핸드폰만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는 김맥 목사.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는 김맥 목사.

김맥 목사

초량교회 교구담당 및 고등부 담당 주일학교 디렉터
청소년 매일성경 집필자

저서 <얘들아! 하나님 감성이 뭔지 아니?>
<하나님! 저도 쓰임 받을 수 있나요?>
<교사는 공감이 필요해>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반 고흐 성경이 있는 정물

성경이 너무 낯설거나, 너무 익숙해져버린 이들에게

초신자나 비기독교인 등 ‘성경’이 아직 낯선 이들을 위한 ‘입문용’ 도서가 잇따라 발간됐다. 두 권의 책 모두 혼자 또는 같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며, 각자의 스타일이 뚜렷하다. 기독교 세계관 24 키워드로 읽을 때 맥락 놓치지 않도록 성경 이야기 …

에스더 10 27 특별철야 기도회

손현보 목사 “10월 27일 전과 후, 완전히 달라질 것”

믿음, 행동 옮길 때 하나님 역사 일어나 동성 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판결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력한 감동 주셔 바알에 무릎 안 꿇은 성도들 모두 참여 댐 무너지는데, 내 집만 지킨다고 되나 이제 물러설 곳 없어, 결단해야 할 이유 못 막아내면 바벨…

대통령실 추석 선물 2024

집배원이 교회에 대통령 추석 선물 전달하며, “술인데 받을 건가”?

종교계엔 술 대신 청 포함 이미 발표 집배원, 선물 보여주니 말 없이 나가 교회 목사 “정부·기독교계 이간질?” 우체국 집배원이 대통령실 명절 선물을 전달하면서 “교회에 ‘술’을 보냈으니 반송하라”는 가짜뉴스를 전하고 다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조용기 3주기

영산 조용기 목사 3주기 추모예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수님 지상명령 완수 위해 고인 뜻 본받아 충성 헌신 다짐 영산 조용기 목사 3주기 추모예배가 14일 오전 개최됐다. 이날 추모예배는 생전 조용기 목사가 직접 작사하고 김성혜 사모가 작곡한 찬송가 614장 ‘얼마나 아프셨나’를 부르면서 유가족을 비롯해 목…

사단법인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와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서울교육감 선거, 교육 미래 가를 것… 신앙교육권 보장하라”

기독교 교육계가 사립학교의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과 2025 고교학점제 수정, 헌법소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특히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궐위로 공석이 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10월 16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사단법…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국무부 본부 건물.

美,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 지정만 하면 뭐하나… 제재율 1.8% 불과

미국에서 의회가 설립한 연방기관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국무부가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CPC)을 지정한 이후 25년 동안 단 세 번만 해당 위반과 관련된 제재를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IRFA)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