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여명 비치기 전, 조선에 불어닥친 근대 문명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2024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기획전시회

18-19세기 조선에 불어닥쳤던
근대 문명 태동, 기독교 관점과
시각 살피는 전시는 많지 않아
변증서, 순교史, 흠정역 성경,
기독교 비판하는 정부 문서도
‘동해=한국해’ 표기 지도 화제

‘선교의 여명(黎明): 들려오는 복음의 발소리’를 주제로 2024년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기획전시회가 경기 이천에 위치한 박물관 3층 기획전시장에서 오는 9월 6일부터 12월 30일까지 개최된다.

향산 16주기를 추모하는 이번 제21회 기획전시회에서는 윌리엄 마틴의 기독교 변증서 <천도소원(天道溯源, 1889)>을 비롯해 조선 후기 천주교 순교 역사를 기록한 현석문의 <기해일기(己亥日記, 1905년판)>, 프랑스인 기욤 드릴의 <아시아 지도(亞細亞 地圖, 1723)>, 천주교를 비판하는 정부 문서인 <기해년 척사윤음(己亥年 斥邪綸音, 1839)>과 <병인년 척사윤음(丙寅年 斥邪綸音, 1866)>, 1870-80년대 미국에서 인쇄된 흠정역 <가족성경(家族聖經, Family Bible)> 등이 소개된다.

또 병인박해(1866-1876) 때 순교한 천주교인들의 사적을 기록한 뮈텔 주교의 <치명일기(致命日記, List of Korean Catholic Martyrs, 1890)>, 독일인 <오페르트의 한국 여행기(A Forbidden Land: Voyages to the Corea, 1880)>, 미국 외교관 로웰의 한국 소개서로 한국 풍경을 담은 많은 사진들이 수록된 <로웰의 조선(Chosu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1892)>, 한국학 관계서인 <그리피스의 은둔 한국(Corea the Hermit nation, 1882)> 등도 전시된다.

박물관 측은 “한국 선교 원년을 미 북장로회 선교사 알렌이 입국한 1884년으로 잡는다면, 올해는 개신교 선교가 140주년이 되는 해”라며 “그동안 전시를 통해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나타난 상황과 그 가운데 선교의 역사를 이해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왔다”고 전제했다.

이들은 “이에 반해 18세기에서 19세기 후반까지 조선에 불어닥친 근대 문명의 태동을 기독교적 관점과 시각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전시는 주변으로 밀려난 감이 있었다”며 “따라서 이번 전시는 그 범위를 당시 조선의 역사적 상황과 인식을 소개함으로써 앞 전시 내용과 연계해 조선 후기의 전반적 상황과 선교를 함께 조명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다음은 박물관 측의 구체적인 전시 내용 소개.

선교의 여명: 들려오는 복음의 발소리

1885년 개신교 공식 교단 파송 선교사가 들어오기 전, 한반도 주변에서는 새로운 시대와 문명의 유입을 알리는 선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7세기 중엽 이후 200여 년 동안 한반도에 들이닥친 문명의 움직임은 육상과 해상, 때로는 주변국을 통해 점점 더 확장되고 빈번해졌습니다.

당시 조선은 청과 왜를 통해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었으며 이러한 정황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서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이에 대한 반응으로 극단적인 쇄국이나 불안감이 조성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이후 갑작스러운 개화로 연결되면서 조선인들을 변화의 급류 속으로 밀어 넣어 사회적 혼란과 변화를 야기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은 명청 교체기 이후 오히려 더 철저한 쇄국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기에, 오랜 기간 교류와 만남의 기회는 철저히 외면받고 차단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18세기에서 19세기 후반까지 조선에 불어닥친 근대 문명의 태동을 기독교적 관점과 시각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전시를 하고자 합니다.

이 시기부터 조선에 불어온 새로운 문명과 선교 활동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병자호란(1637) 이후 청에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와 공납을 위해 공식적으로 왕래했던 연행사를 통한 경로입니다. 둘째는 19세기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하는 서양 상선과 조선인의 접촉입니다. 셋째 만남은 1876년 만주의 봉천 지역과 고려문에서는 영국성서공회 존 로스(John Ross)가 의주 출신 청년들과 만나 성경을 번역하며 선교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1882년 일본에서 기독교인으로 세례를 받은 이수정은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을 번역하고, 흔히 <마케도니아인의 편지>로 알려진 서신을 보내 미국 주요 교단이 직접 조선에 선교사를 보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1885년 선교사가 공식적으로 파송되기 전 한반도와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조선 선교는 그렇게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준비되고 있었고, 한반도는 선교의 동이 트는 여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이 땅이 아직 미명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때도 하나님의 손길은 역사를 이끌어 가시고, 그 역사의 수레바퀴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기독교적 시각에서 바라볼 때 조선은 그렇게 미명(未明)과 여명(黎明)의 상태에서 개명(開明)의 과정을 거쳐 문명(文明)의 길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시될 자료 중 『척사윤음』은 기해년(1839년) 본과 병인년(1866년) 본이 있는데, 이는 헌종과 고종이 기독교의 폐해 사례를 들어 이를 배척하기 위해 백성과 관리에게 내린 교서로, 기독교 신자 가운데 풍속을 해치는 사람이 있음을 염려하여 척사귀정의 요지로 국민에게 내린 명령이며 이는 당시 법령과 같은 위력을 지니는 자료였습니다.

『천도소원』은 한자로 쓰인 기독교 변증서로, 1889년에 윌리엄 마틴이 유학과 개신교의 관계 설정에 있어 ‘보유론(補儒論)’을 통해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줬습니다. 보유론(補儒論)은 예수교 안에 유교가 들어 있으므로, 참 예수교인이 되면 참 유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긔해일긔(1839)』는 주교 앵 베르가 체포된 뒤 그들의 순교적 신앙이 후세에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하상(丁夏祥)과 현석문 등에게 순교일기를 계속 작성할 것을 명해 기록된, 순교자들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목격자들의 증언입니다.

『장원량우샹론(1893)』은 마펫과 밀른 선교사가 기독교 기본교리를 해설한 전도문서로 기독교 선교 초기에 가장 널리 읽힌 전도 책자였습니다.

이 밖에 이번 전시주제 시기와 관련해 눈에 띄는 자료는 기욤 드릴(Guillaume Delisle)의 『아시아 지도, 1723』입니다. 기욤 드릴은 유럽과 새로 탐험한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유명하고 정확한 지도로 유명한 프랑스 지도 제작자였고 이 지도는 1723년 프랑스에서 제작됐습니다.

특히 1628년 창설된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Societe des Missions Etrangeres de Paris)는 아시아 선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 선교사를 파송했고, 이러한 프랑스인들의 아시아 선교에 관한 관심을 잘 나타낸 것이 이 『아시아 지도』입니다. 당시 일찍이 동해를 ‘한국해(Mer de Coree)’로 표기한 것이 특기할 만한 자료입니다. 해양 경계선이 그려진 고지도는 동해 표기와 관련해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명료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본 박물관에 각기 다양한 빛깔로 자리하고 있는 초기 선교사들의 수많은 헌신적인 사랑과 열정을 통한 ‘복음의 빛’은 ‘복음의 빚’이 되어, 보내는 선교를 통해 복음의 생명력으로 각 나라에 펼쳐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낯선 땅의 문화에 충격과 문화충돌의 생활문화와 선교 현장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교회가 ‘협력의 길’, ‘말씀의 온전한 이룸으로서의 하나 됨의 길’로 나아가고, 한국교회 신앙의 발자취를 이해해 신앙의 유산과 신앙 정신을 새롭게 할 계기를 마련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전시 문의: 031-632-1391, kch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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