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흉년 때 1,194농가 주민세 대납 선행 뒤늦게 알려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최영철 전 차관보 증조부 최한경 선생

면민들 송덕비 세워 은덕 기려
후손들 “등록문화유산 등재돼
이웃 사랑의 정신 이어졌으면”

▲당시 면민들이 세워줬던 송덕비.

▲당시 면민들이 세워줬던 송덕비.

잠실교회 안수집사인 최영철 전 국토교통부 차관보의 증조부 최한경 선생(崔漢京, 음력 1856년 8월 11일- 1932년 8월 21일)이 일제시대이던 1921년 나라에 흉년이 들었을 때 전남 담양군 대전면 1,194호 농가의 호세(戶稅, 주민세)를 대납해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김철영 목사가 최근 후손들로부터 최한경 선생의 미담을 듣고 전남 담양군 대전면 중옥리 396번지에 소재한 최한경 선생 생가와 1923년 대전 면민들이 최 선생의 은덕(恩德)을 기려 세운 송덕비 현장을 찾아 아름다운 선행을 직접 확인하면서 공개됐다.

고운 최치원 선생의 30대 후손인 최한경 선생이 살았던 집은 아들 최순호 선생에 이어 손자 최창언 선생(교육자, 최 전 차관보의 부친)이 살던 집으로, 100여 년 전 지은 집이다. 당시 초가집이었으나, 1970년 새마을운동 당시 초가지붕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했다. 하지만 목재는 처음 건축할 때 사용했던 것 그대로 보존돼 있다.

집에 들어서면 마당 오른쪽에 <최씨 삼세 유장비(崔氏 三世 遺庄碑)>가 세워져 있다. 최한경 선생이 남겨준 전답(田畓) 등 소유했던 재산 내용도 쓰여 있다. 최한경 선생은 일제시대 전답을 많이 소유한 천석꾼이었다고 한다.

중옥리에서 출생해 평생 그 마을에서 터전을 일군 최한경 선생은 1921년 흉년이 들어 지역민들이 호세(戶稅, 주민세)를 납부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농가 1,194호의 주민세를 대납해주기로 결심했다.

이에 1,194호 농가의 주민세 일천삼백오십구원구십전(1,359원 90전)에 해당하는 쌀 271석을 대납해 해결해 주었다. 당시 쌀 한 석은 5원이었다. 쌀 한 석은 두 가마니(160kg)다. 지금 화폐가치로 환산해도 엄청난 금액이다.

▲송덕비 내용.

▲송덕비 내용.

최한경 선생의 이웃 사랑에 감동한 지역민들은 1923년 3월 20일 대전면 농협 앞에 ‘송덕비’를 세워 아름다운 이웃 사랑을 기리고 있다.

중옥리에서 4km 떨어진 대전농협( 대전면 대치리 870-4) 앞에는 ‘慶州 後人 崔漢京 施惠碑(경주후인 최한경 시혜비)’가 있다. ‘시혜비’는 “열심과 근면․ 검소 정신으로 빈손으로 시작해 가업을 일으켜 1,100호 주민세를 대신 담당했다”는 내용이 한문으로 기록돼 있다.

송덕비도 세워져 있다. 당시 세워진 송덕비는 세월의 풍상으로 파손돼 대전면에서 중수(重修)했다. 송덕비에는 최한경 선생의 주민세 대납에 대해 “본연의 천성에 善心(착한 마음)이 發露(발로)된 바”라고 쓰여 있다.

이어 “신문지상으로부터 사회 공중에 반포되어 우둔하고 욕심 많은 자로 하여금 선심을 고취케 하였다”며 “면민 일동이 그 은혜에 감사하여 만구일성(萬口一聲)으로 칭송하고 1923년 6월 15일에 이 기념비를 세워 삼가 모든 사람이 송덕한 공의(公議)로써 불망의 명성을 영원히 전하노라. 비각은 1923년 3월 20일에 건립하였으나 되어 철거함”이라고 되어 있다.

최한경 선생 증손자녀들(고운 최치원 선생 선조 35세손(충열공 27세손) 장증손 영선, 영옥, 영철, 원경, 영준, 영엽, 황자, 호자, 영신)은 지난 2008년 10월 3일 송덕비 옆에 추모비를 세웠다. 최한경 선생은 당시 기독교인이 아니었으나, 후손들은 다 기독교인이 됐다.

증손자녀들은 ‘증조부께 바치는 추모사’라는 제목의 추모비에 “후손 된 저희들은 가풍과 유지들을 잘 계승하고 넉넉하신 인품과 크신 기우(氣宇, 기개와 도량) 그리고 자신에게는 엄하고 남들에게는 너그럽게 배려하신 자승최강(自乘最强)의 신념과 실천을 본받아 화이귀(和而貴)하는 생활 속에 선대의 공경, 가문의 기품과 명예를 제고하는 노력과 함께 국가사회의 발전에도 힘써 기여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최한경 선생 생가. 초가집이었으나, 1970년 새마을운동 당시 초가지붕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했다.

▲최한경 선생 생가. 초가집이었으나, 1970년 새마을운동 당시 초가지붕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했다.

최한경 선생 증손녀인 최호자 권사(서울대 약대 CCC 나사렛형제들)는 “교육자이셨던 아버지(최창언)로부터 증조부님에 대한 말씀을 많이 듣고 자랐다”며 “어릴 적에 광주에 살면서 언니들과 할아버지 집에 가서 지내기도 했다”며 최한경 선생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최 권사는 “어느 날 밤에 도적이 집에 들었는데 증조부님이 ‘밤손님도 손님’이라며 돈 꾸러미를 내놓으면서도 도적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등을 돌리고 계셨다고 한다”며 “그런데 도적이 감동을 받아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면서 너무 형편이 어려워 돈을 훔치게 되었다며 반드시 돈을 갚겠다고 했다 한다. 할아버지는 그만큼 어려운 사람의 형편을 이해하셨던 분”이라고 밝혔다.

또 “할아버지의 근면하고 성실하신 인품과 이웃 사랑의 정신을 이어받아 후손들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귀한 일을 감당해 왔다. 의사가 10여 명, 법조인이 4명, 그리고 대학 교수가 배출되었다”고 밝혔다.

최한경 선생의 증손자녀들 중 영선은 화순 동복중학교 교장을 역임했고, 원경은 충남방직에서 재직했고, 영준은 (주)대우 임원을 지냈다. 증손녀 황자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유종호 목사(CCC 김준곤 목사 비서실장 역임)의 사모로 남편의 대학생선교 사역을 내조했다. 증손녀 영신은 미국 하와이대 일본어학과 교수를 지내며 CCC 지도교수를 맡아 대학생 선교사역을 협력했다.

최호자 권사의 남편 전용태 장로(법무법인 로고스 설립자)는 춘천·청주·인천·대구지검 검사장을 역임하면서 성시화운동에 헌신해 재단법인 성시화운동 이사장과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초대 총재 및 대표회장으로 국내외 도시 단위를 순회하며 ‘행복한 시민, 건강한 가정,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왔다.

전용태 장로는 “아내의 증조부님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길을 가다가 강도 만난 사람을 치료해 주었던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분이셨다”며 “그 집터와 송덕비가 담양군 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어 나라사랑과 이웃사랑의 정신을 되새기는 교육의 현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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