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도 논란
국제복싱협회는 출전 금지시켜
IOC는 “성별 기준은 여권” 허용
XY 염색체 선수 압도적 경기력
상대 선수, 1분도 안 돼 기권해
“죽어야 이 미친 짓 끝낼 건가”
조앤 롤링 등 강력히 비판 나서
파리 올림픽이 개회식에서의 ‘기독교 조롱’ 파문에 이어, XY 염색체를 가진 선수들의 여자 복싱 경기 출전으로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압도적 경기력’으로 여자 66kg급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한 알제리 이마네 칼리프(26)는 한눈에 봐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월등한 신장과 골격을 갖고 여자 선수들과 경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XY 염색체를 가진 칼리프 선수와 대만 린위팅 선수를 실격 처리한 바 있다.
이에 이들의 올림픽 참가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올림픽 출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 이들은 성전환을 한 트랜스젠더가 아니며, XY 염색체를 갖고 있고 남성호르몬 수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IOC는 “파리 올림픽 복싱 경기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한다”며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선수들의 성별과 나이를 ‘여권’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했다.
또 “해당 규정으로 여러 국제대회와 올림픽 예선 등 1,471명의 선수가 2천여 회 경기를 이미 치렀다. 두 선수는 IBA의 갑작스럽고 독단적인 결정의 희생자”라며 “작년 IBA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날 무렵, 이들은 적법한 절차 없이 갑자기 실격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격 규정은 대회 진행 중에 변경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규정 변경은 적절한 절차를 따라야 하며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 두 선수가 받는 학대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파리 올림픽 여자복싱 66kg급 16강전에서 칼리프와 대결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25)는 경기 시작 46초 만에 기권했다. 카리니는 주먹에 얼굴을 맞은 뒤 30초 만에 코너로 돌아가 헤드기어를 고쳐 썼으나, 잠시 후 기권을 선언했다.
헤드기어가 벗겨질 정도로 강한 펀치를 두 차례 허용한 뒤,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카리니는 칼리프와의 악수도 거부하고 울면서 링을 떠났다. 당시 카리니는 “코에 심한 통증을 느꼈는데, 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수준이었다”고 토로했다.
카리니의 고국인 이탈리아는 체육부 장관과 총리까지 나서 ‘불공정 경쟁’과 ‘선수 안전’ 문제를 제기했으나 경기가 강행됐고, 결국 그의 펀치를 경험한 카리니가 기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8강전에서 헝가리 언너 루처 허모리 선수에게 5대 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러자 헝가리복싱협회는 IOC에 항의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대만 린위팅 선수와 16강 경기를 했던 우크라이나 투르디베코바도 판정패한 뒤 린위팅과 악수를 거부하고 링을 떠났다.
린위팅 선수와 경기했던 불가리아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 선수도 “이런 상황은 여자 복싱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불가리아복싱협회도 “올림픽에선 모든 선수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들에 대해 “올림픽에 출전할 권리를 가진 여성”이라며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고, 여권에도 여자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은 “오랫동안 여자로 경쟁해 온 두 선수는 명확하게 여자 선수라고 정의할 수 있다”며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 주길 바란다. 모든 여성은 여성 대회에 참가할 인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IBA는 XY 염색체 선수들에게 패한 상대 선수들에게 금메달 수준의 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우마르 크렘레브 IBA 회장은 “카리니의 눈물을 볼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 무관심하지 않고 각 복싱 선수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왜 그들이 여자 복싱을 죽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안전을 위해 자격을 갖춘 선수만 링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댓글과 SNS 등을 통해 XY 염색체 선수들을 옹호하고 있어 논란이다. 평소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을 강조해 오던 이들이, 파리 올림픽 복싱 경기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는 선수들의 항변을 무시한 채 남성 염색체인 ‘XY’ 선수들의 여자 경기 출전이 뭐갸 문제냐고 반문하고 있는 것.
일부에서는 “기권한 선수가 ‘경험해 보지 못한 펀치’라고 한 것은 그냥 그 선수의 주관적 의견, 기권의 이유일 뿐이지 않은가”라며 “여자끼리 경기에는 기권이 없나? 그걸 두고 ‘사람이 죽어야 멈추겠나’ 같은 반응은 언론의 과도한 헤드라인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다른 인사도 “그의 염색체는 그의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그들을 우리 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하며 선을 넘네 마네 할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사람의 기준을 나머지 사람들이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99마리를 챙기는 데 몰두하지 않고 한 마리 양을 끝까지 찾는 주님의 태도와 더 맞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또 “양궁 10점을 자주 쏘는 한국 선수와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1점을 쏜 선수를 같이 시합시키는 일은 타당한가? 세계 육상에서 쟁쟁한 이름을 전하는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같이 시합시키는 일은 타당한가”라며 “이미 오래 전부터 스포츠는 동일한 출발선상에 놓여 있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안전과 생명의 위협을 느낀 또 다른 약자, 상대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여성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댓글들을 보면, 국민들도 대부분 비판적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인 조앤 K. 롤링은 이에 대해 SNS를 통해 “이 미친 짓을 끝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여성 선수가 인생이 바뀔 부상을 입는 것? 여성 선수가 죽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SNS에 “나는 남성을 여성 스포츠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