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반의 마지막 설교와 변론에서 한국 선교가 새겨야 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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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 7장: 선교와 예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베네치아파 화가 카르파초(Vittore Carpaccio, 1460년경-1527)의 ‘스데반의 설교(The Sermon of St. Stephen)’.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베네치아파 화가 카르파초(Vittore Carpaccio, 1460년경-1527)의 ‘스데반의 설교(The Sermon of St. Stephen)’.

사도행전 7장 1-53절: 선교와 예배

스데반 설교의 요지는 무엇이었으며, 이 주제가 선교지에서의 예배에 어떤 관점을 주는가? 선교사로서 선교지에 갔을 때 어떤 예배를 추구해야 하는가?

1. 스데반은 왜 법정에 서게 되었는가?
히브리파와 헬라파로 크게 구분
히브리파는 율법과 성전 강조
헬라파는 의견 달라, 긴장관계
헬라파 스데반, 성전 제사 비판
성전과 율법 무너뜨리려 한다
모세와 하나님 모독 죄 씌워

초대 공동체는 크게 히브리파와 헬라파 두 그룹으로 분리돼 있었다. 히브리파는 헬라어와 아람어 둘 다 구사할 수 있었지만 통상적으로 아람어를 사용하면서 팔레스타인에 계속 거주했던 유대인들을 말하고, 헬라파란 헬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들로서 대부분은 헬라어를 사용하는 디아스포라에 속해 있다가 예루살렘에 정착한 디아스포라 유대인을 말한다. 그들은 헬라의 생활습관, 의식구조 및 언어를 사용하였고 율법 준수에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히브리파 사람들은 헬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헬라파 사람들을 그리 좋게 여기지 않았다. 히브리파와 헬라파의 차이는 언어적·인종적 차이뿐 아니라 율법 준수에 대한 자세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히브리파가 율법 준수를 강조하는 유대적 기독교인이었다면, 헬라파는 율법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자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헬라파를 반율법주의자로까지 볼 수는 없지만 헬라파는 확실히 율법에 대해 히브리파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이런 점에서 히브리파와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헬라파는 성전에 대한 견해도 달랐다. 히브리파는 성전을 강조했으며 종말의 때가 오면 디아스포라와 이교도까지 예루살렘 성전에 온다고 믿었던 반면, 헬라파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강조하고 종말론적 구원의 메시지와 더불어 하나님의 참 뜻에 비춰 성전 희생제사의 폐지와 모세 율법의 개정을 들고 나왔다.

헬라파였던 스데반은 성전의 희생제사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고, 희생제사 역시 예수님의 오심으로 말미암아 무용해진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스데반의 주장은 회당에서 정규 변론으로 발전했다.

그렇지만 아무도 스데반의 논증을 이겨내지 못했으며, 그 결과 그는 최고 법정에서 공식 기소당했다. 변론하던 사람들이 스데반을 당할 수 없음을 깨닫고, 거짓 증인을 내세워 스데반을 고소하였던 것이다(행 6:10-15).

거짓 증인들은 스데반을 향해 다음과 같은 죄목을 말하였다. 첫째, 나사렛 예수가 성전을 헐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스데반이 말함으로써 이스라엘 신앙의 가장 핵심 중 하나인 성전 신앙을 무너뜨리려 했다는 것이다(행 6:14).

둘째로는 모세 율법의 규례들을 예수가 고치려 했다는 말을 스데반이 말함으로써 모세와 하나님을 모독하였다는 것이다(행 6:11, 14). 이 같은 주장에 의하면 스데반은 나사렛 예수의 추종자로서 엄격한 율법 고수를 최소화했고, 나아가 성전의 신성까지 위협한 자로 비치게 됐다.

이것은 유대인들에게 모세와 하나님께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인식돼, 스데반은 산헤드린 공회 앞에서 심문을 받게 된 것이다. 거짓 증인들이 스데반에 대해 고소한 내용은(6:13 이하) 왜곡된 것들이었기에, 스데반은 7장에 나타나는 변론을 통해 거짓 증인들의 고소가 잘못 됐다고 반박한다.

▲렘브란트의 ‘스데반의 순교’. 붉고 화려한 옷을 입은 채 화면 가운데를 채우고 있는 스데반과 그 위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울의 모습(1625년, 캔버스에 유채, 리용, 데 보자르 미술관). ⓒ홍성사 제공

▲렘브란트의 ‘스데반의 순교’. 붉고 화려한 옷을 입은 채 화면 가운데를 채우고 있는 스데반과 그 위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울의 모습(1625년, 캔버스에 유채, 리용, 데 보자르 미술관). ⓒ홍성사 제공

2. 스데반 변론의 핵심 주제들
이스라엘, 순례자적 정신 지녀
하나님 임재, 공간적 한계 없어
하나님 세우신 선지자 거부해

첫째, 스데반은 이스라엘 조상들이 순례자적 정신을 지녔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아브라함, 요셉, 모세 등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항상 열린 자세를 지녔고, 그것이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든 거기에 순종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비해 유대인들은 지속적으로 불순종했는데, 스데반은 그 대표적 예로 이스라엘이 금송아지를 만들었던 것을 지적하였다 (39-43절).

하나님의 백성은 아브라함이 장막의 말뚝을 뽑고 하나님의 지시하시는 땅으로 정처 없이 떠났던 것처럼 국가적 편협주의와 과거의 의식으로부터 떠나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행진해야 함을 강조했다.

둘째, 스데반은 하나님의 임재가 어떤 한 지역이나 한 건물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자신을 계시하신 것은 아브라함이 성지에 도착하기 훨씬 전이었고,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에게 율법을 주신 때도 그들이 광야에서 방황하던 때였다. 또 광야에서 만들어져 가나안 정착 초기까지 사용되던 성막이 솔로몬이 지은 고정된 돌 성전보다 하나님의 임재를 더 잘 표현해주었던 것이다.

스데반은 하나님께서 성전이 세워지기 전에도 이스라엘의 예배를 받으셨다는 사실을 내포하면서, 하나님은 성전 안에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7:48-49). 이런 점에서 스데반은 하나님을 성전 안에 가두어 놓고 성전에서만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다는 생각의 맹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나님의 임재는 고정 공간에 제한시킬 수 없다. 하나님의 임재를 제한하는 사고는 전 우주 모든 사람들로부터 예배를 받으셔야 할 하나님을 예루살렘에서만 예배를 받는 유대인만의 하나님으로 오해할 수 있게 하고, 좀 더 지나치면 성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아니라 성전 자체를 예배하기 쉬운 오류까지 범하게 될 수 있었다.

셋째, 스데반이 지적한 이스라엘 백성의 또 다른 문제는 선지자와 하나님께서 세우신 지도자들을 거절한 것이었다. 유대인들은 구약 전 시대를 통해 하나님의 사자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요셉은 하나님께서 그 가족들의 구원자로 세운 인물이었지만, 그의 형들이 그를 미워하였다. 모세도 그의 백성들에게 거절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많은 선지자들도 핍박받고 죽임을 당하였다. 마침내 그 선지자들이 예언했던 메시야 역시 구원의 메시지를 가장 가까이서 들은 그 유대인들에 의하여 죽임을 당했던 것이다.

즉 유대인들은 선지자뿐 아니라 하나님이 보내신 그의 아들까지 죽여 버리면서, 유대인들의 거절 역사는 그 절정에 다다랐던 것이다. 베드로는 너희들이 몰라서 그랬다고 표현한 반면, 스데반은 정면으로 그들의 죄를 지적했던 것이다.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스데반의 순교(Martyrdom of Saint Stephen, 1616-1617)’, 프랑스 발랑시엔 미술관 소장.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스데반의 순교(Martyrdom of Saint Stephen, 1616-1617)’, 프랑스 발랑시엔 미술관 소장.

3. 스데반의 변론이 선교지에서의 예배에 주는 교훈은?
특정 예배 형식 절대화해선 안 돼
복음의 본질 확실히 수호하면서
현지인들 정서와 문화 고려 필요
적합한 예배 형식과 방법 추구를

스데반 변론의 3가지 주제 중 특히 예배에 관한 부분과 연관해, 선교와 예배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스데반의 설교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특정한 예배의 장과 형식을 지나치게 절대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스데반은 구약의 성전 건축에서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셨고 그것을 하나님께서 인정하셨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성전을 우상처럼 섬기는 것은 원치 않으신다. 하나님은 무소부재하시고 시공간의 주인이시며 시공간의 존재론적 지반이시기에, 특정 시공간에 갇히시지 않기 때문이다.

예배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한 가지 형식을 너무 절대화하는 경향이었다. 아울러 특정 형식만 갖추면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가 된 줄 착각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사야를 통해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니 그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구하였느뇨 내 마당만 밞을 뿐이니라(사 1:12)”고 책망하셨다.

스데반은 이사야 66장 1-2절을 인용하면서,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성전을 필요로 하지 않으심을 강조했다. 스데반이 지적한 이스라엘의 잘못 중 하나는 인간의 손으로 지은 성전과 그곳에서의 예배 형식만을 마치 유일한 예배 것인 양 너무 절대화하는 것이었고, 선교사도 어떤 지역에 가서 선교를 수행할 때 이러한 우를 범할 수 있다.

즉 선교지에서 특정 예배 형식을 절대화하는 것은 금물이다. 선교사가 어느 지역에 선교를 가서 자신이 익숙하게 해오던 예배 형식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가르치고 그것을 강요한다면 현지인들의 문화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건강한 교회 성장이 방해를 받고 선교의 열매가 아주 저조할 수도 있다.

기독교 예배에 참여한 한 무슬림이 말하기를, “너희 알라는 참 불쌍하다. 알라 앞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경거망동하고, 알라 앞에서 슬리퍼를 신고 예배를 드리는 것은 알라를 무시하는 처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고려할 때, 이슬람 지역에서의 예배는 무슬림들의 예배처럼 최대한 경건하고 거룩하게 드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남미나 아프리카의 경우 찬양 중심의 예배가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적 기도 방식, 예배 형식, 성례전 방식 등을 선교지에 무조건 이식시키려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복음의 본질은 확고히 수호하여야 하나, 그것을 감싸는 문화의 틀은 현장에 맞게 변형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선교사는 그 자신 역시 한 문화권의 산물이며, 자신이 섬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른 문화권의 산물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인식하고 해당 문화권에 적합한 예배 형식과 방법 등을 추구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 석사(Th.M) 학위와 철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7 Key Principles of Dynamic Church Growth』,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선교사가 그린 선교사 바울의 생애』,『능력 있는 예배를 위한 7가지 질문』, 『건강한 교회 성장을 위한 핵심 원리 7가지』,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이슬람의 어제와 오늘』,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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