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비판하던 가톨릭 대주교, ‘분열’ 혐의로 파문당해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교황청 성 베드로 광장.  ⓒ교황청

▲교황청 성 베드로 광장. ⓒ교황청

로마가톨릭에서 교황 프란치스코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일부 조항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한 대주교가 교회법상 분열 범죄로 파문당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5일(이하 현지시각)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주재 바티칸 대사를 지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Carlo Maria Viganò·83) 대주교에 유죄 판결을 통보했다.

바티칸은 “그는 교황에 대해 인정·복종하기를 거부하는 공개 발언, 자신에게 속한 교회 구성원과의 친교를 거부하는 발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통성과 교도권적 권위를 거부하는 발언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형사 재판이 끝난 후,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는 분열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톨릭의 교회법은 분열을 “교황에 대한 복종 거부 또는 그에게 속한 교회 구성원과의 교제 거부”로 정의하고 있다.

바티칸의 이번 결정은 교리성이 비가노 대주교에 대해 ‘분열 범죄’ 혐의로 로마에서 사법 외 재판을 받도록 소환하는 포고령을 내린 지 2주 만에 내려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대주교는 재판에 출두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X(구 트위터)에 “특별 사법 절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형량은 이미 준비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월 20일 발표한 장문의 성명에서는 자신에 대한 기소를 ‘영예’로 여긴다고 했다.

이제 파문된 그는 공식적으로 가톨릭교회 밖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며, 성찬식을 포함한 가톨릭 성사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성직자 서품이나 미사 집전도 금지된다.

비가노는 최근 몇 년 동안 교황 프란치스코의 사임을 요구하면서 주목을 받았는데, 그는 교황을 그의 이름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glio)로 불렀다.

2020년에는 가톨릭교회 내 지도자들의 음모가 기관 내에서 ‘이단, 남색, 부패’가 만연하도록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신에서 “악을 가능하게 하는 깊은 교회(deep church)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무리에 대해 “양떼를 흩어놓고 양을 굶주린 늑대에게 잡아먹히도록 내버려 두려는 용병 이교도”라고 묘사했다.

내셔널가톨릭레지스터(National Catholic Register)에 따르면, 비가노는 또 수십 명의 전현직 고위 가톨릭 관계자가 과거 시어도어 맥캐릭(Theodore McCarrick) 전 추기경의 성학대 혐의를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서신도 보냈다.

비가노는 특히 교황이 맥캐릭에 대한 전임자의 제재를 무시했다고 비판하고, 그의 학대를 은폐한 추기경과 주교들은 사임을 통해 좋은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가노는 분열 혐의를 받기 몇 주 전인 5월 29일, 교황이 아르헨티나에서 주교로 재직하는 동안 맥캐릭과 동일한 학대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베르골리오는 동성애 신학생과 사제들을 축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동성애와 소아성애를 통해 성직자들의 침투와 타락을 완성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색과 미성년자 타락이라는 중대한 죄악에 대한 비밀 취급을 해제함으로써, 이러한 범죄를 비범죄화할 수 있는 사회적 문이 열리게 된다”고 했다.

이어 버가노는 “교황이 가톨릭교회를 분열 상태로 몰고 갔다”고 비판한 마이클 플린(Michael Flynn) 장군 등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플린은 “이 어두운 교황이 다스리는 교회는 분열 상태에 있다”며 “전 세계 교회 지도자들과 평신도, 특히 미국에 있는 이들이 깨어나야 한다. 버가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파문당하면,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심각한 문제에 처하게 된다. 다른 많은 세계주의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베르골리오가 다스리는 로마 교회는 그들의 교회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이어 누가복음 19장 40절을 인용해 “나는 형제들에게 말한다. ‘너희가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칠 것이다’”라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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