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과거 수혜자… 신대원 전액장학금 운동, 빚 갚는 심정”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성미목 초대 대표단장 이기용 목사

4기 40명까지 총 173명 혜택
신길교회, 30명 이상 섬길 것
평신도와 원로목사 등 기부
모든 학생들 주고 싶은 마음
장학금 운동 하면 가슴 뛰어
교단 밖 인재들 입학 지원해

▲이기용 목사는 “성숙하고 뜨거운 마음을 품은 우리 교단 목사님들이 기쁘고 헌신된 마음으로 동참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기용 목사는 “성숙하고 뜨거운 마음을 품은 우리 교단 목사님들이 기쁘고 헌신된 마음으로 동참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신학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전액장학금 운동’이 4년차를 맞아, 여타 신학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정착 단계에 진입했다.

‘성결 미래 목회자 전액장학금 운동본부(대표단장 이기용 목사, 이하 성미목)’는 지난 5월 23일 2024년 장학생 4기 수여식 및 후원의 날 행사를 열고, 신대원 신입생 40명에게 전액장학금을 후원하기로 했다.

‘서울신대 신학대학원 전액장학금 운동본부’는 지난 2021년 5월 처음 출범했다. 교단의 미래인 신대원생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학업과 경건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마련해주는 제도로, 114년차 총회장 한기채 목사가 이기용 목사(신길교회)를 대표단장으로 임명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는 ‘성결 미래 목회자 전액장학금 운동본부’라는 이름으로 의미를 분명히 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혔다. 지난 3년 간 대표단장으로서 운동본부를 이끌면서 운동을 주도해 온 이기용 목사(신길교회)에게 성미목의 취지와 성과, 과제 등을 청취했다.

-3년 간 대표단장으로서 장학금 운동의 출발부터 함께하셨습니다.

“이번에 입학한 학생들 중 4기로 40명이 전액장학금을 받게 됩니다. 2021년 첫 1기생들이 53명, 2기 49명, 3기 31명까지 총 173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입게 됩니다.

등록금이 학기당 350만 원이니 1년에 700만 원이고, 신대원 3년이면 2,100만여 원으로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한 해 9억 원 정도 계속 모금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까지 하나님 은혜로 잘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4기도 모금이 더 이뤄지면 면접 당시 순위를 기준으로 장학생을 추가 선발할 예정입니다.”

-많은 신대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요.

“114년차 한기채 총회장님이 처음 ‘전액장학금’이라는 화두를 던지셨을 때, 기도하던 중 ‘누군가는 돌파해야 한다’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시나 보다 하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교단에 저력이 있고 하나님 은혜가 함께해서 그런지, 수월하게 첫걸음을 뗐습니다. 신대원이 3년 주기로 돌아가니, 지난 3년 간 장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드리고 멘토링을 하는 등에 헌신할 교회와 목회자 27분이 잘 구성됐습니다. 이 역시 하나님께서 하셨다고 봅니다.

저희 교회는 최소 장학생 30명을 섬기고자 합니다. 1년에 10명씩 섬기면 3년간 30명이 됩니다. 이제 단장직을 물러나지만, 10년은 더 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여기에 학교 발전기금까지 합쳐 매년 2억 5천만 원 이상 섬기고자 합니다.”

▲지난 5월 23일 성미목 멘토 목회자와 2-4기 장학생들의 기념촬영 모습. ⓒ크투 DB
▲지난 5월 23일 성미목 멘토 목회자와 2-4기 장학생들의 기념촬영 모습. ⓒ크투 DB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시다면.

“5월 23일 장학금 수여식에서 말씀드렸듯, 저희 교회 한 할머님께서 손녀를 책임지는 마음으로 한 명을 전액장학생으로 키우고 싶다며 쌈짓돈을 모은 2,100만 원을 가져오셨습니다. 한 직장인은 자신도 청년이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 세대임에도, ‘하나님 은혜로 좋은 직장을 주셨으니, 미래 목회자를 키우는 일에 헌신하겠다’면서 한 명을 후원했습니다.

한 교회 원로목사님도 동참해 주셨습니다. 은퇴 목사님들은 노후 걱정과 염려가 많으실 텐데, 성미목의 가치와 비전을 들으시고 연락이 오셨습니다.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자녀들을 생각하면서 이 일을 하고 싶다. 약속한 3년을 못 채우고 중간에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자녀들이 책임지도록 했다’고 말씀하셔서 굉장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밖에 저희 교회 여전도회에서 바자회를 열어 ‘우리도 한 명 키우겠다’고 하고, 교회 1층 ‘길 카페’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장학생 선발 기준은 어떤가요.

“돈에 대한 문제이기에, 어떤 시스템보다 공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모든 멘토들은 이 시대에 전적 헌신을 다짐하며 신대원에 들어온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장학금을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너무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공정하게 선발하고자 합니다. 면접관도 한두 명이 아닌, 멘토 목회자 27분이 대부분 참여하십니다. 사전에 스피치와 자기소개, 비전 등 일정 기준을 정해 면접을 실시하고, 즉석 질문도 합니다. 멘토단이 각자 채점 뒤 최고·최저 점수를 뺀 다음 평균을 내서 지원자들 모두 점수를 매깁니다. 그리고 모금이 되는 만큼 등수에 따라 장학생으로 선발됩니다. 무엇보다 교단 내에서 사역하겠다는 약속이 첫째입니다.”

▲지난해 장학금 수여식에서 후원 공로로 감사패를 받은 목회자와 성도들. ⓒ크투 DB
▲지난해 장학금 수여식에서 후원 공로로 감사패를 받은 목회자와 성도들. ⓒ크투 DB

-장학금 지원으로 그치지 않으시죠.

“어쩌면 저희의 가장 중요한 사역은 장학금보다 ‘멘토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영향을 받고 성장하지 않습니까? 쫓겨나 오갈 데 없던 인생들이 광야에서 다윗을 만나 용사가 되고 왕국을 세운 것처럼, 멘토링이 가장 중요합니다.

멘토단들의 헌신을 통해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장학생들을 위한 수련회도 갖고, 목사님들이 개별적으로 멘토링도 하고 있습니다. 미래 목회자들은 우리 기성 세대 목회자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덜 겪도록 돕고 싶습니다. 우리 목회 경험을 충분히 나눠서 젊은 목회자들의사역을 미리 준비시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하늘 같은 선배님들, 존경받는 목사님들이 후배들을 위해 시간을 내 식사도 함께하고 차를 마시면서 질문에 답해 주시고 목회 경험도 나눠 주시니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제가 신대원생이었을 때 이런 혜택을 입었다면, 지금보다 목회를 더 잘하고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인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 가운데 교단과 한국교회를 섬길 이들이 나올텐데,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레벨 업’을 시켜줘야죠.

기본적으로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와 다릅니다. 장점도 많지만, 의지나 인내력이 부족한 면도 있습니다. 여기에 목회나 선교 현장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으니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일을 해야 하는 신대원생들이 있습니다. 결혼해서 자녀가 있으면 더 힘들겠죠.

과거 저희 기성 세대는 등록금이나 돈 걱정 없이 사역에 뛰어들었지만, 요즘 MZ 세대는 실리적입니다. 그런 그들이 부르심을 받았다면, 적어도 등록금은 책임져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바 할 시간에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시행착오를 겪기 전 선배들을 만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이러한 멘토링과 시스템에 있습니다.”

▲이기용 목사와 신길교회는 코로나19 당시 지역사회 주민들을 비롯해 인근 작은 교회들을 앞장서서 도왔다.
▲이기용 목사와 신길교회는 코로나19 당시 지역사회 주민들을 비롯해 인근 작은 교회들을 앞장서서 도왔다.

-1기 장학생들은 벌써 졸업 후 사역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어떤가요.

“사람을 키우다 보면, 가끔 회의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당장 열매를 얻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저는 ‘심는 대로 거둔다’는 자연과 하나님의 법칙을 믿습니다.

저도 신대원 시절 OMS 장학금을 절반 정도 받았는데, 저를 후원하시던 분들에게도 가끔 그런 시험이 찾아왔을 것입니다(웃음). 저도 수혜자였기에, 장학금 운동을 하면 가슴이 뜁니다. 과거에 진 빚을 갚자는 마음입니다. 사랑의 빚을 진 지금 장학생들도 후일 목회자나 선교사가 되어, 이 운동을 똑같이 하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인재 유출을 막은 성과도 있습니다. 장학금 제도를 보고, 지금은 오히려 교단 밖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장학생들 중 타 교단 출신 인재들이 꽤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좀더 열매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혁명적 변화는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어려울 때 가장 어려운 곳이 바로 교회와 목회 현장입니다. 어려울 때는 서로 존중하고 짐을 나눠서 져야 합니다. 또 긍정 의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학교든 교단이든 교회든, 하나님께서 도와 주시면 됩니다. 규모를 떠나, 어려울 때 더욱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모두 풀어 주시고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저희 교단은 저력이 있습니다. 일제시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해산당했을 때 다 잃어버린 것 같았지만, 그 상실의 시기에도 재건을 시작해 여기까지 오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굴복하지 않고 가치를 붙든 덕분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바른 영성 운동을 해야 합니다. 말씀 앞에 자신을 세우면서 나아갑시다. 싸우면 모두 망합니다.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갈 5:15)’고 했습니다. 대신 ‘짐을 서로 지고(갈 6:2)’ 섬기는 리더십으로 간다면, 하나님께서 막힌 담들을 다 허무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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