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개최한 英 대성당, 2천여 명 ‘반대 서명’ 직면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역사적 성지 모독하고 나이트클럽으로 사용하지 말라”

▲사일런트 디스코 현장 모습. ⓒ페이스북

▲사일런트 디스코 현장 모습. ⓒ페이스북

최근 영국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열린 ‘사일런트 디스코’(Silent Disco)에 항의하는 청원서에 2,000명이 넘는 이들이 서명했다.

이 대성당은 서기 597년 성 어거스틴에 의해 건립됐으며, 전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모교회이자 캔터베리 대주교가 있는 곳이다. 또 영국 대주교 토마스 베켓(Thomas Becket)이 순교한 중요한 순례지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사일런트 디스코는 최근 90년대 팝 음악을 선보였으며, 행사 건물에서 술까지 판매했다. 이에 대성당 밖에서는 기독교인들이 항의하며 침묵 집회를 열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헤리퍼드(Hereford), 리즈(Leeds), 세인트 알반스(St. Albans), 코번트리(Coventry), 셰필드(Sheffield), 맨체스터(Manchester)를 포함해 더 많은 대성당들이 건물에서 사일런트 디스코를 개최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맨체스터 대성당에서는 5월 사일런트 디스코 외에도 2월 29일 ‘펑크록 클럽의 밤’이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는 “성공회 주교들은 우리의 대성당을 나이트클럽으로 바꾸는 것을 중단하라”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2,140명이 여기에 서명했다.

서명자들은 “대성당의 주임 사제들이 신성한 건물을 모독하고 있다. 사일런트 디스코를 위한 장소는 대성당이 아닌 나이트클럽”이라며 “그리스도인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서 이들이 대성당 건물을 ‘기도의 집’으로 만들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가 청원과 기도로 그들에게 잘못을 보여 주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우리의 거룩한 장소에 대한 새로운 경외심을 일깨우지 않는 한, (이 같은) 모독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우리는 역사적인 성지를 모독하는 모든 행위, 특히 이를 나이트클럽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친애하는 성공회 사제 여러분, 디스코를 중단하고 대성당을 다시 한 번 기도의 장소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독교인들도 있었다. 기독교 단체 ‘크리스천컨선’(Christian Concern)은 소설미디어 X(구 트위터)에 “캔터베리 대성당이 젊고 진정한 예배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를 허용한 것이라면, 사일런트 디스코는 확실히 그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고 했다.

목사이자 블로거인 스티브 닐(Steve Kneale)은 “교회가 복음을 전할 의도 없이 사람들로 건물을 채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것들을 볼 때 복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성취했다고 믿을 이유가 없다”며 “단순히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복음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과 다르다. 단순히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느 누구도 그리스도께 더 가까이 인도하지 못한다. 그 자체로는 실제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교 평론가 다니엘 프렌치(Daniel French) 목사는 “영국 기독교 발상지에서 사일런트 디스코가 연극이나 콘서트와는 달리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이는 단순히 성스러운 공간을 세속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 성찬식을 패러디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평론가인 아드리안 힐튼(Adrian Hilton)은 “캔터베리 대성당의 대주교와 사제들은 이 ‘사일런트 디스코’가 ‘하나님의 집에 어울리는’ 활동(교회법 F16)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난 선교에 대해 넓은 시각을 갖고 있지만, 이것은 성 토마스 베켓의 성지의 ‘신성함에 어긋나는 욕설’(교회법 F15)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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